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즐거운 여름휴가의
시작과 움직임
글_ 허승희

여름이 오면 훌쩍 떠나려는 사람들로 공항이 붐빈다.
일 년 중 단 한 번,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름휴가만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나 바캉스를 기다리지만 한 번도
그 유래를 궁금해한 적이 없다.
우리의 소중한 여름휴가를 자세히 알아보자.
일 년을 기다린 여름휴가
전 세계적으로 여름휴가는 보편적인 현상 중 하나다. 여름휴가는 흔히 바캉스(vacances)라고 불리는데, 이는 자유로워진다는 뜻의 라틴어 바카티오(vacátĭo)가 어원이다. 바캉스는 어원처럼 자유롭게 휴식하는 것을 말한다. 1936년 프랑스의 정권 변화로 노동자의 유급휴가가 보장된 것이 바캉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여름휴가’라는 개념이 자리 잡게 된 것은 1970년대다. 이전에는 7~8월 더위를 피해 집 근처 계곡이나 바닷가를 방문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1970년대부터 대중교통의 발달이 본격적으로 이뤄졌고,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타고 전국을 누빌 수 있게 되자 집을 떠나 관광지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로 고속도로가 마비되곤 했다. 1980년대부터는 캠핑 문화가 확산돼 캠핑장을 찾아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도 늘었다. ‘일 년에 한 번쯤이야’라는 생각 때문에 보통의 날보다 지출이 상승해 정부에서는 국민에게 ‘알뜰 피서’를 강조하기도 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여름휴가는 특별한 이벤트로 여겨졌기 때문에 요즘까지도 다들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몇 달 전부터 계획하며 돈 쓸 궁리를 한다.
시대별로 달라진 여행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후, 한국에서도 해외여행 자유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여권 발급의 제한과 허가제로 운영되던 해외여행은 1989년 1월 1일부터 자유화되며 국민들이 하나둘 해외로 떠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신혼여행이, 2000년대에 들어서는 배낭여행이 유행했다. 더해 2010년대에 저가 항공사가 생겨나면서 해외여행이 더욱 증가했다. 더 넓은 곳에서 식견을 넓히겠다는 대학생들과 소중한 신혼여행의 추억을 해외에서 쌓겠다는 부부 등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로 가득 찬 공항에서는 여행객들의 설렌 표정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과거의 여행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이인 사람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낯선 곳에서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서로 의지하고 같은 경험을 공유하면서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족 유형이 변화하고 개인의 자유와 독립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증가하면서 홀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삶을 살아오며 잠시나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여행지를 다니며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것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혼자만의 여행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온라인 모임을 통해 같은 취향을 가진 동행자를 구해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휴가
여름휴가를 이용해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알찬 여름휴가를 생각하면 보통 멋진 여행을 떠올린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과 「근로기준법」의 개정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내어주었다. 연차 유급 휴가 제도는 덥고 사람이 붐비는 여름휴가 시즌이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휴가를 다녀올 수 있게 만들었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의 발달은 사람들이 언제든 교통편을 예매해 떠날 수 있게 했다.원하고 싶을 때 휴가를 떠날 수 있게 되자 여름휴가를 여행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더위에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어딘가로 떠나는 것보다 가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조용한 카페에서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 ‘북캉스’나 가장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인 집에서 즐기는 ‘홈캉스’도 바캉스의 한 종류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SNS에서 자신만의 ‘O캉스’를 공유하며 다양한 휴가를 뽐내고 있다. 자유롭게 휴식하자는 바캉스의 어원처럼 이번 여름은 높은 기온에 지친 심신을 나만의 방식으로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