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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태·문화의 고장
    경상남도
    VS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

    • 글·사진. 송일봉 여행작가
  • 경상남도와 오스트리아는 서로 닮은 점이 많다.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은 ‘겨울’이다. 다소 의외일지 모르지만 경상남도 곳곳에는 고즈넉한 겨울 정취를 즐길 수 있는 명소들이 많다. 하동군의 지리산 자락에서는 겨울 산의 매력을 즐길 수 있고, 창녕군의 우포늪에서는 겨울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알프스 자락에 있는 오스트리아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겨울 여행지다. 두 번째 공통점은 ‘음악’이다. 오스트리아는 주요 도시들 대부분이 음악과 관련이 있다. 그런가 하면 경상남도의 창녕군은 우리 동요인 ‘산토끼’와 관련이 있고, 창원시는 우리 가곡인 ‘가고파’와 관련이 있다. 경상남도와 오스트리아가 ‘겨울’과 ‘음악’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다른 점도 있다. 경상남도에서는 겨울, 음악 이외에도 문학, 전통, 생태와 관련된 다양한 여행지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즈넉한 겨울 정취와
고유문화가 숨 쉬는
경상남도

경상남도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고장이다. 깨끗한 남해바다가 있고, 하동군, 함양군, 산청군 등은 지리산을 품고 있다. 그런가하면 ‘비화가야’의 중심지였던 창녕군은 ‘우리나라 4대강’ 가운데 하나인 낙동강을 끼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자연환경은 경상남도로 하여금 많은 얘깃거리가 있는 고장으로 발전시켰다. 곳곳에 문학과 관련된 명소와 한적한 겨울에 찾으면 좋은 습지, 그리고 오래된 사찰이 있다. 창녕군의 경우는 최근 들어 ‘생태도시’라는 새로운 별칭을 또 하나 얻었다. 창녕군 전체가 지난 2018년에 제주시, 순천시, 인제군 등과 함께 세계 최초의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증받았기 때문이다.

창녕군 생태 여행지 우포늪
창녕 우포늪

창녕군을 대표하는 생태 여행지인 우포늪은 크게 우포, 목포, 사지포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여기에 쪽지벌과 산밖벌을 포함하면 전체 면적이 약 250만㎡에 이른다. 현재 우포늪에서는 식물류 800여 종을 비롯해서 조류(209종), 어류(28종), 포유류(17종) 등 다양한 종류의 토속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겨울에는 많은 철새들이 날아와서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현재 우포늪에서는 30여 종 1만 5,000여 마리의 철새들이 겨울을 나고 있다. 창녕군은 ‘따오기의 고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포늪에 ‘따오기 복원센터’ 가 있기 때문이다. 따오기는 지난 1979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야생상태로 발견된 적이 없다. 이에 창녕군에서는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있는 따오기를 번식시키기 위해 지난 2008년에 ‘따오기 복원센터’를 세웠다.
우포늪 근처에는 동요 ‘산토끼’가 처음 만들어진 곳인 이방초등학교가 있다. 동요 ‘산토끼’는 일제강점기 때인 1928년 이방초등학교에 근무하던 이일래 선생이 ‘나라 잃은 설움’을 산토끼에 비유해서 만든 노래다. 현재 학교 교정에 ‘산토끼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우포늪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들
하동 청학동

하동군에 있는 청학동은 지리산 삼신봉 아래의 해발800m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일명 ‘도인촌’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청학동은 오랜 세월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이상향의 땅’으로 암시했던 곳이다. 그래서 일반 산골마을과는 그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평온한 주변 지세는 물론이고 현지 주민들의 표정에서도 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청학동은 말 그대로 ‘신기한 여행지’였다. 외지 사람들은 TV 화면을 통해 소개되는 청학동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곤 했다. 하지만 현재의 청학동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잠시나마 청학동의 맑은 기운을 느껴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숙박업소와 음식점이 많이 들어섰다. 곳곳에 관광객들을 위한 대형 주차장과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다. 청학동에 있는 삼성궁은 지리산 자락의 특별한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다.
삼성궁 입구의 좁은 통로를 지나면 연못과 돌탑, 특이한 건축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얼핏 보기에는 수많은 돌탑을 불규칙하게 쌓아놓은 것 같지만 실은 고조선의 소도를 재현해 놓은 ‘작은 마을’이다. 삼성궁의 중심 건물인 건국전에는 환인, 환웅, 단군이 모셔져 있다.

