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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금융가이드
진화하는 금융
  • 빅테크의
    디지털 금융 확장과 방정식

    • 글. 김정혁 서울사이버대학교 빅데이터정보보호학과 겸임교수
  • 강력한 플랫폼을 장착한 핀테크 기업이 금융 영토를 확대하고 있다. 직접 계좌를 발급하고 이체·결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로 변모를 시도하고 있는 것.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 되고 있는 가운데 혁신금융을 내세운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과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본다.
핀테크 기술,
글로벌 접근성을 높이다

오래전 하늘 닿는 미지로 가는 길을 꿈꾸다 첫 발을 디딘 곳, 아름답지만 두려운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다. 지구상에서 가장 해발 고도가 높은 곳, 세계 최고봉들이 맞물려 있는 히말라야 트레킹은 길고도 험난하다. 산골 마을길, 숲속 오솔길로 시작해서 경사진 언덕과 돌계단을 지나 협곡과 암석을 통해 만난 거대한 만년 설산은 눈부신 파노라마 풍광만큼이나마 경이로웠다.
약간의 달러와 루피 지폐를 꼬깃꼬깃하게 손에 쥐고도 마음이 편한 발걸음이다. 무거운 짐을 들고 목적지까지 묵묵히 안내해 준 길동무 포터에게 진심어린 감사한 마음의 나마스테를 연신 전해주었다.
닳고 지친 몸을 적시는 가랑비 속 내리막길에서야 포터의 일상과 소득을 물어보고 장래 희망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었다. 젊은 포터의 친척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직장을 갖고 있고 한국어 자격증을 취득한 동생도 케이팝의 고장, 한류의 베이스캠프에서의 부푼 꿈을 그리고 있었다. 멀고도 낯선 한국에서 노동 대가로 받은 네팔인들의 수입은 본인의 가정은 물론 또 다른 가족들의 생계까지 절박하게 책임지고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하나 둘 출현하던 시기여서 문득 외국인 노동자들의 해외송금 절차에 대한 궁금증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사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뱅킹은 IT 강국의 전자금융서비스조차 품을 수 없는 에베레스트 지붕만큼이나마 드높다.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은 인증 장벽에서 좌절하고 대면 확인을 위해 근무시간 중 영업점 방문은 엄두도 못 낸다. 날로 자본과 직원 수가 늘어나고 몸집이 거대해진 은행들의 화려한 금융상품은 쏟아지지만 저소득 해외 노동자들을 위한 금융포용은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었다. 그동안 보수적이고 경직된 은행의 비호의적 문턱을 깨부수고 나선 건 핀테크이다. 핀테크는 해외 노동자들의 얼음에 갇힌 고통과 눈물을 따뜻한 기술로 눈 녹듯 씻겨 주었다. 한패스, 모인, 센트비와 같은 해외송금 라이센스를 획득한 핀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어려움과 절실함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한 번에 해결해주었다.

핀테크 스타트업이 개척한
모바일 금융 시장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우리의 전자금융 인프라는 접근성이나 편의성, 수익성 측면에서 모두 달갑지 않은 사각지대이다. 우리 국민들도 매번 해외 송금할 때마다 지불하는 중개료, 전신료, 수수료 체계는 오랜 기간 변하지 않고 있었다. 계좌이체든 해외송금이든 인터넷뱅킹을 이용하기 위해 매년 공인인증서 갱신과 한도에 맞는 실물카드를 휴대하고 기억하기 어려운 비밀번호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환치기와 외화밀반출이라는 불법과 엄청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날이 갈수록 줄어들지 않는 보이스피싱, 스미싱과 같은 불법금융사기 예방을 위해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와 스마트금융, 비대면 거래는 외국인 체류자에겐 금융생활의 기본권마저 멈추게 한다.
그런데도 혁신성과 수익성으로 뭉친 젊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포용까지 솔선수범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노동자들은 매월 수입을 본국에 정기적으로 수시로 송금하고 있다. 최근에서야 외국인 등록증만으로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해 인터넷은행 계좌 개설이 가능해졌다. 국내 은행권에 이어 인터넷전문은행도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개척한 모바일 금융 시장을 팽창시키고 있다. 영업점 방문 없이 스마트폰으로 계좌 개설과 저렴한 수수료의 뱅킹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핀테크가 금융의 꽃길을 단장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핀테크 규모에 신용카드사와 전자금융업자도 발 빠르게 대응함에 따라 핀테크 비즈니스는 뜨거운 각축전으로 돌입하고 있다. 기존의 금융회사들이 제공하는 모바일 금융은 온전히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이고 오랜 기간 안정적인 수익원이었다. 이러한 관행과 익숙함을 깨뜨린 핀테크 스타트업은 생소하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발굴해 나간다.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이 시도하지 않고 방치한 취약계층은 이제 차별화된 IT서비스와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늠자가 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핀테크 규모에
신용카드사와 전자금융업자도
발 빠르게 대응함에 따라
핀테크 비즈니스는
뜨거운 각축전으로 돌입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창작물

