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S Story

흐르는 시간에 흔적을 남기다

23기 천일 연수

글 & 사진_ 유승의 인사연수국 조사역

어색한 출근 복장을 하고 쭈뼛거리던 신입 직원 시절을 지나, 어느새 금융감독원의 일원으로서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23기. 앞으로도 계속될 그들의 이야기에 천일 연수라는 쉼표를 찍었다.

함께할 시간들, 그 사이의 작은 쉼표

시간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곱씹어 보면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시간이 “다가왔다” 라거나 시간이 “간다”라고 말합니다. 심지어는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듯, 우리가 시간을 “보낸다”라고도 표현하죠.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음에 대한 아쉬움에서일까요? “보낸다”라는 표현은 어딘가 아련하기까지 합니다.
비록 붙잡을 수는 없지만, 흘러가는 시간 사이사이에 자그마한 흔적을 새길 수는 있습니다. 그런 흔적들을 다른 말로 “추억”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23기 동기들과 시간을 보낸 지도 벌써 3년이 되었습니다. 문장이 길면 쉼표로 끊어가듯이, 동기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길 것만 같아, 강릉에서 잠깐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울을 벗어나며 밝아진 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흐렸던 날씨고 다른 하나는 동기들의 표정이었는데요. 85명의 인원은 45인승 버스 두 대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았습니다. 덕분에 만석을 핑계로 버스를 타기 직전까지 동기들의 어깨 위에 얹혀 있던 피로를 여의도에 두고 떠날 수 있었습니다.

별일 없어 더 행복했던 강릉

강릉에 도착한 후, 한나절의 무더위를 피해 들어간 아르떼 뮤지엄에서 누군가는 잔 속에서 반짝이는 꽃과 달을 보며 가슴이 일렁였고, 그리고 누군가는 어둠 속 빛나는 해와 별을 마음속 한 편에 담았습니다. 우리는 일상과 다른 풍경을 마주할 때 비로소 여행을 왔다는 실감이 나곤 합니다. 안목해변 바닷가도 우리에게 잊지 못할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지만, 왠지 선한 오지랖을 부리고 싶어져 동기들과 함께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고 안목해변 청소에 나섰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뜨끈한 모래사장에서 구슬땀을 흘린 뒤, 조별로 카페거리를 탐방하며 머리가 띵해질 만큼 시원한 음료와 달콤한 디저트를 즐겼습니다.
연수 이틀 차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었지만, 오전에 잠시 시간을 내어 오죽헌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5만 원권에 새겨진 신사임당의 친정이자 5천 원권에 새겨진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으로, 검은 대나무가 집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고 해서 ‘오죽헌’이라고 이름했습니다. 자신이 터줏대감인 듯 600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푸르른 소나무 밑에서 해설을 들으며 찌는 듯한 더위와 지난밤의 숙취를 잠깐 잊었습니다.
더 오래 함께하지 못한 것에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동기들과의 시간을 잘 ‘보내고’ 왔습니다. 소리 없이 흘러간 3년처럼 여행도 어느덧 지나버린 과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추억이라는 흔적은 언제까지고 우리에게 남아있을 것입니다. 동기들과 함께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다만 그 언젠가 찍힐 마침표 이전에 호흡을 가다듬은 쉼표로 기억 속에 자리 잡을 이번 여행을 회상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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