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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를 깨워 줄, 브레인 샤워
복도 끝의 두 남자
- 글. 『뇌가 섹시해지는 추리퀴즈 2단계』, 비전코리아, 2016.
- 바야흐로 창의력의 시대. 활발한 두뇌운동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바탕이 된다. 잠깐의 휴식시간동안 당신의 뇌를 깨워줄 추리퀴즈를 매 호 소개한다.
감쪽같이 사라진 현금
“그자들이 어떻게 도망쳤는지 모르겠어, 올리버.”
케이슨 포레스트는 보통 모두에게 상냥한 미소를 짓는 덩치 큰 남자였다. 하지만 오늘은 심각하기 짝이 없었다. 며칠 전 그가 운영하는 화원 사무실에서 거액의 현금을 도둑맞은 것이다.
“복도 저쪽 끝, 문가에 있는 그자들을 봤어. 그래, 좀 어둡긴 했지만 분명히 키 180센티미터 이하, 작업복 차림의 남자 두 명을 봤다고. 나하고 가까운 쪽에 있는 사람은 의사 왕진 가방 같은 것을 들고 있었어. 정말 이상하다 싶어서 삼십 초도 안 되어 나도 그들을 따라 문을 나갔지. 그런데 그 사람들이 안 보이는 거야. 거기 있는 사람은 크리스 비들뿐이었어. 사람들이 뛰어나오는 소리는 들었지만 아무것도 못 봤대. 문제는, 우리 야외 창고는 폭이 백 미터는 되고 최소한 삼백 미터 정도까진 훤히 다 보인단 말이야. 만약 그자들이 옆으로 돌아서 갔다면 크리스와 맞닥뜨렸을 거고, 게다가 그쪽에는 높은 울타리가 있어. 울타리를 타고 넘어갔다면 분명히 어떤 소리라도 들렸을 거야. 그러니까 그냥 사라져버린 거라고.”
올리버 제임스는 생각에 잠겨 얼굴을 찌푸렸다.
“희한한 일이네. 그자들이 무슨 차 같은 걸 타고 간 건 아니지?”
케이슨 포레스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닐 거야. 그렇게 빠르고 조용하게 내 시야를 벗어나 야외 창고를 가로질러 도로까지 갈 수 있을 리가 없어. 소리도 하나 내지 않고 말이야. 경찰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해. 진술을 받아 갔고 모든 단서를 추적하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별로 낙관적이지 않은 것 같아. 심지어 도둑맞은 현금을 찾기 어려울 거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니까.”
- 올리버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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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관찰력이 뛰어나며 사소한 것에서도
단서를 잘 찾아내는 건축가.
특기를 살려 친구들을 돕는다.
유난히 장사가 잘되던 날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어떨까. 당시 현장에 상당한 돈이 있다는 걸 알았던 사람은?”
“나는 화요일마다 금고에 있는 돈을 은행에 입금해. 임페리얼 호텔에 납품한 난초들이 많은 화제가 된 덕분에 현금 도난사건이 있었던 바로 그 전주의 주말은 굉장히 장사가 잘되었어. 그러니 주말에 일했던 사람이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을 거야. 헤더 리브스, 오브리 펜튼, 아이작 브런슨, 앤젤로 델가도, 그리고 크리스 비들. 하지만 화요일 아침에 헤더는 매장에서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었고, 앤젤로는 월요일과 화요일을 쉬고, 오브리는 나와 함께 회의실에서 주문서를 살펴봤고, 아이작은 계산대를 맡았고, 크리스는 야외 창고를 정리했지. 게다가 혹시 우리 직원 중에 누가 도둑들에게 털기 좋은 날이라고 귀띔했다고 쳐도 그자들이 사라진 건 설명이 안 돼.”
“그렇지. 말이 안 돼. 그래도 우선 가능성을 살펴보자고. 직원들은 어떤 사람들이야?”
“헤더는 정말 사랑스러운 아가씨야. 손님이 아무리 무례하고 제멋대로여도 친절하게 도와줘. 여기 일 년 반쯤 있었지. 언젠가 결혼하면 그만두겠지만, 헤더만 행복하다면야 난 대찬성이야. 오브리는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일했고 내 오른팔이야. 오브리가 없으면 막막할 거야. 오브리가 나를 그런 식으로 배신했을 거란 생각조차 차마 못하겠어. 아이작은 성실한 사람이지. 여기 삼 년 있었는데 아주 차분하고 유능한 청년이야. 헤더에게 엄청 다정하지만 너무 수줍어서 말을 못 꺼내. 아무래도 관계를 발전시킬 계기를 좀 만들어줄까 생각 중이야. 헤더한테 잘할 테니까. 크리스는 여기서 일 년쯤 일했지. 조용하지만 속이 깊어. 책벌레라 온갖 주제에 박식하고. 뭔가 읽을거리를 들고 있지 않을 때가 없어. 마지막으로 앤젤로는 우리하고 일한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누구보다 원예를 훤히 꿰고 있지. 구근 얘기를 꺼내면 입을 다물 줄 몰라. 이런 이야기가 좀 도움이 될까?”
“잘 모르겠어.”
올리버 제임스는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들이 사라진 곳
“그자들이 사라진 곳을 한 번 볼 수 있을까?”
“그러지 뭐.”
케이슨 포레스트는 애써 미소 지으려 했지만 실망을 감추기 어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회의실 앞 복도는 곧장 건물 뒤편으로 이어졌다. 길고 어둑어둑한 복도 바닥엔 돌이 깔렸고 녹색 페인트칠이 되어 있었다. 복도 양쪽으로 문이 몇 개 있었고 그 끝 쪽 난방이 되는 창고 옆이 야외 창고로 나가는 문이었다. 직원 휴게실은 큰 거울을 사이에 두고 복도 맞은편에 있었다. 갈림길에 다다르자 케이슨 포레스트는 오른쪽을 가리켰다.
“내 사무실은 저쪽이야. 그리고 저게 야외 창고로 나가는 문이고.”
야외 창고로 가는 넓은 양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올리버 제임스는 밖으로 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케이슨 포레스트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화원의 야외 창고는 족히 폭이 백 미터는 되었다. 묘목이 드문드문 있긴 했지만, 사람이 뒤에 숨을 만큼 크진 않았다. 차량 출입문은 열려 있었고, 그 뒤로 도로가 보였다.
“케이슨.”
올리버 제임스가 마침내 말했다.
“누가 그랬는지 알 것 같아.”
거꾸로보는 정답
크리스 비들이 도둑이고,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 복도 저쪽 끝에서 케이슨 포레스트는 크리스 비들과 복도 끝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이다. 케이슨 포레스트는 두 사람을 봤다고 생각했지만 한 명이었다. 케이슨 포레스트가 달려 나오는 소리를 듣고 크리스 비들은 얼른 가방을 묘목들 사이에 숨겼고, 케이슨이 도망친 남자에 대해 물으면 모르는 척할 셈이었다. 운 좋게 케이슨 포레스트가 잘못 봤다는 걸 알고 크리스 비들은 거짓말로 케이슨 포레스트의 오해를 부추기고, 나중에 가방을 회수했다. 케이슨 포레스트가 경찰에 한 목격 증언을 정정하자, 크리스 비들은 수사를 받았고 이후 자백했다. 케이슨 포레스트는 대부분의 돈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