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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인사이드
배틀트립
  • 겨울의 나라 인제
    VS
    산타클로스의 고장 로바니에미

    • 글·사진. 송일봉 여행작가
  • 강원도 인제와 핀란드 로바니에미는 겨울과 잘 어울리는 고장이다. 인제는 진부령, 진동리, 자작나무숲 등 겨울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명소들이 많다. 진부령은 과거 ‘알프스 스키장’이 있었을 정도로 눈이 많이 오는 곳이고, 진동리 역시 ‘설피밭 마을’이라 불릴 정도로 눈이 많이 오는 곳,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새하얀 눈이 쌓여 아름다운 곳이다. 로바니에미 역시 겨우내 눈이 쌓여 있는 고장이다. 특히 시내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타클로스 마을’이 있어 해마다 12월이면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온다. 하지만 인제와 로바니에미는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다소 차분하고 정적인 인제에 비해, 로바니에미는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비교적 흥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새하얀 눈이 쌓여있는 원대리 자작나무숲 겨울의 나라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강원도 인제의 깊숙한 산속에 근사한 자작나무숲이 있다. 일명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라 불리는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멋진 힐링명소다. 사계절 중에서도 눈이 쌓여있는 한겨울 모습을 최고의 절경으로 꼽는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의 탐방코스는 크게 네 개의 코스로 짜여져 있다. 일반적으로 탐방객들은 둘러싸여 있는 자작나무숲속 교실까지 다녀오는 코스를 선택한다. 중간에 휴식을 취하고 사진도 찍으려면 왕복 약 3시간이 소요된다.
자작나무는 껍질이 하얗고, 곧게 20m까지 자라서 ‘숲의 여왕’ 또는 ‘숲의 귀부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공해에 약한 나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작나무가 자라는 곳은 청정지역이라 할 수 있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산불 조심 기간인 2월 1일부터 5월 31일(봄철), 11월 1일부터 12월 15일(가을철)까지는 입산이 통제된다.

박인환 문학관

박인환 문학관은 지난 2012년 5월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1926년에 태어나 1956년에 세상을 떠난 천재 시인 박인환. 현재 박물관이 있는 이 일대가 그가 태어난 고향마을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유일한 시집인 ‘선시집’에 실린 ‘목마와 숙녀’, 박인희의 낭송과 노래로 유명한 ‘세월이 가면’ 등이 있다.
박인환 문학관에는 그의 작품보다 그가 활동했던 1950년대 당시의 명동거리를 중심으로 전시공간이 꾸며져 있다. 재현된 명동거리에는 김수영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빈대떡집 유명옥, 고전음악 전문다방인 ‘봉선화다방’, 박인환이 종로3가 낙원동 입구에서 운영하던 작은 서점 ‘마리서사’, 한국전쟁 이후 명동에서 가정 먼저 문을 연 다방 ‘모나리자’, 사업가 김동근 씨가 명동에서 활동하던 문인들을 위해 지어준 ‘동방싸롱’, 그리고 탤런트 최불암 씨 어머니가 충무로에서 운영하던 주점 ‘은성’ 등이 있다. ‘은성’은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이 완성된 곳이기도 하다.

방태산자연휴양림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과 홍천군 내면 일대에는 오래 전부터 ‘오지 가운데 오지’라 불리는 3둔4가리가 있다. 3둔4가리는 예언서인 정감록에 의해 난리를 피할 수 있는 최고의 피난처로 꼽히던 곳이다. 3둔(살둔, 달둔, 월둔)의 ‘둔’은 산을 끼고 있는 평평한 땅, 4가리(적가리, 아침가리, 연가리, 명지거리)의 ‘가리(또는 거리)’는 계곡을 끼고 있는 살만한 땅을 의미한다. 현재 방태산자연휴양림이 있는 방동리 일대는 4가리 가운데 하나인 적가리 지역이다.
방태산자연휴양림은 방동리 원시림 안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자리 잡고 있다. 전국 각지에 있는 많은 휴양림 가운데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몇 안 되는 명소 가운데 하나다. 휴양림 안에 있는 근사한 통나무집(산림문화휴양관)은 마치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숲속의 오두막’을 연상케 한다.
방태산자연휴양림은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다. 통나무집에서 약 200m쯤 떨어져 있는 ‘2단 폭포’ 주변에 단풍이 들면 그야말로 장관이다. 하지만 눈이 쌓인 방태산자연휴양림이 겨울 풍경도 아름답다.

진동리 세쌍둥이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그 이름만으로도 원시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이곳은 누구라도 신선과 선녀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지상낙원이다. ‘설피밭 마을’이라 불리는 진동리는 인근의 방태산자연휴양림과 점봉산 곰배령을 잇는 중심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진동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세쌍둥이네 집’이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또는 신문과 잡지를 통해 ‘풀꽃세상’이라는 이름으로 꽤 많이 알려진 산장이다.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세워진 통나무집도 근사하지만 무엇보다 산장을 운영하는 세쌍둥이 엄마(이하영 씨)의 소탈하면서도 깔끔한 미소가 상대방의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세쌍둥이네 집에 가면 반드시 음식 맛을 봐야 한다. 세쌍둥이 엄마의 주 메뉴는 점봉산 일대의 청정지역에서 나는 깨끗한 산나물들로 마련한 웰빙 식단. 깊은 산속의 산장에서 집주인이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누는 그 자체가 멋진 추억거리다.

