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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금융가이드
전문가 리포트
  • 바이러스가 바꾼
    세계의 금융시장

    • 글.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코로나19라는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전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전에도 사스 혹은 메르스라는 바이러스로 인한 유사한 전염병이 발생한 적이 있어 처음부터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는 있었으나,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정도의 위력을 가졌으리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들어가며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노년층이나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에 대해서 치사율이 높은 수준인 것을 넘어 무증상 감염이 가능하여 누가 환자이고 아닌지 조차 제때 구별하기 어렵다. 환자가 누구인지를 모르니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세밀하지 않은 정책 수단을 써서 사람들 간의 접촉을 막고 있다. 사람들이 만나야 거래가 이루어지고 경제 활동이 활성화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는 결과적으로 경제활동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어 급격한 경기 침체가 생겨났다.
이런 전염병의 특성은 미래 우리 경제의 구조가 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 전염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였던 것을 보면 앞으로도 변형된 바이러스 전염병이 출현할 가능성이 커 보이고 따라서 미래의 경제 구조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여겨진다. 특히 금융시장은 거래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제는 대면을 하지 않고서도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기술혁신은 다행히도 정보 통신 분야에서 많이 이루어져 이를 활용한 금융시장 활동이 많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우리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의 금융시장 동향과 기술 혁신을 돌아보고 코로나19가 한창인 현재 상황을 파악한 뒤 어느 정도 코로나19에 대한 통제력을 가진 이후의 금융시장의 모습이 어떠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Before 코로나19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발생하기 전까지 금융시장의 특징을 생각한다면 그 중에 가장 괄목할 만한 것은 저금리 기조일 것이다. 2008년경 세계 경제를 뒤흔든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시장에서 시작되어 거대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을 훼손시키고 실물경제까지 확산되어가는 과정을 거쳤다. 금융위기 하에서 생겨나는 신용경색은 멀쩡한 기업들조차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생존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으로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은 금리 인하를 넘어 유동성을 직접 금융기관에 공급하는 양적완화를 실시하였다. 이는 1929년에 있었던 세계 대공황 당시 미국의 금융정책 당국이 신용경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고육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피해를 줄이는데 기여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신용경색을 피한 이후 경제의 회복 단계에서도 양적 완화 정책을 계속 유지한 바 있는데 이는 민간 금융기관들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데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금융시장을 지속적인 저금리 상태에 묶어놓았다. 미국의 선제적 양적완화로 인해 선진 경제 대부분이 저금리를 유지하였는데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의 회복은 두드러지지 않았고 여기저기 자산 가격의 상승만을 가져온 면이 있다고 여겨진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금융시장은 소위 금융화의 문제를 겪어 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금융화의 문제는 이미 만들어진 금융 계약을 기초로 하여 유동화된 증권들을 거래하는 관행이 폭증한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도 유동화된 서브프라임 채권들의 거래로 부터 비롯된 측면이 있다. 또한 대출로 인한 위험을 분산해 주는 기능을 가졌다고 간주되던 CDS 등 파생상품들의 거래는 개별 금융기관의 관점에서는 위험을 분산시켜주는 효과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금융시장 전반에 대해서는 오히려 위험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과거 금융이 실물 시장의 생산적인 투자를 가능케 하는 기능을 주로 했다면 금융화는 이미 이루어진 투자에 대한 수익을 받을 권리만을 거래하면서 수수료를 떼어내 시장 참여자들의 비용을 증가시켰다. 이렇듯 최근의 금융시장의 추이는 실물시장의 투자를 매개하는 기능보다는 투기에 가까운 활동을 장려하여 문제가 있었고 또한 지속적인 저금리 정책은 경기 후퇴 국면에서 통화정책을 쓸 여지를 없애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편 최근의 정보통신 기술 발달은 그동안 상상조차 못했던 여러 형태의 거래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모바일 기술은 사람들이 어디에 있든지 네트워크에 쉽게 접근하여 업무를 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분산된 정보 체계를 가능케 만들어 블록체인을 이용한 가상화폐를 출현하게 했다. 가상화폐는 여태껏 중앙은행이 독점하여 온 화폐의 발권을 민간이 할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흔히 핀테크라고 불리는 다양한 금융거래 기법이 새롭게 개발되어 자본이 투자로 전환되는 과정을 쉽게 만들었다. 그 결과 금융시장은 좀 더 경쟁적인 환경으로 변하였고 새로운 시장 환경에 대한 규제도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기술의 발전이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어서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시장에 남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금융시장은 소위 금융화의 문제를 겪어 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Now 코로나19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의 대두로 금융시장이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와중에 닥친 코로나19 사태는 실물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면서 시작하였다. 이전의 경제 위기는 대부분 금융시장에서의 과다한 위험 창출이 대형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훼손시키고 그 충격파가 여타 금융 기관들로 파급되면서 실물 시장의 거래를 교란시키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경우에는 금융시장에서는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실물시장에서의 거래 실종으로 인한 경기의 급속한 냉각이 거꾸로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만들어 내었다.
이번 사태의 근원인 전염병의 가장 큰 특징이 무증상 전이인데 방역당국은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일반 사람들 간의 접촉을 막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경제적인 비용 면에서는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보통 경기의 하강은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생산 설비의 훼손 혹은 과도한 위험을 내포한 잘못된 투자로 인해 생산 활동이 교란되어 비롯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문제가 되는 사건이 없었는데 단지 사람들의 거래가 불가능해지면서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었다.
실물 거래의 실종 때문에 멀쩡하던 기업들조차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겪어야 했고 이에 대해 모든 나라의 경제정책 당국들은 일단 유동성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공급하는 대응책을 시행하고 있다. 기업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채산성도 중요하지만 단기적인 현금 흐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더욱이 매출은 없어도 고용에 대한 임금과 매장 임대료 등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이미 여러 달 동안 매출이 급격히 감소한 기업들에게 커다란 어려움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런데 이미 지속 저금리 기조로 금리를 더 낮추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효과는 거의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재난 지원금 등의 현금성 지원은 경제 내에 유동성을 급속히 증가시켰는데 이렇게 늘어난 유동성은 실물 시장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는 제한적인 역할을 하면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관심이 몰려 자산 가격의 상승을 가져왔다.

