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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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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환경제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 글. 편집실
  • 쓰레기 종량제도, 자원재활용에 대한 특별한 규정도 없던 시절이 있다. 큼직한 폐가전이나 고철은 고물상들이 알아서 실어갔고, 남은 음식물은 화단이나 텃밭에 뿌려졌다. 사용하던 것들이 손을 떠나면 곧장 쓰레기가 되던 시절이었다. 지구가 언제까지고 그런 삶의 태도를 버틸 리 없다. 1980년 재활용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한국자원재생공사가 설립됐고, 본격적인 재활용의 역사가 시작됐다. 쓰레기를 줄여 지구환경의 부담을 덜자는 목적이 기저에 깔린 이 역사는 1992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이어졌다. 주기적으로 개정을 거듭한 ‘자원재활용법’은 오늘날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생활법률 중 하나가 되었다. 2021년, 이제 재활용의 역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재활용이 아니라 자원의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둔 새로운 재활용의 개념, 순환경제의 시대가 온 것이다.
재활용에서
순환경제로의 변화

1992년 12월, 폐기물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재활용을 촉진시키기 위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이 제정되었다. 자원재활용법은 개정에 개정을 거듭하며 생산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세부 규정을 추가하는 등 그 범주를 확장해 왔다.
자원재활용법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일상의 공간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사회적으로 이토록 재활용에 몰두하게 된 것은 역시 날로 커져만 가는 환경문제가 원인이었다. 재활용되지 않는 자원은 고스란히 쓰레기가 돼 지구환경의 부담을 높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쓰레기의 양을 최소화한다고 해도 매일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배출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020년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발표한 ‘2019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18년도 일간 총 폐기물 발생량은 49만 7,238톤으로 전년도인 2017년 44만 6,102톤에 비해 무려 11.5%나 증가했다. 이제 쓰레기만이 문제인 것도 아니다. 제품이 생산되고 사용되는 과정 자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환경문제의 새로운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21세기 들어 새롭게 대두된 탄소 배출 문제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인간의 활동 하나하나에 매겨지는 탄소 발생 수치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줄인다고 해서 환경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12월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을 현실화해 실제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이산화탄소 발생 책임을 분명히 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어떤 환경정책보다 적극성을 띤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은 재사용과 재활용을 강화함으로써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의미를 둔다.
온실가스는 인간이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 등에서 발생한다. 결국 21세기 환경문제는 ‘어떻게 버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자체를 점검해야 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개념이 바로 순환경제이다.

ZERO WASTE
자원의 종말은
폐기가 아니라 순환

자원을 절약하거나 재활용한다는 의미를 벗어나 자원이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의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자원이 골라져 쓰이고 나면 폐기로 이어지던 과거 선형경제의 개념에서 벗어나 자원을 재사용함으로써 다시 일상의 무대로 복원되도록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여기에도 기존의 재활용의 의미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재활용을 위한 재활용이 아니라, 자원의 탄생부터 종말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복원의 가능성과 확장성을 열어 둔다는 점에는 차이가 있다. 생산자나 소비자가 원료를 선택해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재생이 가능한 재질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또한 쓰임을 다한 제품에 대해서도 폐기가 아닌 재사용 혹은 재활용의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는 태도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요구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환경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인류의 지속가능성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순환경제 개념은 보다 강력하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 영국은 2042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없애기로 했다. 이 같은 정책은 사용자의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를 불러 올 것이다. 프랑스 역시 2020년부터 분해가 어려운 일회용 제품의 사용을 부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광범위하게 당연시돼 왔던 일회용 제품 사용이 부분적으로나마 억제되면서 인간의 생활양식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네덜란드 역시 2050년까지 금융기관들과 협력해 기업의 순환경제 사업에 투자하고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리 정부도 순환경제를 향한 여정에 함께 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탄소중립 선언은 실생활의 틀에서 순환경제에 기반한 현실 정책을 도출해내고 있다.
정부는 7월 14일 “녹색 인프라를 더욱 확충하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 사업을 가속화하면서, 탄소저감 기술개발과 녹색금융으로 저탄소 경제 전환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선언한 ‘2021 탄소중립’에 대한 이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지자체 및 공공기관 역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종이 사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페이퍼 프리(paper Free)’ 정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순환경제는 책임을 묻지 않던 재활용 정책이 조금씩 책임의 범주를 넓혀가다가, 사용자의 인식 개선 자체를 요구하는 시대의 생활양식을 필요로 한다.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일 수 없는 환경문제에는 보다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새로운 순환경제의 시대, 과거의 땅에서 발을 떼 새로운 시대로 걸음을 내디딜 때다.

  • CO2 NEUT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