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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노믹스 시대와 자본주의 키즈
SPECIAL THEME
REVIEW
  • 브이노믹스 시대와
    자본주의 키즈

    • 글.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를 통해 전 세계의 경제, 정치,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영역이 급격하게 변화되었다. 바이러스는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브이노믹스, 지금까지 변화한, 앞으로 변화할 경제 이야기를 들어본다.
자본주의 키즈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

지루한 코로나19 시대도 어느덧 1년을 넘기고 있다.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라는 ‘브이노믹스(V-nomics)’는 마치 중세시대의 흑사병이 중세를 끝내고 르네상스 시대를 열게 된 것 같이, 우리 경제가 이 파고(波高)를 넘기게 되면 더 나은 세상이 될지는 아직 지켜 볼 일이다.
미국의 도널드 럼스펠드 前 국방장관은 경영자가 알아야 할 세 가지는 ‘알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들(known - known)’, ‘모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들(known - unknown)’, 그리고 ‘모르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들(unknown - unknown)’이라고 분류했다. 어쩌면 브이노믹스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unknown – unknown’이라는 ‘박스권’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언제까지 이 상황을 마냥 지켜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경영자들에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전략을 짜보라고 주문한다는 것 또한 감당하기 벅찬 일일 것이다.

V-nomics
브이노믹스 시대의
‘자본주의 키즈’

그렇다면 이 험난한 브이노믹스 시대에 맞는 대안은 무엇일까? 이럴 때일수록 기업은, 기업이 처한 환경을 늘 인식하고 최접점 포인트에 있는 ‘고객’을 되돌아 봐야 한다. 고객은 기업보다도 먼저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그에 따르는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 내며, 아울러 그들이 추구하는 욕구와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업을 따라간다. 만약 기업이 이러한 고객 주도적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브이노믹스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브이노믹스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주목할 만한 고객들이 있으니 이들은 바로 ‘자본주의 키즈’들이다. 자본주의 키즈들은 돈과 소비에 대한 편견이 없고, 어릴 때부터 시장·금융 등 자본주의 문화에 친숙하다. 그래서 이들은 바로 브이노믹스가 발견한 금융산업에서의 ‘큰손’들이다. 자본주의 키즈들은 주로 20~30대이고 이들의 주 관심사는 ‘돈’이다. 그들의 선배들이자 지금 40대인 ‘X세대’들은 풍요로운 1990년대 중반까지 ‘소비’에만 열중했다면, 반면에 자본주의 키즈들은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이에 합당한 ‘소득’이 따라와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예전에 친구들끼리 모여서 영화나 방송, 스포츠 관련 얘기를 나누던 젊은이들이 이제는 돈 버는 법, 즉 ‘투자’를 얘기한다. 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주식 투자 강의를 구독해서 듣고, 이미 대학 캠퍼스에는 주식투자연구회, 부동산학회 등 투자와 관련된 동아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브이노믹스의 발발과 함께 시작된 글로벌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군대에서 스마트폰으로 주식하는 병정개미까지, 자본주의 키즈들은 개미처럼 대한민국의 투자 열풍을 이끌고 있다.
이제 우리 금융업은 서서히 자본주의 키즈들의 심리를 알아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저금통’ 기능에서는 적은 잔돈이라도 숫자 대신 ‘짜장면 한 그릇’, ‘서울-부산 KTX 승차권’과 같은 직관적인 이미지로 구현해서 소소한 저축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하루의 커피 한잔을 후회하게 만들고 이를 습관성 저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장려한다. 즉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스마트폰에서 커피 아이콘을 누르면 아낀 커피 비용이 자동으로 저축되는 기능을 탑재했다.
아울러 자본주의 키즈들의 영역은 주식 투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 등록된 계좌 수의 연령별 비중을 보면 30대가 38%, 40대가 29%, 20대가 18%를 이루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2020년 6월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를 제일 많이 구입한 세대는 30대로 32.4%를 이루고 있다. P2P 투자 플랫폼인 ‘어니스트펀드’에 의하면 2020년 4월 기준, 투자자의 36%가 30대이고 20대도 31%를 차지했다. 2018년의 경우 20대의 비중이 9%에 불과했던 것을 보면 자본주의 키즈들의 투자에 대한 영역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V-nomics
자본주의 키즈와 우리의 금융산업

