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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진강변의
    곡성
    VS
    피오르가 있는
    플람

    • 글·사진. 송일봉 여행작가
  • 전라남도 곡성과 노르웨이의 플람(Flam)은 모두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기차여행의 명소’라는 공통점도 있다. 물론 곡성에서 운영하는 증기기관차는 관광객들을 위한 체험용이고, ‘플람 철도’는 관광객들과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정기노선이라는 차이점은 있다. 아울러 곡성은 섬진강을 끼고 있는 반면 플람은 피오르를 끼고 있다. 플람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지로 피오르 크루즈를 즐기기 위해서 여름이면 세계 각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플람을 찾아온다. 이에 반해 곡성은 차분하고 조용한 고장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기자기한 얘깃거리가 담긴 명소들이 많다.
섬진강변의
곡성
가정역 근처의 섬진강 풍경

곡성은 전라남도 동북부에 있는 작은 고장이다. 한때(1962년) 전체 인구가 14만 명이 넘었던 적도 있었지만, 인구가 점차 감소해서 현재는 2만8,000여 명(2020년)이 살고 있다. 그런데 ‘작은 고장’ 곡성이 최근 들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섬진강, 걷기 좋은 길, 옛 철길, 지역 먹을거리 등이 ‘편안한 여행지’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까닭이다. 아울러 곡성은 새로운 여행형태인 ‘뉴트로 여행’과도 잘 어울리는 명소이기도 하다.

섬진강 기차마을

‘섬진강 기차마을’은 곡성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다. 현재 이 마을에는 이국적인 정취를 자랑하는 ‘장미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해마다 ‘장미공원’에서는 5월과 6월 사이에 ‘세계장미축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서 축제를 취소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장미꽃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들은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체험 프로그램은 증기기관차를 타고 섬진강변을 달려보는 것이다. ‘섬진강 기차마을’을 출발해서 가정역까지 간 다음, 20분 정도 쉬었다가 다시 ‘섬진강 기차마을’로 돌아오는 프로그램이다. 체험에 소요되는 시간은 정차시간 20분을 포함해서 약 1시간 30분이다. 증기기관차를 탈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경우에는 ‘섬진강 기차마을’ 안에서 500m 코스의 순환형 레일바이크를 이용할 수도 있다.

‘섬진강 기차마을’의 증기기관차 승강장
섬진강 도깨비마을

증기기관차 운행구간에 포함되어 있는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는 ‘마천목장군길 2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시간을 잘 조절하면 증기기관차 체험과 트레킹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마천목장군길 2코스’의 길이는 5.5 km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마천목 장군은 도깨비 대장의 도움을 받아 섬진강에서 어머니께 드릴 물고기를 잡은 일화의 주인공이다.
도깨비 대장에게 부탁해서 쌓은 어살은 곡성군 고달면 앞 섬진강에 있다. 이 같은 유래를 바탕으로 곡성군 고달면에 ‘섬진강 도깨비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섬진강 도깨비마을’ 입구에는 커다란 조형물인 ‘도깨비 천왕’이 세워져 있고, 오솔길인 ‘도깨비 숲길’에는 중간중간에 수수께끼가 있어서 재미를 더해준다. 그리고 ‘섬진강 도깨비마을’ 안에는 우리나라 도깨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도깨비 전시관이 있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을 대신 전해주는(?) ‘바람의 전화’도 설치되어 있다.

도깨비마을의 포토존
태안사 숲길

곡성의 대표적인 고찰인 태안사는 들어가는 길이 참 예쁘다.
흙길과 계곡길을 번갈아 가며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태안사 입구에서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숲길에서는 정심교, 반야교, 해탈교, 능파각 등을 차례대로 만날 수 있다. 이 가운데 능파각이 가장 아름답다. 비탈진 계곡에 중심을 잡고 서 있는 나무다리와 누각의 자태가 하나의 예술품을 연상시킨다. 능파각의 ‘능파(凌波)’는 “아름다운 여인의 우아한 걸음걸이”를 가리킨다. 그래서일까? 이 능파각을 함께 걸은 연인들 가운데 결혼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능파각을 지나 마침내 태안사에 도착하면 ‘동리산태안사’라는 편액이 걸린 일주문이 나타난다. 일주문 왼쪽 아래에는 인공으로 조성한 예쁜 연못이 있다. 태안사 경내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연못 한가운데에는 작은 섬이 있고, 이 섬에는 삼층석탑이 세워져 있다.

정심교와 태안사 숲길
조태일 시문학기념관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은 시인 조태일(1941~1999년)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3년에 세워졌다. 시문학기념관 전시실에는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국토서시’의 육필원고를 비롯한 많은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1941년에 태안사 대처승의 아들로 태어난 조태일 시인은 1964년에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아침선박’이라는 시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1969년에는 시전문 문학지인 ‘시인’을 창간해서 많은 시인들을 발굴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쉰아홉 살 때인 1999년에 시집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를 출간한 뒤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조태일 시인은 생전에 여덟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그 가운데 네 번째 시집인 ‘가거도’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조태일 시문학기념관 입구
피오르가 있는
플람
플람에 정박해 있는 대형 유람선

오슬로에서 북서쪽으로 370km쯤 떨어진 플람은 피오르 연안에 자리 잡고 있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노르웨이 피오르의 심장’이라 부르고 있는 곳이다. 관광보다는 진정한 의미의 여행을 즐기려는 여행자들 사이에 입 소문을 통해 꽤 널리 알려진 명소이기도 하다.
플람은 세계적인 명성과는 달리 의외로 작은 마을이다. 전체 인구라고 해 봐야 고작 450여 명이 전부다. 그런데도 ‘플람’이란 지명이 유명 여행지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것은 바로 이곳이 피오르 여행의 대표적인 출발지이기 때문이다. 밝은 표정의 여행자들로 붐비는 기차역,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대형 유람선과 페리 보트, 그리고 가파른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 등은 ‘작은 마을’ 플람을 더욱 빛나게 한다.

