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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만물을 연결하는 ‘체인’될까?블록체인과 초연결 사회
- 글. 차지은
- ‘PC 통신망’이 80년대를 강타했을 당시,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직감했다. 그리고 2020년. 블록체인의 상용화를 눈앞에 둔 지금 또 다른 시대가 열렸다. 사람과 사물, 데이터 등 모든 것을 연결 가능하게 하는 초연결 사회가 다가왔다.
블록체인의 등장
IT계 뉴스에 연일 등장하는 단어 ‘블록체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이 가능해진다’는 소식이 일반적이다. 블록체인이란 말은 들어봤지만 대관절 무엇인지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쯤 되니 관심 없던 사람도 궁금해진다. 블록체인, 도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블록체인을 처음 고안한 사람은 일본인 나카모토 사토시다. 블록체인은 블록과 체인의 합성어로, 블록에는 일정 시간 동안 확정된 거래 내역이 담긴다. 이러한 블록이 체인처럼 연결돼 하나의 정보를 완성한다는 것이 블록체인의 기본 개념이다. 블록체인의 핵심은 ‘탈중앙’과 ‘합의’에 있다.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용내역이 전부 기록되며 한 번 기록된 정보는 수정할 수 없어 데이터를 위조할 수 없다는 안정성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가장 유명한 블록체인의 적용사례는 암호 화폐 ‘비트코인’이다. 블록체인을 고안한 사토시가 2009년에 개발했다. 비트코인은 특정한 관리자가 없이 P2P(peer to peer) 방식으로 작동한다. 개인 간 거래를 의미하는 P2P는 인터넷으로 다른 사용자 컴퓨터에 접속해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로 ‘토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비유하자면, 비트코인은 토렌트처럼 이용자 간 분산되어 저장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에서 10분에 한 번씩 만드는 거래내역 묶음이 ‘블록’인데, 한마디로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의 거래 기록을 저장한 ‘거래 장부’라고 할 수 있다. 거래 장부가 투명한 화폐의 등장에 사람들은 주목했으며, 비트코인은 생긴 지 5년 만에 시가총액으로 세계 100대 화폐 안에 들어갈 정도로 성장했다.
생활 속에 들어온
블록체인
최근 IT기업 LG CNS는 세계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신분증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신분증으로 불필요한 절차를 줄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게임 기업 넥슨도 블록체인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차이(Chai)’를 도입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구축한 울산지역화폐 ‘울산 페이’는 지역에서 이미 자리 잡았다. 이처럼 블록체인의 시작은 금융이었지만 그 확장성과 신뢰성을 무기로 다양한 산업으로 활용되며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에 도입되고 있으며, 외국환 송금 서비스에 경우는 이미 외국에서 상용되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전자 투표도 가능해진다. 투표 내용을 개별 블록에 저장해 익명이 보장되며, 투표 결과를 모두가 확인할 수 있도록 공유되는 특성으로 신뢰도까지 확보할 수 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식품 산업에서도 블록체인의 활용도는 상당하다. 식품 산업에서 블록체인은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등 먹거리의 생산, 가공, 물류,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 농산물 인증 여부는 물론 어떤 경로를 거쳐 배송됐는지, 배송 중 습도와 온도 정보까지 확인이 가능하며, 여기에 IoT 기술을 접목하면 유통 과정에서 온도나 습도를 측정해 식품 변질에 관한 부분도 관리할 수 있다. 지난해 블록체인 기반 식품 추적 네트워크인 ‘IBM 푸드 트러스트’의 상용화가 대표적인 예다. 이를 통해 수백만 건의 식품을 추적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질병이나 리콜에 대한 대응 시간도 줄었다.
무역업계에서는 실시간 운송정보, 운송서류가 공개되는 플랫폼이 구축돼 문서 위변조나 거래 지연과 같은 문제를 예방하게 됐고, 보험이나 병원 관련 산업에서도 의료관리, 정보관리 등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모델을 개발 중이다.
문화산업에서도 블록체인은 환영받는 존재다. 예술품 경매에서 가상화폐 토큰을 활용한 예술품 정보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출시되어 상위층의 전유물이었던 예술품 거래의 대중화를 이끌어낼 전망이다.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구조 변화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수많은 산업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그 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것은 콘텐츠 시장에서의 변화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함께 비대면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됐다. 하지만 급격하게 커진 시장에 비해 콘텐츠의 창작자에 대한 처우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중간 플랫폼 기업만 이득을 취하고 정작 창작자는 보호받지 못하는 유통구조 때문인데, 블록체인은 이러한 콘텐츠시장의 문제점에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가치를 지닌 모든 것들이 기록되고 전달되며, 유통되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플랫폼은 콘텐츠 유통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은 시간 순서에 기반을 둔 불변의 정보 체인을 생성해 선행 저작물을 보호할 수 있고, 복제품 추적과 분별을 할 수 있어 저작권 보호에도 효율적이다.
더불어 현행 콘텐츠 제작에서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는 수익분배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가령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플랫폼이 활성화될 경우, 콘텐츠 제작자가 주도하는 유통구조로 재편돼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하던 이윤을 참여자나 창작자가 직접 보상받게 돼 중개자 없이 소비자에게 직접 콘텐츠를 판매하는 식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
초연결 사회 이끈다
이렇듯 다수의 산업 현장에서의 블록체인 활용은 또 다른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미 우리는 ‘네트워크’나 ‘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었지만, 블록체인은 이러한 네트워크나 데이터를 더욱 확장해 모든 사람에게 투명하게 공개, 공유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바로 ‘초연결 사회’다.
초연결 사회는 4차 산업혁명으로 세상 모든 만물이 연결되는 미래 사회 모델을 뜻한다. 세상 모든 만물이 망으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로 진입하게 되면 고객들의 데이터가 점차 방대해지고, 중앙에서 집중 관리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개인정보 관리에도 위험이 따를 수 있다. 또, 초연결 사회는 정부나 기업을 포함한 어떤 주체도 독자적인 생존이 어렵기 때문에 협업, 투명성, 지식공유, 권한 분산 등을 통한 개방에 의해서만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
이런 모든 상황을 해결하는 중심에 블록체인이 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공유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금융을 혁신할 인공지능 못지 않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여겨진다. 따라서 블록체인 혁명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가격을 낮추고 속도를 높이며 범위를 확장한 인터넷 혁명과 맞닿아있다.
더불어 블록체인은 기존 사업의 모습을 크게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등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능형 도시인 스마트시티에 신뢰성까지 결합한 새로운 스마트시티의 등장도 기대해볼 만하다. 이미 싱가포르와 호주의 프리맨틀, 두바이 등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스마트 시티의 대표사례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찾아볼 수 있다.
부천시는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을 통해 마을의 심각한 주차난 문제를 해결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마을 내 주차공간을 공유하는 등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결과, 주차장 수급률이 72% 증가하고 불법주차가 41% 감소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부천시는 대중교통과 연계한 통합교통서비스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이미 블록체인은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다. 현재 개발 중인 4차 산업과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다면, 초연결 사회는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