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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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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집에서 산다
요즘 소비 트렌드‘홈코노미’
- 글. 정임경
- 코로나19는 부득이하게 사람들을 집에 머물게 했고, 집 밖은 위험하기에 많은 것을 집 안에서 해결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물론 소비도 마찬가지. 스마트폰만 있으면 사지 못할 것 먹지 못할 것이 없게 된 요즘, 사람들은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위해 기꺼이 주머니를 열고 있다.
집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홈코노미 시대
당연하게 여긴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 작금의 상황. 코로나19는 우리 생활의 많은 것을 변하게 했다. 어른들은 화상 회의를 하며 재택근무에 나섰고, 아이들은 교실이 아닌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는다. 많은 사람이 모여 밥을 먹는 식당에 가는 일은 때로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었다. 집 밖에서 해왔던 모든 일을 집안에서 할 수밖에 없는 ‘집콕 라이프’로의 변화는 사람들의 소비 형태도 달라지게 했다. 사람들은 마트나 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대신 앱을 통해 식품이며 생필품 등 필요한 것을 주문한다. 최근 집에서 대부분의 경제 활동을 하는 ‘홈코노미(Homeconomy)’가 소비 트렌드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바야흐로 홈코노미의 시대가 도래했다. 집을 의미하는 홈(home)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인 홈코노미는 집에서 소비 활동이 발생하는 데 따른 경제 활동을 말한다.
사실 홈코노미 바람은 2019년 홈족(Home族)의 증가와 함께 시작되었다. 홈족은 말 그대로 집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며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사람을 뜻한다. 1인 가구 증가와 52시간 근무, 일과 삶의 조화를 중시하는 워라밸 문화의 확산, 미세 먼지 등으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집에서 여가를 즐기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IT 기술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SNS 발달로 집 안에서 거의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만큼 홈족의 확산은 자연스럽다. 그리고 지난해 코로나19는 사람들을 비자발적 홈족으로 만들었고, 홈코노미는 요즘 소비 트렌드의 대세가 되었다.
다시 집을 생각하는 사람들
코로나19로 집 밖이 위험해진 만큼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사람들은 집에 관한 개념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쉬는 공간이던 집을 여가를 즐기고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정의하고선 사무실이자 교실이요, 카페이자 헬스장, 영화관 등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집이 생활의 중심이 되자 사람들은 더 쾌적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제일 먼저 집 꾸미기에 나섰다. 대대적으로 집을 뜯어고치는 리모델링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구나 소품 등으로 쉽게 집안을 꾸미고 분위기를 바꾸는 홈 스타일링에 나섰다.
직접 DIY 가구를 조립하거나 페인트칠을 하는 등 셀프 인테리어 또한 인기다. 집을 꾸민 뒤 온라인 집들이를 한다. 자연스레 집을 꾸미는 데 소비가 늘어났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외출을 줄이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유통업체의 가구(19.3%), 가전(9.5%) 매출이 증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스로 꾸민 집 사진을 공유하고, 가구 및 인테리어 소품을 살 수 있는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 집’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무려 2020년 7월에 1,100만을 넘어섰다. 홈 인테리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집 밖은 위험해! 손안에서 즐기는 언택트 소비의 성장
코로나19는 콘택트 소비에서 언택트 소비, 즉 비대면 소비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사람들이 직접 매장을 방문하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직접 배송해 주는 편리한 언택트 소비를 더 선호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사지 못할 것이 없고 맛보지 못할 것이 없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2020년 9월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7월 중 온라인 쇼핑 거래액의 평균 증가율이 전년동기 대비 30.3%로 집계됐다.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 변화에 따라 기업들 또한 모바일이나 홈쇼핑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을 넘어 온라인 라이브 방송이나 온라인 쇼룸 등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며 제품, 서비스 판매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특히 언택트 소비는 온라인 쇼핑과 배달 서비스 시장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가져왔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된 만큼 외식 대신 집밥 소비가 늘면서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식품의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저녁에 주문해도 다음 날 새벽 문 앞에 도착해 있는 신선 식품 새벽 배송 업체의 성장 또한 두드러졌다.
더불어 배달 음식 또한 즐겨 찾았다. 배달 음식의 대표 격인 피자, 치킨, 중식은 물론 커피, 디저트를 비롯한 패밀리 레스토랑의 메뉴, 고급 호텔 코스 요리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외식 못지않은 한 끼를 내 집에서 편히 즐길 수 있게 된 만큼 사람들은 환호하고 있다.
먹거리뿐만 아니다. 눈에 띄는 것은 온라인을 통한 해외 명품 구매 또한 증가했다.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금 비싸도 ‘나를 위해 소비하겠다.’라는 욕구가 커져 과감하게 명품을 사며 플렉스 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집에 있는 시간을 조금 더 만족스럽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프리미엄급 가전, 가구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

홈루덴스가 키운 홈코노미 시장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사람들은 집 안에서도 할 수 있는 일, 즐길 거리가 충분히 많다는 것을 차츰 깨닫기 시작했고, 어떻게 하면 더 잘 놀고, 더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주로 집에서 놀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 ‘홈루덴스(Home Ludens)’도 등장했다. 홈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파생되었다. 홈 루덴스, 이들이 홈코노미 열풍을 이끌고 있다.
집에만 있으니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 확찐자가 된 사람들은 헬스장이나 체육시설에 갈 수 없으니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home trainning)족이 되어 러닝머신, 아령 등의 운동기구를 사들였다. 운동을 따라 할 수 있는 유튜브 영상 또한 인기다.
거실이나 베란다에서 캠핑을 즐기는 홈캠핑(home camping)족 또한 집이 아니라 캠핑장에 온 기분을 내기 위해 텐트, 조명, 오디오 등 감성 충만한 장비를 장만했다. 홈카페족도 있다. 이들은 마치 분위기 좋은 카페에 온 것처럼 집을 카페처럼 꾸며 취향에 맞는 차나 커피를 즐긴다. 혹자는 자신이 만든 음료 영상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고급스러움, 나만의 취향이 깃든 커피, 차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인스턴트 커피가 아닌 고급 커피 원두, 블렌딩 티 등을 사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즐긴다.
집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홈쿡(home cook)족이 급증하자 가전제품은 물론 프리미엄 오일, 고급 조미료 매출도 70% 이상 오르기도 했다. 사람들은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 TV, 스마트폰으로 앉은 곳을 극장으로 만들어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관람했고, 좋아하는 스타의 온라인 콘서트나 팬 미팅을 방구석 일 열에서 관람하며 즐거워했다. 이처럼 영상, 음악, 도서, 게임을 디지털로 즐기는 홈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또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40년 전에 출시된 책 <제3의 물결>에서 저자 앨빈 토플러는 “머지않아 수많은 사람이 사무실이나 공장으로 출근하는 대신 가정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수십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홈족의 등장, 코로나19를 통해 일터로 카페로 체육관 등으로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공간으로써 집의 진화를 경험 중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지극히 사적이고 행복한 집이라는 공간에서 발품이 아닌 손품을 팔아 구입한 취향 저격 아이템들로 소확행을 만끽하고 있다.
자신의 만족과 행복을 최우선에 둔 소비가 정착되고 있는 지금 홈코노미 또한 한 때의 유행이 아닌 보편적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