  • 박인환 문학관 전경
  •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방태산자연휴양림
산타클로스의 고장
로바니에미

핀란드의 북쪽에 라플란드(Lapland) 지방이 있다. 라플란드라는 지명은 북유럽의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라프족’이 살고 있는 땅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서는 다소 차별적 의미가 담긴 ‘라프족’ 대신 ‘사메족’ 또는 ‘사미족’이라 부르고 있다. 라플란드는 여름에는 ‘백야’를 보기 위해, 겨울에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유명 관광지다. 그 들머리 역할을 하는 곳이 인구 약 3만 명의 작은 도시 로바니에미다. 로바니에미는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약 850km쯤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헬싱키 중앙역에서 저녁에 출발하는 특급 열차를 타고 밤새 달려야 하는 먼 거리다.

산타클로스 마을

로바니에미는 겨울에 유난히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시내에서 10km쯤 떨어진 곳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산타클로스 마을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더라도 이 마을에서는 관광객들을 위해 겨우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로바니에미의 명물이자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인 산타클로스 마을에는 전 세계 어린이들이 꿈에서조차 동경하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 이 마을의 산타 할아버지 가운데 한 명은 해마다 1월에 열리는 화천 산천어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엘프 요정과 함께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다. 산타클로스 마을에서 가볍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순록썰매 타기가 있다. 400m, 1km, 3km 코스가 있다.

윈터 올림픽

일명 ‘윈터 올림픽’이라 불리는 이색 레포츠는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겨울 프로그램이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 위에서 7명씩 조를 이뤄 약 2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성적이 좋은 사람에게는 시상식을 통해 소정의 상품(라플란드 인형)도 전해진다.
윈터 올림픽의 경기종목은 모두 네 가지. 얼음 위에서 지프 타기, 설상차 운전하기, 7인 스키 타기, 순록의 목에 올가미 씌우기 등이다. 이 가운데 7인 스키타기를 빼고는 모두 개인 경기이기 때문에 실력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7인 스키타기다. 7명이 함께 특별히 제작된 스키를 타고 반환점을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호흡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한꺼번에 얼음판에 넘어지기 일쑤다. 그러나 이 같은 단체 경기를 통해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은 오히려 서로를 이해하고 힘을 합치게 된다. 아주 짧은 시간에 뿌듯한 성취감과 우정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아이스 브레이커

로바니에미에서 남서쪽으로 120km쯤 떨어져 있는 케미(Kemi)는 겨울 여행지로 인기가 많은 항구 도시다. 케미의 앞바다인 보츠니아 만은 겨울만 되면 꽁꽁 얼어붙는다. 쇄빙선이 얼음을 깨주지 않으면 일반 선박들은 조금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다. 이 같은 자연조건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한 관광 상품이 바로 아이스 브레이커다. 아이스 브레이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관광객들은 우선 스노우 모빌을 타고 배가 정박해 있는 곳까지 달려간다. 스노우 모빌을 타고 약 1시간을 달려간 관광객들이 쇄빙선으로 옮겨 타면 배는 두꺼운 얼음을 깨며 서서히 항해를 시작한다. 그리고는 잠시 후 쇄빙선은 바다 한가운데에다 닻을 내린다. 그 사이 물에 뜨는 방수복을 입은 관광객들은 차가운 바닷속으로 들어가 유영을 즐긴다. 비록 두꺼운 방수복을 입은 탓에 몸은 부자연스러워도 표정만큼은 더없이 맑고 환하다. 한겨울에 이국의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닐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분명 색다른 체험이다.

헬싱키

로바니에미에서 ‘설국’의 정취를 즐긴 관광객들은 대부분 다시 남쪽으로 내려온다. 그리고는 이 나라의 수도인 헬싱키의 명소들을 돌아보며 핀란드 여행을 마무리한다. 로바니에미에서 기차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도착하는 곳은 헬싱키 중앙역이다. 헬싱키 중앙역은 붉은색 화강암의 외관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특히 중앙역 출입문 양쪽에 있는 ‘4인의 거인조각상’이 눈길을 끈다.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닮은 이 조각상들은 핀란드 철도청의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헬싱키 중앙역 옆에는 지난 1972년에 개관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했을 정도로 유명한 국립극장이 있다. 이 밖에도 헬싱키의 주요 명소로는 헬싱키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대성당, 바위 속에 있는 교회인 팀펠리아우키오 교회, 음악가 시벨리우스를 기념하는 시벨리우스 공원 등이 있다.

(왼) 라플란드의 일몰 (오) 헬싱키 중앙역의 명물인 거인상
  • 핀란드 라플란드의 순록
  • 산타클로스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