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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VIEW
SPECIAL THEME
OVERVIEW
  • 타인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
    인플루언서블 세대

    • 글. 편집실
  • 지난 해 10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2021년 MZ세대를 대표할 트렌드 키워드를 분석해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1’을 펴냈다. 연구소는 이 저서를 통해 MZ세대를 대표하는 특징을 담은 대표 키워드로 ‘인플루언서블 세대’를 선정했다. ‘인플루언서블 세대’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펼치고, 그 세계관 속에서 대면하는 타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자 한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연대감의 무게 속 Z세대의 관계망은 이들의 일상도 변화시키고 있다. 인플루언서블 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느슨한 연대감,
그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망

불과 2000년대 초반까지도 우리 사회를 강력하게 이끌었던 가치관이 있다면 그중 하나가 바로 공공성에 입각한 연대의식이다. 자신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강력하게 인지하며, 그 안에서 타인과 깊은 수준의 연대를 맺는 것으로 개인의 일탈이나 체제의 불합리에서 비롯하는 다수의 문제들이 보완되고 또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강력한 연대의식이나 공동체 의식은 때로 개인을 억압하고,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권력이 될 수 있다. MZ세대는 거칠게 포괄하면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이른다. IT기술에 비교적 익숙하고 출생부터 이미 디지털 환경이 조성돼 있었던 이들 세대에게는 보다 확고한 자기 세계가 존재한다. 타인과 물리적으로 부딪히는 경험만큼이나 디지털 세계에서의 조우가 일상화된 이들에게는, 타인과의 관계 맺기와 유지가 비단 물리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의 세계관은 4차원 공간으로 확장돼 있고, 이들에게 있어 타인의 범주는 이전 세대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을 때가 많다.
최근 MZ세대를 일컫는 키워드로 ‘인플루언서블’ 세대라는 단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인플루언서(influencer)’란 의미 그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뜻한다. 물리적인 공간에서 제한적으로 맺어지고 행위 되는 관계는 자칫 다른 세대로 하여금 이들 MZ세대가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세대로 인식되게 한다. 하지만 실제로 MZ세대는 디지털 공간에서 훨씬 폭넓고 구체적으로 스킨십한다. 이들은 SNS라는 새로운 채널을 통해 타인과 수시로 소통하며, 끊임없이 상호 간의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들은 개별적으로 얼마나 많은 관계망을 형성했는지, 그 관계망 속에서 타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의 입장에서는 누군가가 얼마나 많은 관계망을 가졌고, 이를 타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이들은 주도적으로 맺는 관계망 속에서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 그렇게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이를 선망한다. 어떤 면에서 이들의 관계망은 이전 세대의 강력한 연대의식과 비교해 훨씬 느슨하고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은 그 관계망 속에서 타인을 존중하고 자신 역시 존중받기를 원한다. 이들이 서로에게 주고받는 영향력이 옳고 선한 가치를 추구할 때, 그 또한 개인이 연대를 맺어 사회를 변화시키던 힘만큼이나 확고하고 뚜렷하게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SNS
뚜렷한 자아와
능숙한 소통

인플루언서블 세대를 지향하는 MZ세대는 뚜렷한 자아를 확립한 상태로 능숙하게 타인과 소통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들은 매우 일상적인 행위를 통해 이 같은 특성을 드러낸다. 먹고, 놀고, 자신을 가꾸는 것. 또 좋아하는 것들을 골라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과 대화하는 것. 모든 일상적인 행위들 안에서 이들은 발견되고 타인에게 알려진다.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MZ세대는 바로 그 일상적인 행위 안에 자신의 개성이 잘 녹아 있기를 바란다. MZ세대의 특성은 일상생활에서 선명하게 구현된다는 점에서 마케팅 분야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들 세대는 현재 우리 사회의 주요 소비층이자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전 분야에 있어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립되는 마케팅 전략은 미세한 차이로도 이들에게 메시지를 던지지조차 못한 채 실패할 수 있다.
MZ세대와 이전 세대의 마케팅 전략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차이로 자주 언급되는 부분이 바로 ‘셀러브리티 마케팅’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다. 이제는 주류 마케팅 전략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셀러브리티 마케팅’은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태로 구현된다. 영원히 무패의 전략일 듯했던 ‘셀러브리티 마케팅’은 그러나 최근 MZ세대에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유명인에게 자신의 선택을 맡기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MZ세대 대상의 마케팅 전략에서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앞서 언급한 ‘인플루언서’를 주인공으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진행된다. 일반인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관계망 속에서 타인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는 상대방에게 훨씬 큰 신뢰감과 친근감을 준다. 또한 ‘셀러브리티 마케팅’이 제도권 플랫폼에서 수립되고 실행된 것과 달리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보다 전향적이고 획기적인 형태의 마케팅을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을 펼치는 이들에게 매력적이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세대

일대일 관계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이전 세대의 관계는 이제 MZ세대에게는 낯선 형태가 됐다. 이들은 이미 자신이 습득해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디지털 관계망 속에서 그만큼 자유자재로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이전 세대에 타인을 규정하고 설명했던 일련의 분류들은 크게 의미를 갖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지금 관계를 맺으려 하는 타인이 나에게 혹은 또 다른 타인에게 어떤 종류의 영향력을 얼마나 행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들은 스타가 되거나 정치인이 되지 않아도 자신의 행동을 다수의 대중에게 전시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이전 세대에서는 개인에게 요구되지 않던 수준의 도덕성까지도 요구받을 수 있다. 이미 내재돼 있는 관계에 대한 가치관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선하고 공적인 행위를 하도록 한다. 이를테면 과거에는 유명인들이 주도하던 기부나 선행이 그렇다.
MZ세대는 SNS라는 자신의 구역 안에서 이전에는 개인의 역할이 아니던 역할까지 수행한다. 선거 때가 되면 이들은 자신이 직접 선거 캠페인의 도구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아무런 대가 없이도 이들은 타인의 선거를 독려할 수 있는 행위를 한다. 또 이들은 개인이 정한 자신만의 특정일을 기념해 기부를 하거나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 ‘인플루언서’가 등장하기 이전의 세대가 보기에 이들의 행위는 과도하고,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유명인과 일반인 사이의 경계를 나누는 것이 구시대적이고, 이미 자신이 타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의 양과 크기를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재단화해 사고한 경험이 있다. 이들에게 기부나 선행은 자신이 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이 아니며, 이를 타인에게 알리고 그 반응을 기대하는 것이 결코 부자연스럽지 않다. 바로 그 관계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렇게 맺어진 관계들이 또한 이들의 특수한 개성을 표출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영향을 주고 또 받을 수 있는 MZ세대는 훨씬 역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자신을 주도한다. 이들은 지극히 현실적인 세계 위에 자신의 자아를 구현하며, 또 한편으로는 비정형화 된 네트워크를 통해 타인과 관계한다. 새롭게 등장한 이 세대가 사회 전반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이들이 등장한 배경과 이들의 행동방식을 분석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지금, 이 순간의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