After 코로나19

사람들은 코로나19의 종결은 언제 올 것인가를 궁금해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일단 종식이 되어야 본격적인 경제활동의 회복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경제정책당국이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적극적으로 경제 활동을 막는 정책인데 정부가 한편으로는 경제 활동을 막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일관성이 결여돼 보인다. 그런 상충하는 두 정책을 동시에 쓰기 보다는 일단 신속하게 전염병의 전이를 막고 전염병에 대한 통제력이 생기고 난 후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쓰는 것이 전체적인 비용도 적게 들고 보다 효과적인 경제 정책일 것이다.
코로나19의 종식은 백신의 개발 혹은 확진자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 전까지는 현재와 같은 여러 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며 확산이 멈추기를 기다리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여겨진다. 일단 전염병에 대한 통제가 가능해진 후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지속되어 온 저금리 기조로 인해 통화정책은 이미 그 효력을 대부분 상실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재정 정책이 주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 중에도 불안정한 조짐을 보여 온 자산 시장의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면서 정상적인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이전의 금융시장에서도 저금리 기조는 여러 면에서 문제점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실물경기가 안 좋은 상태에서 지속되어 온 저금리 추세는 통화당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수단 하나를 무력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데 저금리 기조는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여겨진다. 제로 금리는 아니더라도 거의 0에 수렴하는 자본비용 덕택에 ‘갭투자’ 등의 전략을 사용하여 여러 채의 집을 구매하고 세를 주는 투자자들이 늘어나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은 계속 확대되어 왔다.
코로나19가 지나간 이후 금융 시장에서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그동안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공급된 막대한 유동성의 회수일 것이다. 이러한 유동성의 과잉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금융시장의 본래 기능은 실물 시장의 투자와 생산을 도와주어 사람들에게 보다 나은 물질적 삶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유동성의 과잉은 최근 진행되어 온 금융화 추세와 맞물려 실물 경제와 괴리된 금융시장에서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부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를 해온 측면이 있다. 그 결과 금융시장이 소득과 부의 양극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비판마저 들린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단 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고 동시에 지나친 금융상품의 유동화 등을 통해 금융시장의 거래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를 억제해야 한다. 물론 실물 투자가 증가하는 것에 비례하여 금융 거래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실물 시장의 경기와 괴리된 금융시장의 활성화는 건전한 금융시장의 진화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효과를 가질 것이다. 무엇보다 실물 시장의 성과와 유리된 금융상품 가격은 버블로 발전하여 중장기적으로 금융시장 불안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생겨난 비대면 거래에 대한 수요는 금융시장의 거래 관행에 대한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최근의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비대면 상태에서도 많은 거래 활동을 가능케 했고 시장 참여자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 경제의 회복 국면에서 우리가 가진 정보통신 기술상의 우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분야에서의 우월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뉴딜 등의 중장기 경제 대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새로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