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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EME
REVIEW
  •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보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

    • 글. 편집실
  • ‘가치 있는 소비를 하겠다’는 신념이 있더라도 이를 가능하게 하는 유통 구조와 시장이 없다면 새로운 소비문화가 정착하고 확산될 수 없다. 세컨슈머가 새로운 소비자 유형으로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자신의 가치관대로 소비할 수 있는 중고거래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생각을 가진 공급자와 수요자 그리고 이들의 거래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만남을 통해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읽어보자.
시장 규모는 커지고
이용층은 넓어진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 원에서 지난해 약 20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중고제품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진 점과 개인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MZ세대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활동에 대한 선호 등의 요인이 중고거래 시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이 폭발적인 성장의 가운데 중고거래 플랫폼이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휴대폰을 통해 중고거래 앱을 1번 이상 이용한 사용자는 1,432만 명이다. 국내 만 10세 이상의 스마트폰 사용자 중 31%가 중고거래 앱을 사용해 본 셈이다. 앱을 통한 중고거래가 이렇게 많은 것은 중고거래를 활성화한 것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라는 평가와도 맞아떨어지는 결과다.
실제로 중고거래와 관련한 여러 데이터에서 MZ세대의 두드러진 활약을 확인할 수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2020년 상반기 가입자와 거래액을 분석한 결과 이용자의 84%이상이 MZ세대로 나타났으며, 이들의 중고거래 건수와 거래액이 전체의 51%를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MZ세대에서 불붙기 시작한 중고거래가 그 장점과 편의성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점차 더 넓은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2020년 연령대별 거래 건수 비중이 35세 미만 67%, 35세 이상 33%로 나타나 젊은 층뿐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중고거래 활동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1년간(2020.6.29~2021.6.28 기준) 가입자 수를 연령별로 살펴봤을 때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40대 1,062%, 50대 2,173.5%로 매우 큰 폭으로 늘어났다”라고 전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의 MZ세대 가입비중 84% 80년대생~2004년대생 기준 자료출처. 번개장터 트렌드 발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발견한
소비의 새로운 기준

