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당연하던 것들을 당연시 할 수 없게 됐다. 사람 간 전염을 가장 주의해야 하기에 사람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비대면, 비접촉으로 해결하는 게 최선인 탓이다. 혹자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고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일상 속에서 ‘언택트’를 가능하게 하는 전방위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존에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던 일들을 비대면, 비접촉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서비스의 흐름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사실 언택트 산업은 이미 연구·개발되고 있었고 일부 분야에서는 상용화되기도 했지만 현재 상황처럼 절실한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진화의 개념으로 접근했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제 언택트가 선택이 아닌 필수 혹은 대안이 되면서 사회·경제 전반에 부는 변화의 큰 축이 되었다. 지급수단의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 온라인 소비 증가가 비대면, 비접촉 결제 서비스가 확대의 핵심이다.
덕분에 디지털 금융시장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간편결제나 모바일 뱅킹이 활발해진 반면 현금보유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온라인 결제성 예금 잔고는 성장세를 보인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양상이다.
지난 4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 확산이 주요국 지급수단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영국 등 일부 국가의 경우 현금 사용에 따른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점 봉쇄 등의 영향으로 현금 사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이후 소비자의 30%가 NFC 카드, 스마트폰과 같은 비접촉 지급수단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70%는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이를 계속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문 결과를 밝혔다. 독일에서도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체 카드 사용액 중 비대면결제 비중이 50%를 상회했다.
이제 보다 광범위한 언택트 서비스 확산과 기술 발전은 시간문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새로운 생활방식에 적응한 소비자와 재편된 산업 구조가 과거로 돌아가기 보다는 새로운 길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길어진 자발적 고립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소비욕구가 봉인된 지 수 개월째. 다소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닌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외출을 부추기는 화창한 날씨에 외부 활동이 증가됐고, 자연스레 지갑이 열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재난지원금 지급이 확정되면서 소비심리는 조금씩 살아났다.
전문가들은 일종의 ‘보복 소비’ 현상이라고 말한다. 표현이 다소 자극적이지만 ‘보복 소비’(혹은 보상소비)는 외부 요인으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분출된다는 의미다. 그동안 자제할 수밖에 없었던 쇼핑, 여행, 외식 등을 마치 보상 받으려는 듯 ‘분노의 소비활동’으로 해소하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존의 소비욕구가 되살아난다는 점에서 ‘소비 요요(yoyo) ’라고도 할 수 있겠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놓은 소상공인 매출액 조사를 보면 실제로 소상공인 매장과 전통시장 모두 매출 감소 비율이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50%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하면 작은 소비 활동이라도 필요한 곳에 힘을 보태는 ‘착한 소비’문화도 생겨났다. 경기 침체로 생산한 농산물이나 제조품을 납품할 곳이 없어지거나, 수출이 어려워진 농민들을 위한 것이 그 시작이다.
기업과 공공기관은 농가를 돕기 위한 화훼농가 돕기를 실천하고, 소비자들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농가를 찾아 저렴하고 안전하게 제품을 구입했다. 착한 소비가 긍정적 효과와 반응을 이끌어내자 한 발 더 나아가 ‘착한 선결제’도 등장했다. 지역상권 내 음식점, 카페 등에서 선결제를 하고, 재방문을 약속하는 소비자 운동이다.
소비가 살아난다고 해도 여전히 ‘집단활동’, ‘감염’ 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하지만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와 고립감, 무기력함에 지쳐버린 요즘, 마음에 여유와 평화를 주는 휴식은 더욱 절실하다. 완연한 여름 날씨의 유혹과 장기화된 사태에 지친 이들이 야외활동을 조금씩 시작하면서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사람들 스스로 안전하게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는가 하면, 문화·관광업계는 휴식도 접촉을 최소화 한 나 홀로 방식이나 독립적 여가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를 VR 콘텐츠로 즐길 수 있도록 제작해 단순히 가지 않고 보는 것을 넘어 VR체험 경험까지 선사한다. 또 국립현대미술관은 큐레이터가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유튜브 동영상 콘텐츠를 업로드 하고 있다.
공연계도 코로나19 여파가 거세다.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했고, 글로벌 아티스트 방탄소년단도 취소된 월드투어 대신 SNS채널로 지난 공연 영상을 공유했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콘텐츠가 소비자들에게 문화적 감수성을 잃지 않고, 예술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도록 할 수는 있지만 문화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직접적인 대안으로는 부족하다. 문화·예술계는 체험적 활동이 소비와 직결되는 만큼 언택트 서비스로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수익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