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꾸는 시간

스트링 백팩 만들기 클래스

즐거움과 웃음이 가득했던
재봉틀 공방

글_ 이수정 사진_ 황지현

정신없이 굴러가던 하루의 끝, 소진된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직원 세 사람이 재봉틀 공방을 찾았다. 학창 시절, 실과 교과서에서나 봤던 재봉틀을 직접 만져보는 감격의 순간, 이들의 얼굴엔 설렘이 한가득 차올랐다. 세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한 가방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 하루 끝에 만난 재봉틀 수업

    평일 저녁 7시, 홍대 인근 어느 골목길.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아늑한 분위기의 공방에 도착했다. 벽면 곳곳엔 재봉틀로 직접 만든 옷과 소품들이 줄지어있다. 하루의 끝을 알리듯 붉은 노을이 창밖으로 비쳐왔다. 이날 재봉틀 공방을 찾은 금융감독원 직원 세 사람은 직접 재봉틀을 사용해 스트링 백팩을 만들기로 했다.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한 건 김동휘 조사역이다. 공방을 소개하는 사이트에 올라온 샘플 가방을 보고 반했다고 한다. 지창훈 검사역과 김동휘 조사역은 입사 동기로 회사에서 만난 사이지만, 형제처럼 뭐든 함께하며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다. 같이 오기로 했던 동기 한 명이 부득이하게 못 오게 되면서 1년 후배인 심혜원 검사역이 참여하게 됐다. 셋 모두 다른 부서에서 일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태어나서 재봉틀을 처음 만져본다는 것. 초심자에게는 행운이 따른다는데 과연 이들은 무사히 가방을 완성할 수 있을까?
    “방수로 통일할까?” “아니요!” 가방을 만들 원단을 고르는 시간. 페이즐리, 체크, 캐릭터 무늬 등 종류가 다양해 머뭇거리던 차, 차라리 하나로 통일하자는 지창훈 검사역의 제안을 심혜원 검사역과 김동휘 조사역이 단칼에 거절했다. 통일하기엔 예쁜 원단이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다. 한참 동안 이런저런 원단을 꺼내던 중, 심혜원 검사역이 귀여운 키티 패턴 원단을 빼들었다. 막내 직원의 선택을 따르듯, 곧이어 지창훈 검사역은 당근 무늬, 김동휘 조사역은 ‘곰돌이 푸’ 무늬를 골라 캐릭터 패턴으로 단결했다. 재봉질에 사용할 실 색깔을 고르고선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나만의 감각을 입히는 재봉질

영상을 따라 나눠준 연습 원단에 재봉질을 해보라는 선생님의 지시에 모두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드라마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 심혜원 검사역은 들뜬 표정으로 침착하게 발판을 밟아간다. 긴장을 풀어보려는 것인지 지창훈 검사역과 김동휘 조사역은 조금 수다스럽다. “기계가 고장 난 것 같아.” “집에 못 가는 거 아냐?” 다소 장난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재봉틀을 만지는 손길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연습 시간을 무사히 마치고 본격적으로 선생님이 재단해준 크고 작은 원단에 재봉을 시작했다. 가방 앞판에 주머니를 달고 가방끈을 거는 고리를 단 후 뒤판을 붙이면 완성이다. 시작은 주머니 만들기. 각자의 스타일과 속도로 재봉질이 시작됐다. 조금 삐뚤고 엉성해도 괜찮다. 각자 자신만의 감각을 입히면 그걸로 그만이다.
박음질이 잘못된 듯 원단에 그려진 푸의 배 부분이 불룩 튀어나와 김동휘 조사역이 울상을 짓자 선생님이 다가와 꼼꼼히 살폈다. 빠른 속도로 돌진하는 재봉 소리에 옆을 보니 고개를 푹 숙이고 발판을 밟는 지창훈 검사역이다. 박음질이 마음처럼 되지 않자 점점 과격해지는 지창훈 검사역의 타력을 발판은 묵묵히 감내해준다. 이날의 우등생은 두말할 것 없이 심혜원 검사역이다. 일정한 속도로 박음질하며 실수 하나 없이 1등으로 주머니를 만들어낸 덕이다.

조금 삐뚤고 엉성해도 괜찮다.
각자 자신만의 감각을 입히면
그걸로 그만이다.

꿈처럼 흘러간 여름밤의 추억

“매듭은 안 매도 되나요? 박음질은요?” 시간이 흐를수록 김동휘 조사역의 질문이 많아졌다. 잠잠히 듣고 있던 심혜원 검사역이 가방끈을 달 고리를 완성하고선 한마디 했다. “모르는 것 있으면 저한테 물어보세요!” 후배의 야무진 발언에 공방에 있던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직원들이 작업한 원단 가장자리의 올이 풀리지 않도록 선생님이 오버로크 작업을 하는 동안 세 사람도 잠시 숨을 돌렸다. 어느덧 셋은 처음 공방에 도착했을 때보다 부쩍 친해진 모습이다. 지창훈 검사역은 심혜원 검사역이 대견한 것인지 “혼자 더 비싼 수업 받았죠?”라며 싱거운 농담을 건넸다. 작업하기 어려운 원단을 선택해 힘겨워하던 김동휘 조사역도 “2시간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훗날 세 명의 기억 속에 이날의 기억은 어떻게 남겨질까. 각자가 가진 기억의 조각들을 꿰면 또 하나의 선물 같은 추억이 탄생하지 않을까? 셋은 한결 차분해진 모습으로 후속 작업을 이어갔다.
만들어둔 고리에 끈을 끼우고 묶자 스트링 백팩에 생명이 깃들었다. 완성한 가방을 메는 셋의 얼굴에도 뿌듯함이 어려있다. 2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새 창밖은 깜깜해지고 가로등 불빛만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직접 만든 가방을 메고 집으로 향하는 길. 세 사람의 들뜬 목소리가 골목길 어귀에서 아른아른 들려왔다.

스트링 백팩
추천합니다
  • 심혜원 검사역

    회사 직원들과 함께해서 더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방이 무척 마음에 들어 출근할 때도 메고 다니려고 해요.

  • 김동휘 조사역

    2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재밌었어요. 축구화 가방으로 쓰려고 했는데 너무 예뻐서 여자친구랑 소풍 갈 때 메려고요.

  • 지창훈 검사역

    재봉틀을 처음 만지다 보니까 손에 바늘이 찔릴 것 같아서 처음엔 무서웠는데 할수록 리듬감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정말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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