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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금융가이드
전문가 리포트
  • 2021년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

    • 글.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 2020년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마이너스(-) 1% 정도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경제성장률이 -5.1%였는데, 그 이후 처음으로 경제성장이 후퇴한 셈이다.
    그러나 2021년 경제성장률은 3% 안팎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금융시장도 대체로 안정될 전망이다.
2020년 경기저점으로 확장국면 진입

우선 경기순환 측면에서 보면 우리 경제가 2020년 5월에 저점을 기록하고 확장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의 기준순환일(구체적으로 경기 저점과 정점이 발생한 월)에 따르면 2017년 9월을 경기 정점으로 2020년 5월까지 32개월 동안 수축국면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경기를 판단하는데 이용되는 거의 모든 경제지표들이 5월을 저점으로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현재의 경기 상태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통계청의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2020년 5월에 저점을 기록하고, 그 이후 계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앞으로 경기를 예고해주는 선행지수순환변동치 역시 6월 이후 상승 추세에 접어들었다.
장단기 금리 차이(=10년 국채수익률-CD91일물 수익률)로 미래의 경제성장률을 예측해볼 수 있는데, 이 또한 2021년에는 경기 회복을 예고하고 있다. 2008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장단기 금리 차이가 경제성장률에 3분기 선행(상관계수 0.70)했는데, 이 금리 차이가 2020년 4분기까지 확대되고 있다. 시차 관계를 고려하면 2021년 3분기까지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2년 이후 11번의 경기순환에서 경기 확장국면이 평균 33개월이었고, 짧게는 17개월 길게는 54개월이었다. 이런 추세를 고려하면 2020년 5월에 저점으로 시작된 경기 확장국면은 최소한 2021년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2021년 경제성장률은 3% 안팎 전망

문제는 회복 속도이다. 이는 전적으로 코로나19의 재확산 여부와 백신 개발 등에 달려 있다. 백신 개발이나 처방이 늦어진다면 우리 경제가 이중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최근 세계적 제약회사들이 백신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어 민간소비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도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2020.10)은 2020년 세계경제가 -4.4% 성장으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었으나, 2021년에는 5.2%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우리 수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 개도국 경제가 2021년에는 8%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2021년 우리 경제 성장률은 3%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2020년 11월 기준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2021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3.1%와 3.0%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컨센서스는 3.2%로 이들보다 약간 높다.
2021년 3% 경제성장률은 2020년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결코 높은 수준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 능력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추정해보면 현재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잠재성장을 결정하는 노동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가 자본 스톡이나 총요소생산성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머지않아 잠재성장률은 1%대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금리 소폭 상승, 그러나 낮은 수준에서 안정 전망

금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2021년 경제성장률이 2020년보다는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이는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2020년에 0.5% 정도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는 소비자물가상승률도 2021년에는 0.7% 안팎으로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시장금리는 소폭 상승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인다. 먼저 우리 경제에서 총저축률이 국내투자율을 웃도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저축은 자금 공급이고 투자는 자금 수요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저축률이 투자율을 지속적으로 웃돌면서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왔는데, 2021년에도 저축률(35%)이 투자율(32%)보다 2% 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자금잉여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은행 등 금융회사가 채권을 사들이면서 금리 상승을 억제할 것이다. 은행은 돈이 들어오면 대출이나 유가증권으로 운용한다. 대출은 가계와 기업 대출로 나뉜다. 가계는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이 빌려 쓴 돈보다 많은 자금 잉여주체이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계정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개인의 자금잉여가 131조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은 자금 부족주체이다. 그런데 기업이 2020년 6월 말 현재 728조 원의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을 만큼 투자를 늘리고 있지 않다. 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덜 빌려 쓸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대출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 은행은 유가증권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유가증권은 크게 주식과 채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은행은 변동성이 높은 주식보다는 채권을 주로 살 것이다. 2020년 6월말 현재 은행 자산 중 63.5%를 대출에 채권에 15.0%를 운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대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고 채권 비중은 늘어날 전망이다.