청학동 도인촌
통영 박경리기념관

통영시 산양읍에 있는 박경리기념관은 지난 2010년 5월에 문을 열었다. 현재 박경리기념관에는 ‘토지’의 원본, 육필 원고 등과 함께 ‘김약국의 딸들’ 배경지인 통영의 옛 모습이 축소모형으로 전시되어 있다. 2011년 경상남도 건축대상을 받은 박경리기념관 뒤편에는 박경리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 공원에는 박경리 선생의 묘소, 시비, 문장비, 산책로 등이 조성되어 있다. 박경리기념관 앞 잔디광장에는 박경리 선생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그 아래에는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 글귀는 박경리 선생의 유고시집에 실려 있는 ‘옛날의 그 집’ 마지막 문장임과 동시에 유고시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생전의 박경리 선생은 글을 쓰는 시간 외에는 바느질을 즐겨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행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고시집에 들어 있는 ‘바느질’과 ‘여행’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여행’이라는 제목의 시는 “나는 거의 여행을 하지 않았다”라고 시작했을 정도다. 이처럼 여행을 싫어했던 박경리 선생은 지난 2008년에 먼 여행을 떠났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먼 곳으로….

박경리문학관 산책로에 있는 시비
합천 해인사

합천군에 있는 해인사는 세계 각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는 명소다. 해인사의 중심 법당인 대적광전은 802년에 처음 지어진 이후로 여러 차례 중건되었다. 현재의 건물은 조선 순조 때인 1818년에 새로 지어졌다. 높은 축대 덕분에 법당 건물이 한층 웅장해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축대를 높이 쌓은 것은 가야산의 자연미를 끌어들이기 위한 시도다. 즉, ‘정(靜)적인 것을 동(動)적인 것으로 확장시키는’ 매우 뛰어난 건축기법인 것이다. 해인사 대적광전 뒤편에는 스물세 개의 가파른 계단이 있다. 이 계단 위에는 ‘장경판고’ 또는 ‘장경각’이라 불리는 ‘고려대장경판전’ 이 있다. 이 고려대장경판전은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조선 성종 때인 1488년에 지어진 이 목조건축물에는 일명 ‘팔만대장경’이라 불리는 고려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다. 고려대장경판전은 습도조절에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써서 지은 건축물이다. 목판본의 가장 큰 취약점이 습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바람이 부는 해발 655m 지점의 서남향에 건물을 지었다. 공기가 잘 통하도록 위와 아래의 창문 크기도 다르게 했다. 그리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수다라전과 법보전의 창문 위치가 서로 엇갈려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경남 산청 산천재에서 바라본 지리산 해인사의 대적광전 전경
동화 같은 겨울 풍경,
예술의 나라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여행지다. 국토는 그리 넓지 않지만 신년음악회, 비엔나 커피, 모차르트, 왈츠 등으로 인해 우리에게도 꽤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나라다. 오스트리아는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체코, 헝가리, 유고, 리히텐슈타인 등에 둘러싸여 있는 산악 내륙국가다. 이처럼 지리적으로 유럽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나라다. 특히 눈이 쌓인 겨울 오스트리아의 풍경은 여행자들을 더욱 감동시킨다, 오스트리아의 여러 도시 가운데서도 수도인 비엔나를 비롯해서 잘츠부르크, 오번도르프, 인스부르크, 그라츠 등이 겨울여행지로 인기가 많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청사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행사
비엔나

아름다운 도나우 강을 끼고 있는 비엔나에서는 도시 곳곳에서 굵직한 역사의 흔적과 함께 조형미가 뛰어난 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오래된 골목길에서도 그 옛날 화려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꿈을 엿볼 수 있다. 비엔나 시청사는 건물 그 자체가 훌륭한 관광명소다. 네오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비엔나 시청사는 뾰족한 첨탑이 무척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비엔나 시청사 광장에서는 수시로 큰 음악회가 열린다. 특히 여름에 열리는 ‘뮤직 필름 페스티벌’이 유명하다. 겨울에는 우리의 서울광장처럼 스케이트장이 설치되고 크리스마스 마켓도 열린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광장 주변에 다양한 형태의 크리스마스 트리들이 등장해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중심지였던 비엔나는 모차르트, 시트라우스,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등과 같은 많은 음악가들이 활동했던 무대이기도 하다. 시내 외곽에 있는 ‘비엔나 중앙묘지’에서는 이들 음악가들의 묘지와 묘비, 기념비 등을 찾아볼 수 있다.