자본주의 키즈들의 슬기로운 금융생활은 ‘파이어 (FIRE)’, 즉 ‘재무적 독립과 조기은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라는 저변의 철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들의 재무관리는 퇴직 후 은퇴 설계까지 이어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은퇴 설계는 이전에는 주로 중·장년의 전유물이었지만 자본주의 키즈들에게는 취직과 동시에 고민을 하게 되는 사안이다. 빠른 은퇴를 위해서 정말 불같은 열정으로 저축하는 일부 자본주의 키즈들은 연 소득의 70%까지 저축하여 목표한 자산이 달성되었을 때 40대에 직장을 그만 두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자산으로부터 획득한 투자 수익금으로 여가 생활을 즐기며 인생에서의 ‘버킷리스트’를 달성하는 것으로 여생을 설계한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게임의 룰을 지켜가며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다.
자본주의 키즈들을 바라보며 갖게 되는 상반된 시각은, 이들의 태동이 우리 금융산업을 살찌우고 더 풍성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이들의 행동 양식이 바로 브이노믹스와 같은 ‘불안’과 ‘불확실성’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이 다소 씁쓸한 부분이다. 아니, 어쩌면 브이노믹스 그 이전부터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20여 년 전 IMF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높은 경제적 불안을 안겨줬고 이는 곧 자본의 중요성을 더욱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장년층들은 자영업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구조조정을 통해 얻은 알토란 같은 퇴직금을 ‘골목식당’에 그대로 쏟아 붓고, 이후 폐업하는 악순환의 사슬에 빠지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부모들 곁에서 이를 지켜 본 자녀들이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키즈들이다. 자본주의 키즈들의 마인드에는 ‘내 돈은 내가 지킨다’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고 재테크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그들을 지켜낼 수 없다는 생각이 뚜렷하다.
하지만 이들이 미래에 대한 걱정에만 사로잡혀 ‘긴축경제’만을 운용하는 주체는 아니다. 평소엔 꼼꼼히 재무계획을 세우는 이들이지만 한정판 명품에 아낌없이 돈을 쓰고,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과감히 스페인 여행을 위해 떠난다. 이들에게 5천 원이 넘는 테이크아웃 커피는 단순히 ‘소확행’ 그 자체다. 미래가 불안하기에 돈을 모으지만 동시에 과감히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는 소비하는 스마트한 소비자들이다.

금융교육
브이노믹스 시대,
정규적인 금융교육의 필요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현상에 빛이 있다면 어둠도 따르는 법. 자본주의 키즈들이 자주 쓰는 단어 중에 ‘자낳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의 준말로 별풍선을 받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일부 인터넷 BJ를 두고 쓰는 말이다. 어쩌면 자본주의 키즈들이 경계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자본주의가 낳게 될 수 있는 탐욕성일 것이다. 그렇기에 자본주의를 선망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과 동시에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가감 없는 비판적인 태도도 필요할 것이다.
일부 자본주의 키즈들 중에 과도한 투자 열풍에 휩쓸려서 가상화폐와 같은 투자처에 무모하게 투자하고 전 재산을 잃게 되는 안타까운 사례를 보게 된다. 브이노믹스 시대에 동학개미 운동과 같은 자발적인 투자도 좋지만 자본주의 키즈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가치 있는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정규적인 금융교육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들의 돈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은 곧 자본주의 사회가 자정작용을 할 수 있도록 이끌 것이며, 브이노믹스 시대 이후에도 더 힘차게 활약하고 반등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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