플람 철도

오늘날 플람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데는 ‘철도의 최고 걸작품’이라는 찬사를 받는 플람철도의 영향이 매우 크다. 플람 철도 그 자체가 이미 오래 전부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여행’ 가운데 하나로 손꼽혀 왔기 때문이다. 플람 철도는 오슬로-베르겐 노선과 연결된 지선이다. 오슬로에서 베르겐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4시간 30분쯤 가면 환승역인 뮈르달역에 도착하게 되는데 플람 철도는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플람 철도의 전체 길이는 20km다. 이 가운데 6km가 20개의 터널로 이뤄져 있다. 당시 터널 1m를 뚫는데 한 달 정도가 걸렸다고 하니 얼마나 힘든 공사였는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해발 866m 지점의 뮈르달역부터 해발 2m 지점의 플람역까지는 구불구불한 내리막길로 이뤄져 있다. 약 1시간이 소요되는 이 노선에서 여행자들은 노르웨이의 웅장한 자연미에 흠뻑 빠지게 된다. 플람 철도는 1923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20여 년 후인 1944년에 개통되었다.

플람역 승강장
자유여행자들을 위한 교통패스, ‘Norway in a Nutshell’

노르웨이 여행에서 여행자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이동수단이다. 험한 산악지형과 피오르가 버스의 이동을 상당부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교통패스가 바로 ‘Norway in a Nutshell(노르웨이 인 어 넛셀)’이다.
‘Norway in a Nutshell’을 이용해 플람을 여행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오슬로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뮈르달역에 도착한 후 플람 철도로 갈아탄다. 플람에서는 유람선을 이용해 구드방겐으로 향하면서 ‘노르웨이 피오르’의 진수를 감상한다. 구드방겐에서 보스까지는 버스를 이용한다. 그리고 보스에서는 다시 기차를 타고 베르겐으로 향한다.
베르겐에 도착한 후에는 오후 늦게 출발하는 야간열차를 이용해 오슬로로 돌아오면 된다. Norway in a Nutshell을 이용하려면 오슬로 중앙역에서 미리 예약과 발권을 해야 한다.

플람역과 뮈르달역을 오가는 기차
효스 폭포 & 하레이나 마을

뮈르달역을 출발한 기차는 잠시 후 키오스포센역에서 5분간 정차한다. 여행자들은 이 시간을 이용해 밖으로 나가서 효스 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폭포 중간쯤에서는 빨간색 옷을 입은 요정이 나와 1~2분 정도 춤을 추고 사라진다. 노르웨이 신화에 등장하는 요정인 ‘훌드라(Huldra)’를 재현하는 것이다. 플람 철도 구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은 오래된 교회가 있는 하레이나 마을이다. 개울이 흐르는 협곡 한쪽에 10여 채의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개울에는 작은 다리가 놓여 있다. 플람 철도를 이용해 급경사의 산허리와 여러 개의 터널을 지나 종착역에 이를 무렵. 여행자들의 눈에는 예쁜 호수를 연상케 하는 피오르의 끝자락과 아담한 마을이 펼쳐진다. 선착장에는 기차를 타고 온 사람들을 태우고 떠날 유람선들이 정박해 있다. 플람을 출발한 유람선이 느리게 항해를 하는 동안 여행자들은 유람선 양쪽에 펼쳐지는 웅장한 노르웨이 피오르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효스 폭포와 훌드라 요정
게일로

게일로(Geilo)는 하당예르 고원에 있는 유명 휴양지다. 따라서 플람을 찾은 대다수의 여행자는 이곳 게일로의 호텔들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겨울에는 고급 스키리조트로 운영하고 있지만, 비수기인 한여름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호텔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람에서 게일로까지는 버스로 약 3시간이 소요된다.
게일로는 유명 휴양지인 만큼 대부분의 호텔은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다. 단체여행자들이 식당으로 이용하는 ‘베스틸랴 호텔’의 경우에는 통로 곳곳에 뭉크의 작품들(복제품)이 걸려 있고, 야트막한 언덕에 있는 ‘게일로 호텔’은 1880년에 문을 연 호텔이기도 하다.
아침 식사를 하기 전이나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는 호텔 주변을 산책해도 좋다. 곳곳에서 알프스를 연상케 하는 예쁜 야생화를 볼 수 있고, 고즈넉한 산길을 따라 가벼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비가 내린 다음날이라면 높은 봉우리에 쌓인 하얀 눈도 볼 수 있다.

140년 전에 문을 연 ‘게일로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