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본문영역

FSS 인사이드
배틀트립
  • 역사의 고장
    창녕
    VS
    생태 낙원
    애들레이드

    • 글·사진. 송일봉 여행작가
  • 경상남도 창녕과 호주의 애들레이드는 서로 닮은 점이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두 곳 모두 ‘생태 도시’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창녕에는 건강한 늪지대인 우포늪이 있고, 애들레이드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태 낙원’인 캥거루 섬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서로 다른 점을 찾아본다면 창녕은 산을 끼고 있고, 애들레이드는 바다를 끼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창녕은 오래된 역사를 반증하는 가야시대 고분들이 많은 반면, 애들레이드는 이민자들에 의해 도시가 형성된 곳인 만큼 그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역사의 고장
창녕

창녕은 우리나라의 ‘4대강’ 가운데 하나인 낙동강을 끼고 있는 고장이다. 아울러 창녕읍 동쪽에는 억새군락지로 유명한 화왕산이 있다. 해마다 4월 중순이면 화왕산 능선 곳곳에서 진달래꽃 군락지도 만날 수 있다. 창녕은 교통이 편리한 고장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두루백리의 고장’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는 대구, 마산, 밀양, 합천 등이 모두 100리 안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최근 들어 창녕은 ‘생태 도시’라는 새로운 별명을 또 하나 얻었다. 창녕군 전체가 지난 2018년에 제주시, 순천시, 인제군 등과 함께 세계 최초의 ‘람사르 습지 도시’로 인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인증을 받은 습지 도시는 창녕군을 포함한 7개국 18개 도시다.

우포늪

창녕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내륙습지인 우포늪이 있다. 우포늪은 약 1억 4천만 년 전에 생성된 ‘살아있는 생태박물관’이다. 당시 강물이 범람하면서 밀려온 흙과 모래가 입구를 막으면서 커다란 저수지가 만들어졌고, 점차 퇴적물이 쌓이면서 지금과 같은 ‘늪’이 형성되었다.
우포늪은 크게 우포, 목포, 사지포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여기에 쪽지벌과 산밖벌을 포함하면 전체 면적이 약 250만㎡에 이른다. 이처럼 넓은 우포늪에서는 식물류 800여 종을 비롯해서 조류(209종), 어류(28종), 포유류(17종) 등 다양한 종류의 토속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우포늪은 ‘생태교육의 현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특히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다. 우포늪에서는 철새도 많이 볼 수 있다. 우포늪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는 30여 종 15,000여 마리다. 간혹 먹이활동을 위해서 이동하는 철새들도 볼 수 있다.

화왕산

창녕을 대표하는 명산인 화왕산(해발 756m)은 밀양 재약산, 광주 무등산과 함께 억새 군락지로 유명하다. 화왕산에 둘러싸여 있는 정상부 전체가 모두 억새밭으로 뒤덮여 있다. 화왕산 서쪽 자락에는 ‘자하곡’이라 불리는 이름다운 골짜기가 있다. 자하곡은 ‘자하동천(紫霞洞天)’이라 불리기도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동천’은 ‘천제와 신선이 소통하는 공간’ 을 가리키는 도교 용어다.
화왕산 정상에는 길이 약 2.6km의 ‘테뫼식 산성’인 화왕산성이 축성되어 있다. ‘테뫼식 산성’이란 성곽의 형태가 마치 산에다 머리띠(테)를 두른 것처럼 축성된 산성을 말한다. 화왕산성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 곽재우 장군이 의병들의 근거지로 삼았던 곳이다. 당시 화왕산성 일대가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왕산성을 언제, 누가 축성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단지 문화재청 자료에 ‘가야 시대 때 축성된 산성으로 추정된다.’라고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 우포늪에서 바라본 화왕산
  • 우포늪 습지 주변 갈대
  • 먹이활동을 위해 이동하는 우포늪의 겨울철새들
  • 우포늪의 가을
교동고분군

비화가야의 중심지였던 창녕은 ‘제2의 경주’라 불릴 정도로 많은 문화재가 있는 고장이다. 따라서 창녕에는 가야시대의 유물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명소가 교동고분군이다. 창녕의 교동고분군에는 80여 기의 고분들이 밀집되어 있다. 현재 이 고분들은 대부분 5~6세기 무렵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일제강점기 때인 1918년과 1919년 사이에 대규모의 발굴 작업이 이뤄졌다. 당시 마차 20대에 실을 수 있는 많은 유물이 출토되었으나 대부분 일본으로 반출되었다. 게다가 의도적으로 발굴보고서를 남기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교동고분군 옆에는 지난 1996년에 개관한 창녕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비화가야의 다양한 유물들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많은 유물 가운데서도 8,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배, 동물이 그려진 토기가 눈길을 끈다. 가야시대의 유물인 ‘굽다리접시’도 전시되어 있다. 일명 ‘창녕형 접시’로 불리는 귀한 유물이다. 참고로 ‘굽다리’는 ‘그릇에 달린 높은 굽’을 말한다.

