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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EME
REVIEW
  • 럭셔리 시장에 부는
    새로운 마케팅 바람

    • 글. 김지헌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명품 매장 ‘오픈런(Open Run)’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명품시장은 다른 시장보다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그중 MZ세대가 명품 소비의 주요 층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이에 발맞춰 전통 명품 브랜드들도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좀 더 젊은 이미지를 부여하며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현재 자신의 브랜드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이를 소비자들이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알아본다.

럭셔리 시장의 마케팅 트렌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 대중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매우 비싼 제품을 10개만 한정판매할 경우, 명품 브랜드는 구매 가능성이 큰 부유층들이 주로 보는 매거진에 광고를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일반 대중들이 주로 보는 매거진에 광고를 하는 것이 좋을까? 당연히 전자가 옳은 선택이고, 후자는 쓸데없는 예산 낭비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양쪽 모두 광고를 해야 진정한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럭셔리 브랜드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혜택은 과시욕인데, 이는 그 가치를 알아봐 주고 부러워해 줄 사람들이 있어야 온전히 채워질 수 있는 욕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럭셔리 브랜드는 일반 대중들에게 제품을 널리 알리되 구매조건을 제한해(예, 높은 가격) 타깃 고객들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표적집단 보호전략(Market-Shielding Strategy)을 사용한다. 사실 럭셔리 브랜드들이 진품과 비교적 구분이 쉬운 모조품(Fake Product)에 대해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관하는 것도 부분적으로는 진품 구매자들의 과시욕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과시욕 자극

최근 럭셔리 시장의 마케팅 트렌드는 과거 명품 브랜드들이 주로 구매력이 있는 핵심고객들을 초청해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거나 특별한 시간에, 특별한 공간에서 구매할 수 있는 차별적 혜택을 주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즉, 핵심고객을 직접적으로 공략하기보다 그들을 부러워해 줄 대중들을 타깃으로 하는 방향으로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본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다양한 분야로 영역확장(Category Extension)을 하고 있는 것도 기존 핵심고객보다 일반 대중과의 브랜드 접점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이 F&B 사업으로 진출하는 모습이 단연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에르메스(Hermes)는 도산공원에 ‘에르메스 카페 마당’을 오픈했는데 애프터눈 티세트(55,000원/2인)의 인기가 매우 높다고 한다. 또한 디올(Dior)은 청담동에 위치한 부티크 매장인 ‘하우스 오브 디올’ 건물 5층에 ‘카페 디올’을 오픈했는데, 브랜드 로고(CD)를 라떼 아트로 표현한 커피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유명세를 탔고 최근에는 성수동에 새로운 팝업 카페를 열기도 했다. 한편, 구찌는 한남동에 위치한 구찌 가옥 6층에 ‘구찌 오스테리아(Gucci Osteria)’를 오픈했는데, 이탈리아, 미국, 일본에 이은 전 세계 4번째 매장이며, 예약이 2~3달은 밀려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루이비통도 예외는 아니다. 미슐랭 3스타 셰프인 알랭 파사르가 운영하는 ‘알랭 파사르 at 루이비통’이라는 레스토랑을 청담동에 팝업 레스토랑으로 열어 화제를 모았다.
럭셔리 브랜드의 F&B 매장들은 제품라인이 비교적 단조롭고 방문주기가 길어 핵심고객과의 접촉 빈도가 낮은 브랜드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보다 일반 대중들의 브랜드에 대한 욕망을 자극해 핵심고객들의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커피 한 잔 가격이 2만 원(카페 디올의 라떼 기준)이나 하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메뉴들이지만, 럭셔리 브랜드의 주력 제품과 달리 일반 대중들도 마음먹으면 한 두 번은 작은 사치로 체험해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경험은 주력 제품을 소지한 고객들에 대한 부러움으로 전가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의 F&B로의 확장은 기존 패션 제품으로는 충족시키기 어려운 감각인, 미각이나 후각과 관련된 새로운 브랜드 연상들을 풍부하게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향기는 추억을 소환한다’는 말처럼 후각은 소비자의 정서에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브랜드와 소비자 간 정서적 연결고리를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대중과 접점 확대를 통한 구매욕 상승

럭셔리 브랜드들은 F&B를 넘어 대중들과 브랜드 접점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작년 7월 몽블랑(Montblanc)은 이태원에 메종 키츠네(Maison Kitsune)와 협력해 ‘몽블랑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방문객들은 헤드폰을 착용하고 디제잉 음악을 들으며 가볍게 전시물들을 관람할 수 있으며 메종 키츠네의 상징인 붉은 여우가 몽블랑 로고를 먹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몽블랑의 제품들이 일부 전시되긴 했지만, 제품 판매를 위한 공간이 아닌 대중의 기억 속에 자연스레 브랜드가 스며들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실제 구매고객과는 거리가 먼 10대들이 가입자 대부분인 메타버스 플랫폼에도 관심이 있다. 구찌는 제페토(Zepeto)에 이탈리아 피렌체 매장을 그대로 구현한 구찌 빌라(Gucci Villa)를 운영하는가 하면,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는 한정판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거나, 패션쇼에 입장할 수 있는 권리 등을 부여한 유틸리티 NFT인 ‘DG Family’를 발행(매출액 약 243억 원)해 큰 인기를 끌었다.

명품 브랜드 가격 올릴수록 더 큰 인기

한편 럭셔리 브랜드들이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년 가격을 올리는 것도 앞서 언급한 표적집단 보호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 명품 브랜드를 구매하지 않던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돈 쓰는 방식을 바꾸면서 핵심고객의 과시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MZ세대들이 생필품과 같은 일상재에 대한 소비액을 줄이고, 다소 사치스러워 보일 수 있는 상징재와 경험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하는 성향이 증가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주중 식사 대부분을 혼자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하면서도 주말에는 15만 원이나 하는 스시 오마카세 고급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또한 소셜미디어에서는 짠테크를 통해 모은 돈으로 평소 갖고 싶었던 명품을 구매했다는 포스팅 글에 그들의 노력을 칭찬하는 댓글들이 달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MZ세대들은 가격수준 대비 실제 사용용도를 의미하는 ‘가실비’가 높은 제품을 좋아하는데, 명품은 SPA 브랜드와 달리 오랫동안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면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고 구매 합리화를 할 수 있다.
여기서 럭셔리 브랜드들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들을 브랜드의 핵심고객으로 포함시켜야 할까, 아니면 기존 핵심고객을 위해 이들이 넘보지 못할 더 큰 방패를 만들어야 할까? 관점의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의 눈에는 브랜드별 대응 전략에 차이가 있어 보인다. 구체적으로 구찌는 젊은 고객을 핵심고객으로 포함하는 전략을 통해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반면,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의 경우 매년 가격을 높여가면서 더 큰 방패를 만드는 전략을 쓰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에루샤가 가격을 올릴수록 중고 제품의 재판매 가격이 올라가 MZ세대들이 더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10년 후 미래 변화를 묻는 말에, 왜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이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작년 한 해 동안 에루샤 브랜드들의 국내 매출을 보면, 에르메스가 5,275억 원, 루이비통이 1조 4,681억 원, 샤넬이 1조 2,238원이다. 럭셔리 시장은 베조스가 말한 10년이 지나도 결코 변하지 않을 인간의 가장 강력한 욕구인 과시욕을 철저하게 파고든 덕분에, 배를 가르지 않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심지어 매년 황금알의 크기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