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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THEME
- 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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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바꿔 놓은 세상,
브이노믹스 시대의 도래
- 글. 정임경
- 코로나19는 사람들의 먹고, 자고, 입는 모든 영역을 변화시키고 있고, 이것은 곧 소비 형태의 변화 나아가 경제 흐름까지 바꾸어 놓았다. 이를 김난도 교수는 ‘브이노믹스’라 부르며 올해 주목해야 할 키워드로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본원적 가치를 중시하기 시작했고, 바이러스가 바꾼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 변화의 기로에 섰다. 바이러스가 바꿔 놓은 세상, 브이노믹스 시대를 들여다보자.
바이러스가 바꾼 경제,
브이노믹스
지난해 3월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칼럼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서 폭풍은 지나가겠지만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세상은 바이러스로 빠르게 변화했고, 지금도 변화 중이다. 사실 온라인 쇼핑, 집콕 등은 예전부터 아주 천천히 우리 삶에 확대되고 있었으나 코로나19로 확산 속도가 급속히 빨라졌다. 무려 10년의 시간을 앞당긴 것이다. 콘택트 경제에서 언택트 경제로의 변화는 극적이기까지 하다.
코로나19와 함께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지금, 매년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는 김난도 교수는 코로나19 시대 바이러스가 바꾸게 될 경제를 ‘브이노믹스(V-nomics)’라고 명명하며 올해의 키워드로 손꼽았다. 브이노믹스란 바이러스(Virus)의 V와 경제(Economics)를 결합한 신조어로 ‘바이러스가 바꿔 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 라는 의미다.
바이러스는 우리의 경제를 콘택트에서 언택트로 빠르게 전환하도록 했다. 재택근무와 방콕 문화가 확산하면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소비 활동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람들은 매장에서 밥을 먹기보다 배달 음식을 선호하게 됐고, 집에서 온라인 게임을 즐겼다. 또 영화관을 방문하는 것 대신 집에서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했다. 차 한 잔, 커피 한 잔도 자신의 취향대로 직접 내려 마셨고, 짐이 아닌 집에서 운동하기 시작했다. 건강 관리 또한 원격 진료를 선호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대면 경제는 모바일 정보기술 기기의 급속한 발달과 소비 트렌드에 맞춰 활성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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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 비대면 경제가
공존할 것
최근 세계 곳곳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이쯤 되니 오프라인을 통한 전통적 소비에서 온라인 주도의 소비로 변화한 경제 활동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경제학자들은 산업 분야, 업종에 따라 대면과 비대면 경제 활동이 적절히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비대면 거래의 비율은 더 커질 분야가 많다. 지난 1년간 소비자들은 편리함, 시간 절약 등 온라인 소비가 지닌 강력한 장점을 경험했기에 앞으로도 언택트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나의 예로 편의점, 도서관, 수산시장 등 다양한 분야로 비대면 서비스인 드라이브스루가 확장되고 있다. 많은 기업 또한 디지털 기술을 비즈니스 전반에 적용하며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벤츠, 볼보, 현대차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 또한 온라인 판매 플랫폼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주문부터 상담, 결제, 배송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판매 플랫폼 ‘클릭 투 바이’를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인도 전역에 도입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더불어 대면 · 비대면 서비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것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기업도 많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의 변신 속도가 눈에 띈다. 최근 오프라인 공간에 온라인의 편리함을 더한 경험을 뜻하는 피지털(Physital)이 급부상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피지털은 오프라인의 물리적 공간을 의미하는 피지컬(physical)과 온라인을 의미하는 디지털(digital)의 합성어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가령 오프라인 매장에서 내가 산 물건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어도 세부 정보와 다른 상품과 비교하는 것이 어려웠던 예전과 달리 상품이나 태그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정보를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하는 식이다. 가격 정보와 상품 검색이 쉬운 온라인 쇼핑의 장점을 고스란히 옮겨온 것이다.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스마트 카트가 눈에 띈다. 카트에 물건을 담으면서 바코드를 찍으면 구매 품목과 가격 정보가 카트에 부착된 기기에 뜬다. 결제도 쿠폰 적용도 카트에서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작은 예시일 뿐. 백화점, 마트 등 대형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에서 모방할 수 없는 요소들을 갖추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재미있는 체험 요소, 거대한 스케일의 공간감 등 소비자의 시선을 꽉 붙잡아 둘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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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노믹스 시대,
변화하거나 사라지거나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하게 한 것은 물론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바이러스 확산 이후 인간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 반문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며 ‘건강, 안전, 행복, 가족’ 등 본원적 가치를 중시하는 현상이 강화됐다. 바이러스는 사람들의 시선을 보다 근본적인 것에 머물게 했다.
물론 소비 패턴에도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들은 판촉, 할인보다 제품의 안전성이나 품질과 같은 근본적인 요소에 더 신경을 썼다. 이러한 인식 변화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에 기업들은 또 한 번 생존 능력을 시험받는 중이다.
기업도 사람도 일단 살아남는 것 ‘생존’이 가장 큰 과제가 됐다. 브이노믹스 시대 기업의 과제는 ‘트렌드 변화에 관해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고 적응해 살아남는가’가 된 것이다. 빠른 변화를 통해 생존한 기업은 비대면 경제의 바람을 타고 시장의 새로운 승자가 됐다.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 미국의 비디오 대여점의 대명사였던 블록버스터는 몰락하고 DVD 대여 사업에서 글로벌 OTT 플랫폼으로 변신에 성공한 넷플릭스가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 또한 변화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반응해 대처했기 때문이다.
드라이아이스를 생산하던 중소기업 ‘태경케미컬’이 쿠팡, 마켓컬리 등의 요구를 맞추며 국내 드라이아이스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할 수 있었던 것 또한 마찬가지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식품 전용 액화탄산 드라이아이스를 개발하기 위해 25억 원의 신규 투자를 하며 시장 변화에 빠르게 잘 대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끊임없이 가야 할 방향을 수정해온 기업만이 생존하게 된다.
변화를 추구하는 자세는 기업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필요하다. 바이러스가 앞당긴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 4차 산업혁명으로 사람이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이 사회는 나에게 무슨 일을 원하고 있고, 나는 이 사회에서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말이다. 기업뿐만이 아니라 개인도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고 진화하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 지난해 발 빠르게 유튜버로 전환해 자신의 영역을 확보한 이들처럼 말이다.
바이러스가 이끈 브이노믹스 시대, 기업이든 개인이든 지금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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