  • '교동고분군'을 답사하는 탐방객들
  • 창녕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굽다리접시'
남지 백일홍 꽃밭

해마다 4월이면 창녕군 남지읍 둔치의 체육공원 일대는 샛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인다. 그 꽃밭은 9월이 되면 다시 알록달록한 꽃밭으로 탈바꿈한다. 그 꽃의 주인공은 백일홍이다. 남지 백일홍 꽃밭에서 만개한 백일홍을 볼 수 있는 시기는 대략 9월 중순부터 10월 초순 사이다. 이 시기에 맞춰 창녕군에서는 ‘창녕 낙동강 백일홍 축제’ 를 연다. 백일홍 꽃밭 근처에서는 유난히 눈길을 끄는 철교도 있다. 옅은 파란색과 주황색으로 도색을 한 남지철교(등록문화재 제145호)다. 창녕군 남지읍과 함안군 칠서면을 연결하는 남지철교는 1931년에 세워진 아름다운 철교다.

생태 낙원
애들레이드

호주에는 영국의 영향을 받은 ‘영국풍 도시’들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남호주의 주도인 애들레이드는 유난히 영국적인 색채를 많이 띠고 있다. 도시의 역사는 그리 깊지 않지만 구획정리가 잘된 거리를 거닐다 보면 마치 영국의 어느 작은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애들레이드는 1836년에 270여명의 영국 이민자들이 정착을 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애들레이드는 시드니, 브리즈번, 멜버른 등과 같은 호주의 유명도시들과는 달리 일반여행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은 아니다.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나 이른바 ‘생태계의 보고’라 불리는 캥거루 섬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간간이 이어지는 도시다.

토렌스 강

애들레이드는 토렌스 강에 의해 남북으로 나누어져 있다. 강변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 전용도로가 길게 이어져 있다. 강변에서는 데이트에 푹 빠진 젊은 연인들,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책 읽기에 열심인 사람들이 적당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강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활기찬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애들레이드 시내 중심가의 도로는 바둑판처럼 질서정연하게 뻗어 있다. 그 한가운데 교통의 중심지이자 만남의 장소인 빅토리아 광장이 자리 잡고 있다. 빅토리아 광장은 애들레이드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트램(빅토리아 광장-글레넬그 비치 왕복 운행)이 출발하는 지점이다. 물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버스인 ‘비 라인’과 주요 시내버스도 이곳을 경유하고 있다. 근처에는 시청, 우체국, 대법원, 버스터미널 등이 있다.

캥거루 섬

세계적인 생태 낙원으로 유명한 캥거루 섬은 애들레이드에서 남서쪽으로 110km쯤 떨어져 있다. 이 섬은 영국의 전설적인 탐험가 매튜 플린더스(Matthew Flinders)에 의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캥거루 섬에서 가장 이색적인 곳인 ‘실 베이’는 이름 그대로 야생의 바다사자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실 베이’는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전문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야만 출입할 수 있다. 바다사자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는 것 역시 안전상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캥거루 섬에서 일반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는 곳은 킹스코트, 페네쇼, 아메리칸 리버 등이다. 이 가운데 킹스코트가 캥거루 섬의 대표적인 관문으로 이용되고 있다. 애들레이드와 킹스코트 사이에는 경비행기가 운항되고 있다. 약 30분이 소요된다.

애들레이드의 축제

애들레이드는 호주에서도 손꼽히는 축제의 도시다. 그런 만큼 1년 내내 거의 끊이지 않고 크고 작은 축제들이 열린다. 애들레이드에서 열리는 축제 가운데 1960년부터 짝수 해마다 열리는 ‘애들레이드 아트 페스티벌’이 가장 유명하다. 공식 공연 외에 애들레이드 시내 곳곳에서 펼쳐지는 프린지 공연이 훌륭한 문화상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을 정도다. 세계적인 종합예술제인 ‘애들레이드 아트 페스티벌’의 주 행사장인 ‘페스티벌 센터’는 애들레이드 시민들이 즐겨 찾는 토렌스 강변에 있다.
애들레이드에서 북동쪽으로 56km쯤 떨어져 있는 바로사 밸리는 와인 축제인 ‘바로사 빈티지 페스티벌’로 유명한 곳이다. 이 일대의 넓은 포도밭에서는 호주 와인의 70% 가량이 생산되고 있다. 와인 축제는 1947년부터 홀수 해마다 열리고 있다.

플린더스 체이스 국립공원

캥거루 섬의 약 4,400㎢에 이르는 원시림 대부분은 17개의 국립공원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명소는 이른바 ‘야생 동물의 낙원’이라 불리는 플린더스 체이스 국립공원이다.
플린더스 체이스 국립공원에서는 야생 상태에서 보호되고 있는 캥거루, 코알라, 왈라비 등과 같은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들을 조심스럽게 관찰할 수 있다. 플린더스 체이스 국립공원에서 야생 상태의 동물들을 만나는 일은 평생 잊지 못할 매우 감동적이고 가슴 찡한 경험이다. 하지만 이들 야생 동물들을 무턱대고 찾아 나설 수는 없는 일. 이들 동물들을 만나려면 반드시 전문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플린더스 체이스 국립공원의 최고 명물은 바닷가 언덕 위에 솟아 있는 리마커블 록스다. 멀리서 보면 마치 커다란 투구처럼 보이는 이 바위는 거센 파도와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훌륭한 자연 예술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