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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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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노멀 시대
    신인류 등장,
    파이어족

    • 글. 편집실
  • 파이어(FIRE)란 ‘경제적 자립, 조기 퇴직’을 의미하는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자다. 1990년대 미국에서 시작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2030세대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파이어(FIRE) 운동. BBC방송은 “유례없이 길고 지루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밀레니얼 세대(1981년~1996년생)를 중심으로 파이어운동이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으로 확산되었다”고 설명했다. 돈이 없어서 극빈층으로 떨어지는 이전 세대를 지켜보며 2030세대 고학력 고소득 직장인들은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여가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돈을 모아 스스로 은퇴하고 남은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겠다는 의지에서다. 이러한 운동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일고 있다. 이른바 파이어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누구인가.
불필요한 소비에서 벗어나자는
가치관 전환이 핵심

30~4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경제적 자립을 이룬 후 은퇴를 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사람들을 파이어(FIRE)족이라고 하는데, 최근 각종 매체를 통해 파이어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이제 갓 경제활동을 시작한 이들도 있고, 직장생활을 오래했다고 해도 경력이 10년 남짓 정도인 이들이 파이어운동의 주역인 이유에 대해서는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가 겪은 금융위기의 불안감 등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높은 청년실업률, 일과 삶에 대한 가치 변화 등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20~30대 성인남녀 1,1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조기에 은퇴하는 파이어족이 될 생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 중, 과반수 이상인 57.0%가 ‘있다’고 답했다. 현재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41.0%가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파이어족이 어떤 비용을 가장 많이 줄이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복수응답) ‘외식’을 꼽은 응답자가 55.9%(응답률)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의복구입(46.5%)’과 ‘음주활동(45.0%)’을 포기했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또한 조기은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주식투자’를 꼽은 응답자가 50.7%로 가장 많았다. 이어 ‘되도록 돈을 쓰지 않는다(35.8%)가 다음으로 많았고, 이어 ‘예적금(30.1%)’을 꼽은 응답자가 많았다.
한국 파이어족은 조기 은퇴를 목표로, 최대한 지출을 줄여 소득의 70% 이상을 저축하며 투자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최근에는 부동산이나 주식투자부터 유튜브 등 온라인 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까지 하며 재테크뿐만 아니라 부업을 통해서도 돈을 모은다.
조기 은퇴를 목표로 한다고 해서 은퇴 후에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돈에 얽매이지 않고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다. 은퇴 후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기보다는 절약하며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불필요한 소비에서 벗어나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는 ‘가치관의 전환’이 핵심이다. 즉,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시간을 소비하기보다 하루빨리 경제적 자유를 달성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것이다.
파이어운동이 불황을 타고 유행한 데서 알 수 있듯, 파이어족의 삶은 경제적인 여유와 풍요를 누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주택 규모를 줄이고, 오래된 차를 타고, 외식과 여행을 줄이는 것은 물론 먹거리를 스스로 재배하기도 한다.

  • 자발적으로 조기에 은퇴하는
    파이어족이 될 생각이 있는가?

    57.0% 있다 43.0% 없다 * 20~30대 성인남녀 1,117명 대상 설문조사(자료 : 잡코리아)
  • 조기은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것은?

    주식투자 안 쓴다 예·적금 투잡/알바 부동산 기타 50.7% 35.8% 30.1% 10.9% 8.7% 2.8% * 20~30대 성인남녀 1,117명 대상 설문조사(자료 : 잡코리아)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의 변화
욜로(YOLO)에서 파이어(FIRE)까지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파이어운동에 대해 “성취감을 주지 못하는 직장에 대한 불만과 전통적인 사회보장제도의 붕괴, 불황 속에서 보다 안정된 삶에 대한 열망”이 가져온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즉 경제적 자립 및 조기 은퇴 후, 은행 대출과 소비생활에서 오는 압박에서 벗어난 삶을 살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파이어족은 극단적인 절약 생활을 실천한다. 뉴노멀 시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짠테크’, ‘노후대비’가 큰 이슈임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들은 미래의 자신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여 계획하고 투자한다. 파이어와 상반된 개념으로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가 소개되곤 한다. 몇 년 전까지 젊은 세대에서 유행한 욜로는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즐기라는 뜻으로, 현재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생활 방식을 뜻한다. 이는 당시 젊은 세대들의 모토가 되었고, 퇴사 후 전세금으로 세계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행복의 사례로 미디어에 등장하곤 했다.
그러나 파이어와 욜로를 곰곰이 살펴보면 이 생활 방식들이 지향하는 것은 모두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에 방점을 찍고 있다. 파이어는 욜로처럼 현재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돈을 열심히 모으겠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결국 훗날 욜로가 되기 위해 파이어족으로 산다는 점에서 통하는 부분이 있다. 전문가들은 파이어 운동이 노후까지 평생을 욜로족처럼 살기 위해 선택하는 젊은이들의 안전장치로 보고 있다.

파이어족에 대한
긍정과 우려의 목소리

파이어운동은 불필요한 소비를 지양하고 저축과 장기투자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파이어족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기 때문에 이런 파이어족이 확산하면 소비감소로 이어져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동반 침체하는 디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파이어 운동이 처음 시작된 미국에서는 파이어족의 증가가 미국 경제에 소비감소를 초래해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기사가 나온 바 있다. 또한 이른 은퇴는 연금 등의 사회보장제도 혜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은퇴 후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투자수익에 의존할 경우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생활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삶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파이어족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양한 삶의 가치가 공존하는 현대사회, 은퇴에 대한 생각이 제각각 다르기에 긍정과 부정의 견해도 계속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