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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금융가이드
전문가 리포트
  • 빅테크의 등장
    금융산업의 미래 어떻게 바꿀까?

    • 글. 조재박 삼정KPMG 디지털본부장
  • 빅테크(Big Tech)의 금융업 진출이 기존 금융권 내 경쟁 구도를 재편하는 동시에 새로운 위협 요소로 부상하며 기존 금융업의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있다. 이에 이번호에서는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 동인과 양상, 그리고 빅테크로 인해 기존 금융업에 촉발된 혁신과 경쟁 동향을 알아보고, 금융사 시사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빅테크의 특성과 금융업 진출 양상

빅테크 기업은 소셜미디어, 메시징, 검색엔진 등의 주력사업을 기반으로 전자상거래, 모빌리티, 금융 등 다양한 사업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거대 플랫폼사를 지칭한다. 빅테크는 급속한 기술 발전과 모바일 확산, MZ세대의 부상이라는 트렌드 하에 광범위한 고객군과 데이터 수집/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전방위에 걸쳐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데이터 기반 네트워크를 강화(Data-network-activities Loop)한다는 강점을 가진다. 특히, 금융의 높은 기술 의존도, 편의성과 신속성이 높은 금융서비스에 대한 선호 증가, 비금융기관에 대한 상대적 규제 완화 등이 어우러져 빅테크가 금융업 진출에 있어 용이한 환경이 조성되었고, 이에 빅테크의 전체 매출 중 금융이 11%를 차지하고 있다.
빅테크들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다. 첫 번째로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이하 GAFA) 등과 같이 기존 금융사와 협력하는 방식이며, 두 번째로는 중국의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이하 BAT) 등과 같이 금융업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하여 기존 금융사와 경쟁하는 방식이다. 두 가지 방식 모두 빅테크 기업은 기존 주력사업에서 축적한 광대한 고객 기반과 충성도를 활용하면서 구매와 직접적인 연계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지급결제 서비스에 우선 진출하고 있다. 미국 GAFA는 자사 플랫폼의 지급결제를 상품화 과정에 포함하고, 은행 등과 제휴하여 금융의 고객 접점 역할을 담당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산업 성숙도 및 규제 허들이 높은 미국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라이선스 취득 비용을 절감하면서 고객 및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닌다. 반면, BAT와 같은 후자의 경우, 지급결제 서비스를 기반으로 은행, 증권, 보험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결합하면서 종합금융 플랫폼을 지향하고, 더 나아가 금융업과 비금융업을 아우르는 슈퍼앱을 조성하는 전략을 펼쳐 왔다.

주요 빅테크 기업의 금융서비스 제공 현황
미국 중국 기업명 주력사업 지급결제 은행 대출 크라우드 펀딩 자산관리 보험 구글 검색/메일 ○ ○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하드웨어 소셜미디어 전자상거래 ○ ○ ○ ○ ○ ○ 1)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전자상거래 검색 게임/메시징 ○ ○ ○ ○ ○ ○ ○ ○ ○ ○ ○ ○ ○ ○ ○ ○ ○ ○ 1) 구글은 2021년 내 씨티그룹과 협력하여 수표발행 등이 가능한 은행계좌서비스 출시를 발표
자료: Crisanto, J. C., J. Ehrentraud, and M. Fabian., 2021, "Big techs in finance: regulatory approaches and policy options", FSI Briefs. No.12.
FINTECH financial TECHNOLOGY
빅테크와의 경쟁 속 혁신을 모색 중인 글로벌 금융사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 가속화는 금융업 내 혁신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자산 규모로 경쟁하고 자사 채널을 통해 고객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던 은행권은 빅테크 등으로 인한 환경 변화, 비대면 채널로의 고객 접점 이동과 채널 경쟁력 약화,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 등에 당면하면서 고객 접점 수성, 운영 비용 절감이 절실해 지고 있다. 또한 판매 채널에 대한 장악력 약화는 금융업 내 제조와 판매 분리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도입에 따라 데이터 활용 역량 및 자사 채널 외 제3의 고객 접점 확보가 금융업의 주요 경쟁력이 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은행, 보험, 증권, 카드라는 업종 구분보다는 돈을 모으고, 빌리고, 쓰고, 쌓고, 보장받는 기능이 편리하게 맞춤화되어 제공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도전 과제 속 글로벌 주요 은행은 디지털 뱅킹 역량 강화와 고객 접점 강화 등을 위해 내부 혁신을 추진하는 동시에 빅테크/핀테크 기업 등과의 파트너십 및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디지털 금융 플랫폼 ‘Marcus’를 앞세워 디지털 리테일 금융을 확장하면서 2018~2020년 중 69건의 핀테크 기업 투자를 단행했다. 2019년 5월에는 유나이티드 캐피탈(United Capital)을 인수하며 디지털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는 한편, 애플과 공동으로 애플페이를 선보였다. JP Morgan은 2021년 6월 핀테크 회사인 넛메그(Nutmeg)를 인수하여 영국의 디지털 리테일 금융 진출을 시도하는 한편 아마존과 함께 신용카드가 없는 젊은 층을 겨냥한 새로운 결제 플랫폼을 구상 중이다. 또한 씨티그룹은 구글과 협력 관계를 맺어 구글 페이를 런칭한데 이어 2020년 11월 구글 페이에서 당좌예금 및 저축예금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씨티 플렉스 어카운트(Citi Plex Account)를 출시했다.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 및 국내 금융사의 대응 방향