이제 금융권은 영업점 수를 줄이는 대신 외국인 근로자 맞춤형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늘리고 있는 추세이다. 정상적인 금융업무가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영업 전략이다. 이러한 특화된 영업점에서는 환전과 송금을 포함한 카드 발급과 출국 만기 보험, 휴대전화 개통, 잔돈 적립, 모바일결제 등 다양한 금융과 생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다양한 동남아 국적의 직원을 채용하여 외국인 근로자들의 언어통역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의 금융시장은 전통적인 금융권과 인터넷 전문은행, 핀테크 기업에 이어 IT인터넷 기업, 이동통신사, 소셜 플랫폼 기업들과 같은 빅 테크놀로지 그룹이 금융질서를 재편하고 융합하면서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가고 있다. 과거 대륙의 고질적인 상거래의 불신과 불안, 불편의 장막을 걷어내고 전자상거래의 편의성과 신뢰성으로 무장한 중국의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간편결제의 대중화를 세차게 휘몰아쳤다. 질주하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거침없이 활용한 모바일 금융으로 중국 핀테크 비즈니스의 혁신적인 성장을 일궈내고 인민들의 차별 없고 공평한 삶의 행복지수를 강세장으로 이끌고 있다.
장기간 낙후되어 있었던 금융 인프라와 제한적인 금융 서비스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기반의 e커머스 분야가 획기적인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우호적인 정책과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금융당국의 규제개혁 마인드는 지급결제, 자산관리시장부터 하나씩 붉은 금융혁명을 타오르고 있다. 핀테크에서 빅테크로 성장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더욱 세차게 금융시장 진입장벽을 허물고 경계선을 무너뜨렸다. 또한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집중하는 AI, Cloud, Big Data, IoT를 활용한 금융 아키텍처와 소비자 중심의 생활밀착형 금융 서비스는 글로벌 금융경쟁력을 단숨에 상위권으로 쏘아 올렸다.
짙푸른 인도양의 해변과 고지대 산맥, 푸른 초원만이 전부인 케냐의 척박한 금융수준을 눈부신 태양과 같이 나타나 금융의 미래를 환하게 밝힌 것은 정부도 당국도 아닌 빅테크의 작은 포용력에서 시작했다. 엠페사라는 아프리카 금융의 흑진주를 캐낸 사파리콤은 핀테크 혁신의 아이콘을 넘어 빈부격차 해소와 빈곤한 취약계층의 삶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금융포용의 날개를 힘차게 펼쳐나가고 있다.