비엔나 시청사 주변의 산타클로스 조형물
잘츠부르크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고향으로 유명한 도시다. 구시가지의 게트라이데 거리, 바로크 시대의 건축물, 오래된 성당과 고성 등이 있지만 잘츠부르크를 찾아온 관광객들 대부분은 가장 먼저 모차르트의 생가를 찾는다. 모차르트는 이 집에서 1756년 1월 27일 태어나서 열일곱 살 되던 해까지 살았다. 생가 근처의 모차르트 광장 한가운데에는 모차르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잘츠부르크 구시가지에는 아담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선다. 크리스마스 마켓 규모는 유럽의 다른 도시들처럼 그다지 크지 않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는 사람들도 관광객들보다는 현지 주민들이 더 많다. 잘츠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주로 현관 앞과 거실을 장식할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많이 팔린다.
잘츠부르크에 가서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는 인형극을 보는 것이다. 인형극을 공연하는 ‘마리오네트 극장’은 미리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인형극이 끝나갈 무렵에는 인형들을 조종하는 연기자들의 모습도 잠깐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인형극의 주요 레퍼토리로는 ‘사운드 오브 뮤직’,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등이 있다.

잘츠부르크의 젖줄인 잘자흐 강
모차르트 광장에 세워져 있는 ‘모차르트 동상’
오번도르프

잘츠부르크에서 북쪽으로 20㎞쯤 떨어져 있는 오번도르프는 잘자흐 강을 경계로 독일과 국경을 이루는 작은 마을이다. 오번도르프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면 독일의 라우펜 마을이다. 평온하고 아름다운 마을인 오번도르프는 성가곡인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만들어진 곳이다. 오번도르프 중심가에 있는 ‘성 니콜라우스 성당’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 아주 잘 어울리는 성당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마을을 지키는 작은 망루처럼 보일 정도다. 해마다 12월 24일이 되면 ‘성 니콜라우스 성당’에서는 경건한 기념미사가 열린다. 성당 내부의 작은 창문에는 성가곡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만든 요제프 모어 신부와 프란츠 그루버의 모습이 스테인드글라스로 예쁘게 장식되어 있다.
오번도르프에 해가 지면 ‘성 니콜라우스 성당’ 앞의 키 큰 가문비나무는 근사한 크리스마스 트리로 변한다. 성당 입구에서는 오스트리아 전통의상을 입은 청년들이 아름다운 성가곡을 연주한다. 기념미사는 늦은 밤까지 계속된다. 마지막은 ‘성 니콜라우스 성당’을 찾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무대인 ‘성 니콜라우스 성당’
인스부르크

‘티롤 알프스’의 중심지인 인스부르크는 동계 올림픽을 두 번(1964년, 1976년)이나 치를 정도로 유명한 겨울여행지다. 특히 인스부르크가 자랑하는 스투바이 계곡은 1년 내내 스키장의 문을 열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겨울에는 스키를 타기 위해, 여름에는 편안한 휴식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인스부르크를 찾아오고 있다.
인스부르크에는 두 군데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다. 그 하나는 인스부르크를 대표하는 명물인 ‘작은 황금의 지붕’ 앞에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인(Inn) 강’ 근처의 넓은 공터에 있다. 인스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크리스마스 장식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인스부르크 사람들은 특별한 볼일이 없어도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아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즐길 준비를 한다. 예쁘고 앙증맞은 크리스마스 장식과 현관 앞에 세울 소형 크리스마스 트리, 깔끔한 목재 수공예품 등을 둘러보며 애써 들뜬 마음을 달랜다. 크리스마스 마켓 한켠에 마련된 노점에서 글뤼바인과 소시지를 먹으며 잠시 추위를 잊기도 한다. 무쇠솥에서 펄펄 끓는 글뤼바인은 계피를 넣어서 따뜻하게 데운 와인이다.

인스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