우리나라에서도 카카오와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이 모바일 채널을 통해 편의성을 확보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금융산업 내 강자로 부상 중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확장하는 동시에 2014년 카카오페이를 통한 송금과 결제 서비스, 2017년 카카오뱅크 설립, 2021년 6월 카카오손해보험 예비인가를 받는 등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하며 금융업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네이버는 사내 독립기업으로 네이버페이 부문을 운영하다가 2019년 네이버파이낸셜로 금융 계열사를 분사하면서 금융·쇼핑·결제 간 시너지를 제고하는 동시에 미래에셋대우 등과 협력하여 금융서비스를 강화 중이다. 이에 따라 대형 은행을 비롯한 카드, 보험사 등 기존 금융권이 크게 긴장하고 있으며, 핀테크 기업 협업을 통해 신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한편, 빅테크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국내외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본격화와 대형화에 따라 대고객 판매 채널에 대한 독과점,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우려, 자산관리 및 보험과 같은 중장기 상품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특히 빅테크의 일부 금융서비스가 예외를 적용받고 있다는 논란이 발생하면서 금융에 대한 공정 경쟁 및 건전한 시장 질서 유지에 대한 필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금융 시스템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동일 기능에 대한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하고 금융상품 중개에 대한 규제 정비가 논의되는 한편, 전통적인 금융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플랫폼 비즈니스 영위, 핀테크 및 헬스케어 기업 등에 대한 투자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인다.
빅테크로 인한 다양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은 기존에 보수적이라고 여겨졌던 금융업 내 새로운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며 금융의 효율성, 금융소비자의 접근성과 편의성 제고를 가져온 측면이 있다. 특히, 플랫폼 경제로 이행하면서 금융업에서도 고객 데이터에 대한 분석과 맞춤형 금융서비스 제공, 고객 접점 확보와 에코시스템 확장, 물적-인적 자원의 효율적 활용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통 금융사는 그간 쌓아왔던 금융 노하우 및 리스크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금융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혁신과 디지털 역량 확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금융사는 자체적인 혁신을 모색함과 동시에 빅테크/핀테크 기업과의 제휴 및 투자를 강화하여 고객 접점과 디지털 활용도를 높이고, 상품 본원 경쟁력 제고와 글로벌 수준의 중장기 투자 및 연금 상품 제공, 오프라인 및 컨택 센터의 향후 역할 변화, 포용적 가치 창출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전송 요구권이 도입되는 등 마이데이터가 금융에서 시작하여 헬스케어, 공공 등으로 확대됨에 따라, 금융 및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하여 고객을 전방위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규제 환경에 차이가 있지만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인 UHG (Unit-ed Healthcare Group)가 헬스케어 서비스인 옵텀(Optum)을 통해 고객에게 확장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모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향후 자사 역량과 채널만으로는 고객 접점 및 서비스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금융과 헬스케어, 유통 등의 비금융 데이터 결합과 전후방 사업 확장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향후 금융사는 금융 공급자 관점의 업종 및 상품 구분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돈을 어떻게 모으고 빌리고 쓰며 현재 보장과 노후 대비에 대한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주는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또한 제휴 및 투자를 통해 금융사 자체의 미래 가치 (Future Value)를 높이는 방안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이러한 시도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