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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코노미의 성장,
소비 패러다임을 바꾸다집콕경제와 시사점
- 글.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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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 해는 '홈코노미’의 성장으로 유통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
홈쿡, 홈술, 홈엔터테인먼트 등 관련 소비가 늘면서 업종을 불문하고 홈코노미에 특화된 상품 개발과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졌다. 하지만 홈코노미의 성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의 소비 패러다임을 크게 바꾸고 있는 홈코노미에 대해 알아보자.
‘집’에 대한 생각의 변화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집’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변화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집은 가정집은 물론 일도 하는 ‘멀티 플레이스’로 발전했다. 하루 24시간을 집에서만 보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해지면서 소위 ‘집콕경제’가 부상하고 있다. ‘집콕경제’란 집에서 콕 박혀 있어야 하는 뉴노멀(새로운 표준)에서 성장하는 경제를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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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가 새로운 표준이 되면서 가전, 가구는 물론 OTT및 게임 등 홈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본격 성장하고 있다. 집에 오래 머물다 보니 집에 대한 투자 욕구가 강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줌(Zoom)으로 보고하고 회의하는 재택근무로 특히 대형 TV와 노트북 수요가 늘어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사업부가 부쩍 바빠졌다.
출퇴근 비용이 절약되어 직장인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가 가진 문제점도 부각되고 있다. 재택근무로 업무의 질은 이전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효율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대기업과 SK 이노베이션, 트위트 등과 같은 IT 산업 등 일부 업종에서만 확산이 한정되어 계급화, 양극화 현상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있고, 회사 일과 집안일의 구분이 불명확해지면서 오히려 인생이 더 힘들어졌다는 불평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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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트란 ‘홈트레이닝’의 줄임말로 집이 헬스장 역할도 수행하게 된 것을 말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10배 상승한 미국회사 펠로톤(Peleton)이 대표적인 홈트 기업이다. 펠로톤은 사이클 경기에서 선두를 달리는 무리를 뜻하는 용어이다. 펠로톤은 260만 원 상당의 실내 자전거를 판매한다. 그리고 매달 일정한 구독료(약 4만 원)를 내면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들의 운동 레슨에 거의 무제한 참여 할 수 있도록 한다. 반스앤드노블에서 일하던 청년 존폴리가 2012년 ‘사이클링 수업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아이디어로 창업해서 현재 1만 개가 넘는 라이브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펠로톤의 성공 사례처럼 발레 요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홈트가 급성장하는 것이 집콕경제의 주요한 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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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케이션’이 새로운 여행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여가생활의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스테이케이션’이란 집에 머무는 스테이(stay)와 휴가를 의미하는 바캉스(vacation)의 합성어로 휴가를 멀리 가지 않고 집이나 당일치기 무박여행을 하는 뉴 라이프 스타일을 말한다. ‘할리스테이’(holistay), ‘데이케이션’(daycation) 이라고도 한다. 2008년 이후 영국, 미국,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 침체와 저성장 상황에서 가까운 곳에서 휴가를 저비용으로 해결하는 추세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코로나 사태로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스테이케이션의 확산으로 ‘랜선여행’ 이 뉴노멀로 성장하고 있다. ‘랜선’은 인터넷 연결선이란 뜻으로 인터넷으로 하는 여행을 말하는 신조어이다. ‘와인지도 따라 떠나는 랜선 여행, ‘이탈리아 그리움을 타고 떠나는 랜선여행’ 등 많은 여행사와 여행가들이 랜선여행 시장을 키우고 있고 소비자들도 일종의 가상여행 및 학습으로 이 같은 상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집콕경제는 의식주에서 주생활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사회적 행사’의 중단으로 의류 소비는 급격히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변화에 따른 집콕경제의 시사점
앞서 살펴보았듯, 재택근무가 새로운 표준으로, 홈트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스테이케이션이 여행문화로 자리잡았다.
이상 살펴본 3가지 주요 변화를 중심으로 집콕 경제의 시사점을 정리해보자.
첫째, 주생활이 중심이 되는 북유럽 라이프 스타일이 뉴노멀 생활문화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춥고 긴 겨울을 가지고 있지만 북유럽 국가들은 시민 행복도가 세계 최상위 국가들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200년의 스웨덴 지배와 100년의 러시아 지배를 거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응전의 DNA를 가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추운 날씨 때문에 이미 일상화된 사회이다. 고전적 오프라인 책 읽기도 세계 1위 수준이다. 그리고 국민 1인당 사우나 1개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사우나 강국이다. 식민지배 경험, 언어구조, 사우나 등 우리와의 유사성도 크다. 기나긴 겨울을 집안에서 버텨내야 하는 북유럽 사람들의 집콕 라이프 스타일이 시민 행복도를 관리해야 하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크다.
둘째, 부동산 가격의 상대적 변화가 예상된다 도심 오피스 상권이나 대학 상권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데 반해서 수도권과 주변지 주택 그리고 중대형 아파트의 가치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택근무 일상화로 대형 오피스 수요가 줄고 주택 수요는 커지기 때문이다. 아파트나 주택이 일과 가정의 중심지로 변화하면서 집은 이제 오피스와 거주지 1+1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복합공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셋째, 오프라인 소매업과 상가가 지속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수의 오프라인 쇼핑객들이 지난 1년 집콕경제에서 디지털 쇼핑객으로 진화했다. 쿠팡이나 11번가 등 이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는 이전 아날로그 쇼핑족이었던 베이비부머들 중 상당수가 대거 이커머스 고객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이미 앱 쇼핑에 익숙해진 이들이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쇼핑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집콕경제에서의 소매업은 매장 위치와 크기가 아니라 앱 편의성과 라스트 마일 배송 서비스가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가 지속된 수만 년 동안 오프라인 매장은 영원한 핵심 자산이었다. 이 오래된 원칙도 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렇듯 집콕경제라는 새로운 시대에 독자 여러분의 진화와 발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