원화 가치 상승 추세 지속

원화 가치 상승세는 2021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첫째는, 달러 가치가 떨어질 전망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책당국이 통화 및 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면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내외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2.9%였던 미 연방정부의 총부채가 2012년부터는 100%를 넘어섰고, 2020년 2분기에는 135.6%에 이르렀다. 대외 부문에서도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 2020년 2분기 GDP 대비 대외 순부채 비율이 66.9%로 2008년 27.2%에 비해 껑충 뛰었다. 금리 상승이나 달러 가치 하락을 통해 이런 대내외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하기로 한 만큼 당분간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다. 달러 가치 하락을 통해 대내외 불균형이 해소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수입이 줄어들 것이다.
둘째, 연준의 대규모 통화 공급 확대도 달러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자 연준은 2020년 3월에서 6월 사이에 자산을 거의 3조 달러 늘렸다. 한국은행도 통화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미국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07년 12월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한미 본원통화의 상대적 비율이 원/달러 환율에 9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가장 크게 영향(시차상관계수 0.57)을 미쳤다. 2020년 5월 이후 미국의 본원통화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진 만큼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셋째, 중국 위안 가치 상승이 원화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2019년까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5조 1,500억 달러에 이르렀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서까지 수입을 규제하고 있지만, 2020년에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경제도 중장기적으로는 수출보다는 소비를 포함한 내수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위안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 환율은 위안/달러 환율과 연동되어 움직이고 있다. 한국 수출 가운데 중국 비중이 26%로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국제결제은행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을 계산할 때 중국 비중을 33%로 미국(14%)보다 훨씬 높게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도 원화 가치 상승 요인이다. 2015년 GDP 대비 7.2%였던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에는 3.6%로 줄었다. 그러나 한국 경제에서 총저축률이 국내총투자율을 넘어서고 있기에 경상수지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흑자를 기록할 것이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에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보고서’(환율보고서)를 내는데, 여기서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도 결정한다. 환율조작국 판단 기준 가운데 하나는 교역 상대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2%를 초과하는가의 여부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2021년에도 GDP의 3%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 한국의 원화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주식시장 긍정적 전망, 불확실성은 여전

2020년 4월 이후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2021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첫째, 앞에 살펴본 것처럼 우리 경제가 2020년 5월을 경기저점으로 확장국면에 접어들었다. 2021년에도 경기 확장국면의 연장선에 있을 것이다. 둘째, 풍부한 유동성이다. 2020년 9월 현재 단기 부동자금이 1320조 원이었다. 2021년에도 유동성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2021년에 경제가 회복되겠지만 실제 국내총생산(GDP의)이 잠재 수준을 하회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도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목표로 설정한 2%를 훨씬 밑돌 전망이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낮다.
셋째, 배당성향의 지속적 확대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2008~2018년 배당성향이 연평균 17.0%로 낮았다. 그러나 2019년에는 배당성향이 32.7%로 크게 향상되었고, 2020년에도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의 배당성향이 높아지면서 2018년부터 배당수익률이 은행의 저축성 예금금리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환율과 주식시장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1998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0.42로 나타났다. 즉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가 상승)할 때 주가가 올랐다는 것이다. 원화 가치가 1% 상승하면 코스피가 1.7% 올랐다. 그 이유를 외국인의 투자 행태에서 찾을 수 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 매수 여부를 결정할 때, 한국의 경제성장이나 기업 가치를 보지만 그 못지않게 환율도 중요하게 본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환차익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상승할 때 운수창고나 금융업 등 내수 관련 업종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더 올랐다. 2020년에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떠받쳤다. 그러나 2021년에는 원화 가치 상승과 함께 외국 투자자들이 다시 들어오면서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리스크도 점검하면서 대응해야

2021년 우리 경제가 확장국면의 연장선상에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도 대체로 안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각 경제 주체들은 세 가지 중요한 리스크를 점검해가면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우선 코로나19의 확산 여부이다. 다음으로 고려할 리스크는 미중 패권전쟁의 전개 방향이다. 이미 무역전쟁에서 기술전쟁으로 확산되었고 나아가서는 금융전쟁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다. 2021년에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지만, 물가가 불안해지면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고 각국의 부채에 의한 성장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세계 경제는 이전보다 더 큰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