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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인사이드
배틀트립
  • 문화 도시 강릉
    VS
    관광 도시 LUZERN

    • 글·사진. 송일봉 여행작가
  • 강원도 강릉과 스위스 루체른은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있는 도시다. 강릉에 있는 호수의 이름은 ‘경포호’이고, 루체른에 있는 호수의 이름은 ‘피어발트슈테터’다. 이들 호수는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강릉과 루체른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강릉은 문화도시로서의 이미지가 강하고, 루체른은 관광도시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물론 동해안 최고의 해수욕장이 있는 강릉 역시 매력적인 관광도시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스위스 속의 스위스’라 불리는 루체른의 명성(?)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문화 도시
강릉

산과 바다와 호수가 있는 고장, 강릉. 오랜 옛날부터 시인묵객들은 ‘일강릉, 이춘천, 삼원주’라 했다. 강원도의 많은 명소 가운데서도 강릉을 으뜸으로 꼽았던 것이다. 강릉은 예로부터 문향과 예향으로 이름 높던 고장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신사임당과 이율곡 말고도 강릉하면 빼놓을 수 없는 문장가들이 바로 허난설헌(본명 허초희)과 허균이다. 지금도 강릉 곳곳에는 이들과 관련된 명소들이 남아있다.

오죽헌

오죽헌(보물 제165호)은 조선 세종 때 공조참판과 예문관 제학을 지낸 최치운에 의해 건립되었다. 최치운은 이 집을 아들 최응현에게 물려주고, 최응현은 사위 이사온에게 물려줬다. 이사온은 사위 신명화에게 집을 물려줬다. 그리고 신명화는 외손자인 권치균에게 집을 물려줬는데, 권치균의 호인 오죽헌에서 집의 이름이 유래되었다. 신명화는 사임당의 아버지이며 율곡 이이의 외할아버지다. 오죽헌에서는 신사임당이 용꿈을 꾸고 율곡 이이를 낳았다는 몽룡실, 율곡 선생의 영정을 모신 문성사, 그리고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율곡기념관, 율곡 이이가 어린 시절 사용하던 벼루를 전시하고 있는 어제각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몽룡실과 문성사 주변에는 오죽이 많이 자라고 있다. 문성사 앞마당에는 오래된 배롱나무가 있어 한층 그 운치를 더한다. 몽룡실 뒤편에 있는 오래된 매화나무(수령 600년 추정)인 ‘율곡매’는 지난 2007년에 천연기념물 제484호로 지정되었다.

초당마을에 있는 허난설헌 유적지(이범수-한국관광공사)
경포대

‘관동팔경’ 가운데 하나인 경포대(명승 제108호로)는 강릉을 대표하는 문화명소다. 경포대는 좋은 경치를 보기 위해 마루의 높낮이를 다르게 하고, 모임의 성격에 따라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꾸며놓은 것이 특징이다.
경포대는 고려 충숙왕 때인 1326년에 당시 강원도 안렴사(지금의 강원도지사)였던 박숙에 의해 세워졌다. 그 후 조선 중종 때인 1508년에 강릉부사(지금의 강릉시장) 한급이 지금의 자리로 옮겨지었다. 현재의 경포대는 조선 영조 때인 1745년에 강릉부사 조하망이 새로 지은 것이다.
경포대에는 눈여겨 볼만한 현판 3개가 있다. 해서체로 쓴 ‘경포대(鏡浦臺)’, 전서체로 쓴 ‘경포대(鏡浦臺)’, 초서체와 전서체로 쓴 ‘제일강산(第一江山)’이다. 해서체 경포대는 조선 현종 때 한성부 판윤을 지낸 이익회가 썼고, 전서체 경포대는 조선 후기의 서예가 유한지가 썼다. 제일강산의 ‘제일’과 ‘강산’의 글씨체는 서로 다르다. ‘제일’은 초서체, ‘강산’은 해서체로 되어 있다.

초당마을

초당마을은 경상도 관찰사를 지낸 초당 허엽이 살던 곳이다. 그는 첫째 부인 청주 한씨와의 사이에 두 딸과 허성을 두었다. 부인과 사별한 후에는 둘째 부인 강릉 김씨와의 사이에 허봉, 허난설헌, 허균을 두었다.
초당마을은 허난설헌이 태어나고, 허균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서로 남매지간인 허난설헌과 허균은 한 시절을 파란만장한 삶으로 마감한 비운의 문장가들이다. 허난설헌은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 어린 아들과 딸의 죽음 등을 겪은 뒤 26년(1563~1589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허균 역시 의문스러운 역모에 연루되어 49년(1569~1618년)의 생을 마감했다.
현재 초당마을에는 2007년 4월에 개관한 ‘허균.허난설헌기념관’, 새로 복원한 허난설헌 생가 등이 있다. 특히 생가에서는 여성 전용 출입문과 통로, 남녀를 철저하게 구분하던 내외담, 문간채의 벼락닫이문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선교장

