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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EME
OVERVIEW
  • 요즘 어른,
    요즘 애들
    오팔세대 90년생
    그들이 온다

    • 글. 편집실
  • ‘요즘 애들은’의 역사는 신석기시대 벽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회가 바뀌면 사람도 바뀌듯, 새로운 문화를 가진세 대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2020년, 요즘 어른과 요즘 애들으로 나뉘는 두 세대가 등장했다. 오팔세대와 90년생, 그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오팔세대의 자아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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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년층. 2017년 정부가 발표한 용어로 50세 전후의 활력있는 생활인을 뜻한다. 청년기-중년기-노년기로 분류되던 기존의 생애주기는 이미 백세시대로 접어든 현대에 맞지 않는 분류법이 되었다. 중년기와 노년기 사이, 신중년층이 사회의 대들보 역할을 하며 자리 잡았다. 신중년은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노년층(Old People with Active Lives) 오팔세대와도 일맥상통한다.
오팔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인 58년생 개띠로 대표되며, 다채로운 색을 띄는 보석 오팔을 상징하기도 한다. 퇴직 이후에도 건강하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이들에겐 있다.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제2의 인생’이다. 그들은 인생의 전환기를 맞으며 다시 청소년기와 유사한 생애과정을 거치게 된다. 자아 탐색의 시작이다. 재취업을 꿈꾸거나 자신의 취미활동이나 여가시간에 투자를 한다. 일을 선택하는 기준 또한 재미와 자아실현이 중요한 포인트다.
‘나는 뭘 좋아했었나’로 시작되는 자아 탐색은 오팔세대를 그저 나이 들게 하지 않는다. 그들은 소중한 시간을 좀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 그들은 시니어가 되기를 거부하고, 자신을 조금 더 나이 든 3040세대라고 생각한다.
밀레니얼 세대 자녀들과 소통하며 비슷한 소비 패턴을 보이는 데다, 보유 재산 또한 많다. 이미 시장에선 오팔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방송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이 18%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배경에도 오팔세대가 있다. 인구의 28%가량을 차지하는 오팔세대.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오팔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인
58년생 개띠로 대표되며,
다채로운 색을 띄는
보석 오팔을 상징하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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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칠두’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최근 주목받는 모델인 그는 올해 나이 만 65세. 55년생이다. 그는 60세가 넘는 나이에 데뷔한 신인 모델이지만 그가 쌓아 올린 이력은 화려하다. 인생 제 2막을 사는 오팔세대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오팔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모바일 및 인터넷 사용에 능숙하다는 점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50대의 97.6%, 60대의 81.2%는 20대 못지않게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회 적응은 신중년층의 무대를 더욱 확장시킨다. 모델 김칠두와 함께 대표적 오팔세대로 거론되는 유튜버 ‘밀라논나’는 이러한 모바일시장을 잘 활용해 유튜버로서의 인생 2막을 펼치고 있는 주인공이다.
그녀는 패션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여러 기업의 디자인 고문을 맡을 정도로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인플루언서다. 전문적이면서도 편안한 영상 콘텐츠를 기반으로 그녀의 채널 구독자는 31만 명에 이른다. 말 그대로 중년층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오팔세대의 대표 모델로 불리는 이 두 사람의 특징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은퇴 후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트렌드를 전망한 책 『트렌드 코리아2020』은 오팔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로 ‘아침에 일어나야 할 이유’를 꼽는다. 반드시 사회적 인정이나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이 아닐지라도 매일 아침을 맞이하는 기쁨이 생활에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는 일이나, 손주를 안아주는 일 등 무엇이든 상관은 없다.
현실적으로 노후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채 비자발적 노동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에게도 ‘아침에 일어날 이유’는 중요하다고 말한다. 길어진 노후를 행복하게 살기 위한 습관, 어쩌면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만드는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닐까.

90년생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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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 분 요약 좀’
요즘 영상 콘텐츠 밑에는 이런 댓글이 달린다. 이 댓글 속엔 90년생의 특징이 녹아있다. 간단한 것을 선호하고, 그마저도 재미가 없으면 눈길을 주지 않는 요즘 애들의 특징 말이다. 내용은 간결하고, 유머도 녹아있어야 하는 데다 기업의 윤리의식마저 챙기는 그들을 우리는 90년생이라 부른다.
90년생이란 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후반까지의 세대를 아우르는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도 ‘젊은’ 밀레니얼 세대를 가리킨다. 그들은 성인이 돼서야 휴대폰을 사용하게 된 80년대생들과 달리 성장기시절부터 휴대폰을 가졌으며, 스마트폰 사용에 더 능숙하다. 전화보다는 ‘앱’으로 음식을 배달시키고, 폐가구를 버릴 때도 동사무소를 찾는 대신 ‘앱’을 켠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한 90년생의 사고는 비선형적이며, 넘쳐나는 정보를 정리하기보다는 필요한 것만을 간략하게 훑는 것이 더 익숙하다. 기존 세대가 ‘굶지 않고 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90년대 생은 ‘갖고 싶은 것을 갖고 살기’위해 노력한다. 수동적으로 기업 마케팅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판단’에 의한 소비를 선택하며 ‘호갱’이 되기를 거부한다. 비윤리적 기업을 외면하지만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기업들은 90년생, 즉 2030세대의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다양한 참여형 마케팅 방안을 내놓기도 한다.
90년생의 등장에 이토록 주목하는 이유는 어딘가 ‘유별나다’는 시선에서 시작한다. 이제 막 30대에 들어선 그들을 기존 세대는 이해하기 어렵다. 90년생에 대한 오해는 ‘요즘 애들은~’으로 시작되는 어른들의 말과 비슷하다. 여기에 ‘작은 것에 열광한다’, 혹은 ‘자기밖에 모른다’ 정도의 특징이 붙는 정도다.
이제 막 입사한 회사에서는 ‘90년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들려온다. 오죽하면 『90년생과 일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책까지 나왔을까. 한 가지 알 수 있는 사실은, 90년생에 관한 모든 책이 그것은 ‘오해’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90년대생은 IMF 직격탄을 맞은 70년대생과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겪은 80년대생들을 보고 자란 세대다.
이들은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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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히 개성을 표출하는 90년대생에게 있어 ‘개인’은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가치이다. 지난해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책 『90년생이 온다』에서도 이미 권력은 기업에서 개인으로 넘어갔다고 말한다. 책은 앞으로 인재관리가 기업 경쟁에 필수적일 것으로 전망하며 90년생의 마음을 읽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90년대생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회사 선택의 큰 기준으로 세우고 있으며 실제로 당연하게 요구한다. 많은 돈을 벌어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보다 당장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 더 큰 가치이기 때문이다.
『90년생이 온다』에서는 이런 세대 특징의 원인을 사회적 배경에서 찾는다. 90년대생은 IMF 직격탄을 맞은 70년대생과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겪은 80년대생들을 보고 자란 세대다. 이들은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안정적인 삶을 꿈꾸지만, 사회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소확행’을 이루는 쪽을 선택한다. ‘가심비’나 ‘욜로’같은 말이 유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어쩐지 조금 서글픈 사회현상이다.
‘요즘 애들’이 시대를 뛰어 넘어 언제나 있는 말인 것처럼, 90년생도 결국은 요즘 애들을 맞이하게 된다. 그때 90년생은 어떤 시선으로 다음 세대를 보게 될까.

참고도서.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웨일북, 2018. / 『트렌드 코리아 2020』, 김난도 외, 미래의 창,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