변화의 바람은 인식의 변화에서 시작됐다. 그동안 중고제품을 흔히 ‘누군가 쓰던 거라 어쩐지 찜찜한 물건’ 혹은 ‘이미 사용해서 상품의 상태가 좋지 못한 물건’이라고 여겼지만, 이제는 중고거래에 대한 접근 방식 아예 달라졌다.
우선 세컨슈머가 중고거래를 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는 환경에 대한 생각이 그렇다. 중고거래가 환경을 보호하는데 조금의 보탬이 될 수 있는 소비방식이라는 관점이다. 새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발생하는 포장 쓰레기, 배송에 따른 환경 오염, 더 멀리는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자원과 에너지 소비로 인한 오염 등을 줄이는데 동참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고상품과 리퍼브 상품(흠이 있거나 이월된 상품)을 다루는 중고거래 플랫폼 땡큐마켓 한창우 대표는 최근 3년 사이 이런 변화가 뚜렷해졌다고 말한다.
“서비스 초기에 영유아용품을 많이 다루면서 제품이 파손되지 않게 포장을 꼼꼼히 하는데 신경을 썼습니다. 보행기 하나를 포장하기 위해 많은 양의 충격완화 포장재를 넣었는데 당시에는 소비자들이 이 부분을 좋아했어요. 제품이 안전하게 오는 믿을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반응이었죠. 그런데 최근 3년 사이에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렇게 과도한 포장이 필요한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고민해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도 하셨고, 이 회사가 환경적인 이유로 중고/리퍼브제품을 유통하는 기조를 가지고 있는데, 회사의 운영 방향과도 맞지 않는 게 아니냐고 짚어주는 분들이 생겼어요. 저희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었죠.”
이런 반응은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환경문제가 중요한 이슈라는 것을 다른 세대보다 더 빨리 인지한 세대이자 더 체감하고 있는 세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기상이변이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것을 지금도 꾸준히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과하거나 불필요한 것들을 줄이고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로 삶을 꾸리는 ‘미니멀 라이프’가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유행한 것도 친환경 문화와 맥을 같이 하면서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에 한 몫을 했다.
두 번째는 취향 존중의 문화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꼭 갖고 싶은 것이라면 그것이 새 것이건 중고제품이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어떤 제품은 중고시장에 가야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애초에 중고시장은 구하기 힘든 물건을 찾을 수 있는 훌륭한 시장이었다. 다만 여기에 플랫폼 형태가 결합되면서 앉은 자리에서 전국을 샅샅이 뒤질 수 있게 됐고, 심지어는 중고거래 앱이 내 취향을 분석해 직접 찾아주는 기능까지 추가됐으니 찾는 이가 많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이같은 취향 소비 경향에 대해 번개장터 관계자는 “단순히 저렴한 물건을 찾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추구하는 방법이자 합리적인 소비 방식으로 개인 간 거래를 하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한정 판매되어 구하기 어려운 스니커즈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취미를 위한 장비 구입, 환경 혹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위한 빈티지 의류, ‘덕후’들끼리 사고파는 연예인 관련 굿즈 등 기존 커머스에서는 얻지 못했던 가치를 많은 이용자들이 중고거래를 통해 찾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합리적이고 안전한 소비 방식이라는 점도 중고거래의 매력이다. ‘중고’가 된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소비에 있어 가장 매력적인 요인일 수밖에 없다. 가심비, 가성비, 소확행 등 다양한 소비 성향을 만들어낸 젊은 세대가 중고거래의 경제적인 장점을 간과할 리 없다.
땡큐마켓 한창우 대표는 중고거래가 이제 세대를 가리지 않고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땡큐마켓의 경우 사업 초반에는 육아에 필요한 제품들이 주 거래 품목이었는데 지금은 품목이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육아제품의 거래가 줄어든 데는 출산율 저하와 육아에 대한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바뀐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고요. 내 아이에게 반드시 비싸고 좋은 것만 해주겠다는 생각보다는 잠깐 쓰게 될 물건이라면 중고제품이라도 괜찮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고거래 시장이 확산된 시기가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국민적 이슈가 될 만큼 커진 때와 맞물리는 것도 시장 활성화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돈, 소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좀 더 효율적인 경제활동을 선택하게 된거죠. 그래서 젊은층뿐 아니라 중고제품을 좋지 않게 보던 장년층의 중고거래도 늘어날 수 있었던게 아닐까요.”

중고거래 경험의 누적이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으로

지난해 방송통신광고통계시스템이 실시한 <중고거래 관련 인식 및 행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중고물품을 거래한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64%가 “경험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들 중 구매와 판매 경험이 모두 있는 사람도 30%를 차지했다. 특히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이유에 대해 판매자의 25%, 구매자의 19%가 “재활용이 환경에 도움이 돼서”라고 답한 점이 눈에 띈다.
새 물건을 사거나 안 쓰는 물건을 버리기보다는 질 좋은 제품을 사서 오래 입고, 되팔아서 또 다른 중고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은 중고거래가 갖는 큰 가치 중 하나다. 그뿐인가. 중고거래 플랫폼은 사용법이 어렵지 않다. 물건을 파는 것도 사는 것도 최소한의 가입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내가 수요자이면서 공급자도 될 수 있는 곳이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중고거래 플랫폼의 성장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중고거래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며 대중화되는 큰 흐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중고거래 활성화에 대해 ‘불황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았지만 그 전에 합리적 소비라는 큰 흐름이 있고, 더는 중고로 물건을 사는 일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보편화 되지 않았나 합니다. 그리고 갖고 싶은 걸 구하기 위해서는 중고도 나쁘지 않고 이를 통해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도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고거래를 쉽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자리 잡았고요.”
최근 국내 대형 리테일 기업들은 앞다투어 지금의 중고거래 트렌드를 이끈 스타트업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하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고거래 경험(최근 1년) (단위: %) 최근 1년 내 중고거래경험 있음 거래경험 있음 64% 고려는 해봤으나 거래경험 없음 20% 고려해본 적도 없음 16% 자료출처. 방송통신광고통계시스템 조사대상. 전국 만 20세~59세 남녀 1,00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