선교장(국가민속문화재 제5호)은 조선 시대 사대부 저택의 전형을 잘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고,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집이다. 아담한 크기의 안채, 사랑채인 열화당, 인공연못 위에 세운 정자인 활래정, 23칸짜리 행랑채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선교장’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의 옛 이름인 ‘배다리’에서 유래 되었다. 예전에는 경포호를 통해 선교장이 있는 마을까지 배가 들어왔었다고 한다.
강릉 선교장에는 ‘선교장박물관’도 있다. 선교장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물 3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주요 전시품으로는 광해군이 하사한 말안장, 고종이 하사한 궁중모란도, 1800년대 초에 제작된 팔도지도, 추사 김정희가 ‘홍엽산거’라고 쓴 현판 등이 있다. 선교장 뒤편의 울창한 소나무숲은 고즈넉한 산책길로 조성되어 있다. 선교장을 중심으로 좌청룡길과 우백호길로 나누어져 있다. 산책로에서는 선교장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왼쪽)관동팔경 가운데 하나인 경포대 (오른쪽)산책로에서 내려다 본 선교장 전경
루체른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인 '빈사의 사자상' 관광 도시
루체른

스위스는 아름다운 산, 크고 작은 호수로 이뤄진 관광대국이다. 비록 국토의 규모는 작지만 저마다의 독창성을 뽐내는 도시들이 많다. 이른바 ‘스위스 속의 스위스’라 불리는 루체른 역시 다양성 하면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관광지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알프스와 호수, 크고 작은 박물관과 미술관, 중세의 고풍스러움은 루체른의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루체른을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둘러보려면 루체른 관광청에서 주관하는 도보관광(Guided City Walk)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현지 해설사가 약 2시간 동안 동행한다.

카펠교

루체른 시내는 피어발트슈테터 호수와 연결된 로이스 강에 의해 반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강 위에는 카펠교, 로이스교, 슈프로이어교 등과 같은 다리가 놓여 있다. 이 가운데 루체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카펠교가 가장 유명하다. 카펠교의 이름은 근처에 있던 예배당인 ‘성 피터 카펠’에서 따왔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카펠교는 지붕이 있는 204m 길이의 나무다리다. 1333년에 처음 개설된 이후로 루체른 시민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아온 명물이다. 지난 1993년에 화재로 다리의 절반 정도가 소실되었으나 다행스럽게도 그 다음 해에 복원되었다. 카펠교 중간쯤에는 34m 높이의 팔각탑인 바써투름(Wasserturm)이 있다. 예전에 파수대, 문서보관소, 감옥 등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카펠교는 지붕 아래에 있는 나무 그림도 유명하다. 그림의 내용은 스위스와 루체른의 역사, 루체른의 수호성인(성 레오데갈, 성 마우리시우흐)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루체른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카펠교
무제크 성벽

루체른은 예전에 매우 견고한 성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무제크 성벽이다. 루체른 구시가지에 900m쯤 남아 있는 이 성벽은 일반 관광객들에게 그리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하지만 루체른의 진면목을 보기 원하는 관광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명소로 손꼽힌다. 여름철에만 개방되는 멘리탑을 비롯한 3개의 탑을 이용해서 성벽 위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비록 잠시 동안이지만 어둡고 좁은 계단을 오르며 중세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성벽 위에서는 로이스 강과 루체른의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무제크 성벽을 내려오면 구시가지의 반호프 거리에서 열리는 작은 꽃시장을 볼 수도 있다. 루체른에서는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아침에 꽃시장이 열린다.

무제크 성벽에서 내려다 본 루체른 전경
빈사의 사자상

루체른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는 일명 ‘빈사의 사자상’이라 ‘라이언 기념비’다. 이 위령비는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대혁명과 관련이 있다. 당시 루이 16세 일가를 지키다 사망한 스위스 용병 786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조성되었다. 이 위령비를 제작한 사람은 덴마크의 조각가 토르발센이다.
창에 찔려 힘이 빠져 죽어가면서도 부르봉 왕가의 문장이 그려진 방패를 지키려 앞발을 내밀고 있는 사자의 모습, 너무나도 고통스러워하는 사자의 얼굴이 보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이 위령비를 가리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조각상”이라 표현했다.

루체른 문화컨벤션센터 & 호프 성당

루체른역 근처에는 세련된 현대식 건축물이 하나 들어서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의 설계로 지어진 루체른 문화컨벤션센터다. 현재 이곳에는 미술관, 콘서트홀, 이벤트홀 등이 들어서 있다. 특히 1,800석의 규모를 자랑하는 콘서트홀은 음향시설이 뛰어난 공연장으로 유명하다. 건축가 장 누벨은 우리나라의 삼성미술관 리움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루체른 시내 북동쪽에는 아름다운 쌍둥이 첨탑으로 유명한 ‘호프 성당’이 있다. 이 성당은 735년에 처음 세워졌으나 1633년에 발생한 화재로 상당 부분이 훼손되었다. 그 후 1645년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재건되었다. 현재 스위스를 대표하는 르네상스 양식의 성당 건축물로 손꼽힌다. ‘호프 성당’ 내부에서는 화려한 성모 마리아 제단과 4,950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파이프오르간을 볼 수 있다. 교회 옆에는 긴 회랑을 따라 토스카나 풍의 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쌍둥이 첨탑으로 유명한 호프 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