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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금융가이드
배워봅시다
  • 큐코노미의 도래와
    멘탈데믹

    • 글. 김고금평 머니투데이 문화부 기자
  • 격리·방역경제를 의미하는 큐코노미(Qconomy, Quarantine Economy)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오랜 문화와 전통까지 변화하고 있다. 이제 방역은 우리의 삶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자감염병에 대한 인간의 대응 행동으로 생겨난 새로운 표준으로 사회·문화·경제 전반에 새롭게 자리 잡고 있다. 또 에피데믹 정신을 의미하는 ‘멘탈(Mental)’과 감염병을 의미하는 ‘에피데믹(Epidemic)’을 합성한 ‘멘탈데믹(Mentaldemic)’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제는 신체 방역뿐만 아니라 ‘심리 방역’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회 현상, 심리 상태의 변화를 배워봅시다에서 알아본다.
적응과 배척이 동시에 이뤄지는 우리의 일상

우리는 그간 눈에 직접 보이는 실물에 돈을 내어주었는데,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술이 불러온 최첨단 콘텐츠와의 온라인 거래는 이제 일상이 됐고,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의식주 등 기본 생활은 물론 문화, 스포츠, 레저 등 불가능(?)의 영역도 쉽게 즐기는 시대의 개척자가 되어가는 중이다.
단기간에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 시대가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우리의 일상은 ‘뉴노멀’(새로운 표준)에 적응하면서 동시에 배척하고 있다. 그 적응은 ‘큐코노미’(Qconomy·격리경제)라는 신조어와 함께 시작됐고, 배척의 결과는 ‘멘탈데믹’(Mentaldemic·심리방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큐코노미는 ‘격리’를 뜻하는 ‘Quarantine’의 첫글자에 ‘경제’를 의미하는 ‘Economy’를 합친 조어다. 코로나19에 따른 격리 및 봉쇄 조치 이후 변화된 경제상을 일컫는다.
실제 전 세계는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외출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신체적 제한과 함께 달라진 사회경제적 풍경은 △온라인 구매 급증 △원격교육과 재택근무의 확산 △화상면접을 통한 기업의 신규 채용 등 언택트(Untact, 비대면) 문화들이다.

미증유를 통해 찾는 돌파구

교육 분야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는데, 큐코노미의 전형적인 사례이면서 전에 거의 해보지 않았던 ‘미증유(未曾有)의 실험’이라는 점에서 시선이 집중됐다. 이 온라인 개학은 교사와 학생이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학습 환경에 교사가 직접 제어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부작용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큐코노미 시대에 학습의 새로운 돌파구로 자리잡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업에서도 큐코노미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다양화한 유연근무제와 집에서 회사업무를 하는 재택근무제를 확대, 시행했다. 최근에는 IT기업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워케이션’이 확산하고 있다. 워크(work·일)와 베케이션(vacation·휴가)을 합친 워케이션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원격근무가 보편화한 시대에 사무실과 집을 너머 휴가지에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한 회사 정책인 셈이다. 직원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수도권에 머물게 함으로써 코로나 확산을 막자는 취지가 반영됐다.
큐코노미는 말 그대로 ‘격리’된 상태에서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 것이라 집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는 ‘홈코노미’(Home+Econ-omy) 방식과 유사하다. 문화나 스포츠의 현장감을 고스란히 느끼기 위해 대형 TV를 구매하기도 한다. 온라인 장보기는 달라진 풍경의 가장 대중화한 사례다. ‘엥겔지수(전체 지출 가운데 식비의 비중)’가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된 가운데, 먹거리 구매의 이용처도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서 쇼핑몰이나 배달 주문 등 비대면으로 눈을 돌렸다. 7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가 격상되면서 온라인 주문은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올해 1분기(1~3월) 소비한 돈의 약 5분의 1은 임대료와 수도·전기료 등을 내는 데 쓰였다. 그만큼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보니 ‘거주비용’이 많이 나온 셈이다.

“큐코노미로 인한 변화,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아”

전체 소비지출에서 거주비 비율인 ‘슈바베 지수’는 국민 소득수준이 오르면 낮아지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엔 예외 또는 특수로 통했다. 최근 20년 전인 2001년 수준(19%)으로 급등한 것이다. 코로나가 장기화에 접어들면서 경기는 침체하는 데 물가는 오르는 준 스태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외부활동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거주비에 지출하는 비율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여파로 전반적인 소비지출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연간 지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40만 원으로 1년 전보다 2.3% 감소했다. 항목별로 보면 오락·문화 지출(14만 원)이 전년 대비 22.6% 감소하면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정부가 다양한 지원금과 정책으로 돈을 풀어도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큐코노미의 특징이자 한계다.
큐코노미가 가져온 변화는 개인에게만 국한하지 않는다. 비대면 산업이 코로나 시대의 수혜주라면 대면 소비 업종은 피해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생활이 아닌 생존을 걱정해야 할 만큼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배달과 포장 위주의 비대면 산업의 행태를 고스란히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도 이 같은 위기에서 나왔다. 임대료를 적게 내고 포장에 수요가 몰리는 탓에 불가피해 배달형 전문매장을 내거나 변환한다. 기업, 기관의 구내식당도 예외는 아니다. 급식업체인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올해 1~6월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대신 포장 음식을 선택한 사람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 4단계 거리두기가 시작된 지난 7월 1~10일에는 증가율이 72%에 이를 정도였다.

멘탈데믹에도 대비해야

큐코노미가 ‘격리’라는 상황에 맞춰 진화하다 보니, 정서적 손실도 작지 않다. ‘멘탈데믹’은 개개인의 정신적 우울감이 공동체에 전염병처럼 확산하는 현상을 말한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4월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 47.5%가 코로나 장기화로 불안이나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52.2%, 30대 46.5%, 10대 40.0% 순으로 연령대가 증가할수록 비율도 높아졌다.
이은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는 사회경제적 손실 못지않게 국민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민 트라우마 확산, 즉 멘탈데믹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