또 다른 변화의 물결

이제 국내 금융산업은 또 한 번의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금융과 디지털 플랫폼은 우리 모두의 일상이고 하루를 지탱하는 생존방식이다. 기술진보에 따른 디지털 금융의 확장과 혁신은 피하기 어려운 변화이자 운명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공유경제와 구독경제 플랫폼은 전통적인 산업과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으며 금융시장의 장막과 경계는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회사는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전자금융업자와 이해상충과 출혈경쟁에서 벗어나 서로 협력하여야 하다. 서서히 드러나는 빅테크 기업의 디지털 금융 메가 플랫폼과 전면적인 영토 분쟁을 채비하고 4차 산업 혁명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서핑할 미래기술을 확보하여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 기술은 또 어떤 밝은 미래금융을 그려나갈 것인지 어떤 형태의 파괴적 금융과 신 성장 동력을 발굴해 나갈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파악하여야 한다. 토스라는 간편송금 방식을 참신하게 선보인 비바리퍼블리카는 보험, 결제, 인터넷전문은행에 이어 모바일 트레이딩을 제공하는 증권업까지 금융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울타리 속 금융목장에서만 머물던 금융회사와 중개기관, 소비자들은 울타리 밖 핀테크의 신선함과 창의성에 매료되고 울타리를 부수고 들어온 빅테크의 웅장함과 감수성에 심장이 탈탈 털리고 있다.
온 국민의 메신저 플랫폼 이용자를 확보한 카카오의 밸류에이션 주축은 간편결제 플랫폼이다. 카카오페이의 매출과 거래대금이 늘어나고 영업이익률도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기업가치는 웬만한 금융지주 회사를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꾸준한 외형성장과 의미 있는 이자수익을 거두고 있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증권의 출범은 금융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여지가 충분하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의 포털, 네이버는 온라인 결제와 간편 송금 서비스를 하던 네이버페이를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출범시켰다. 네이버 일본법인 라인은 모바일메신저를 기반으로 증권, 신용대출, 카드, 보험 상품을 출시하고 일본금융청으로부터 암호화폐와 암호화폐거래소 인가를 취득하였다. 일본 금융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금융서비스 제공과 간편결제 선도사업자로서의 준비를 마쳤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금융지형을 무너뜨리는 빅테크와 대형 금융그룹 간의 한 치 양보 없는 생존경쟁과 미래금융의 패권을 결정짓는 ‘금융빅블러’의 원년이 될 것이다. 기존의 금융회사는 핀테크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와 인수합병을 통해 창의적 비즈니스 모델과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하여 빅테크 기업과의 살얼음판 출발선에서 숙명의 기로에 서 있다. 또한 빅테크 기업은 지속가능한 경영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탄탄한 디지털 플랫폼과 충성도 높은 고객의 쉽고 편한 경험을 디지털자산 엔터프라이즈의 신뢰성과 포용성을 흡수해 나가야 한다.
아마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시가총액은 웬만한 선진국의 국내총생산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또한, 빅테크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디지털 사회, 언택트 일상에서 금융권, 핀테크 기업들 모두 공룡화된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인 빅테크를 감당해낼 재간이 없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제로에 가깝고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가 지속될수록 시중자금과 금융자본은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빅테크 그룹으로 쏠려갈 것이다. 점진적인 시장점유율 상승과 브랜드 이미지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고객도 상품도 자본도 서비스도 인지도도 모두 디지털 플랫폼 블랙홀로 흡수될 전망이다.

금융산업의 미래 그리고 금융 방정식

미래에 투자하여야만 생존하는 금융산업의 핵심키워드는 디지털 플랫폼과 정보보안 그리고 새로운 금융소비자 계층을 창출하기 위한 탈금융 마인드이다. 기존 금융백화점에서 상품을 늘려가는 금융이 아닌 테크놀리지와 디지털문명 틀에서 세상에 없던 금융상품을 발굴하지 않으면 더 이상 존재할 가치가 없다. 이제 디지털 금융 플랫폼 세상에서는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가 주인이다. 더 이상 금융회사를 찾아갈 명분을 찾지 못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과 공급자 중심의 금융시장이 필요 없는 디지털 금융시대와 언택트 사회에서는 기존의 익숙한 금융 앱을 더 이상 클릭하지 않는다. 미래의 비대면 디지털 플랫폼 빅테크 기업이 이미 신선한 금융서비스 제공과 새로운 소비자층을 확보할 준비가 끝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와 기술금융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주역이 되는 언택트 디지털 금융시장에서는 빅 테크놀로지 플랫폼을 거머쥐지 못하는 금융회사는 무한궤도에서 이탈할 것이다. 빅테크의 진화하는 포트폴리오 채널은 오랜 금융관습을 밀어내면서 디지털 플랫폼의 급속한 금융재편은 모두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다가오는 금융산업의 미래는 데이터경제, 구독금융, 탈중앙화 엔진을 장착하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반의 기술력과 과감한 금융모델이 집약된 디지털 금융 플랫폼에서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우리 금융당국도 금융회사 중심의 감시감독과 규제 프레임에서 탈피하여 금융패러다임이 급속히 이동하는 디지털 풀랫폼에서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리밸런싱할 시기이다.
머지않아 다양한 산업과 글로벌 빅테크 분야에서 막강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을 위협하고 금융판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조성할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핀테크의 성장세와 빅테크의 영향력은 불확실성이 높은 금융패권을 가르는 뜨거운 쟁탈전의 신호탄이다. 여기에는 디지털 마인드와 디지털 전략 그리고 세상에 없는 무한한 상상력으로 변화한 금융방정식이 가로막고 있다. 해답은 끝없이 질문하고 끊임없이 배우는 노력만이 가파른 히말라야 금융협곡의 지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