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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봅시다
  • 인스피리언스족
    &
    휘게라이프

    • 글.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며 주거 공간의 역할이 다양해지고 있다. 집안이나 개인 생활 공간을 다양한 용도로 꾸며 놓고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을 일컫는 ‘인스피리언스족’, 편안하면서 소박한 삶의 여유를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을 뜻하는 ‘휘게라이프’가 그야말로 대세다.
우리 삶 속의 새로운 ‘집콕’ 트렌드

미술 강의와 치료를 겸하는 일을 하는 김모 씨는 지난 10월 큰마음을 먹고 집을 리모델링했다. 코로나19로 밖보다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다. 그는 거실과 방에 더해 욕실 분위기까지 180도 바꿨다. 거실에는 지난 10년 동안 없던 중문도 달았다. 집안 곳곳은 김 씨가 가장 좋아하는 화이트 톤으로 오랜만에 신혼 같은 분위기를 뽐냈다. 김 씨는 문을 열고 집 문턱을 넘어설 때마다 기분이 산뜻해진다. 밖에서는 코로나19로 마스크 감옥 속 답답함으로 우울해지지만 집에서 만큼은 코로나19를 잊는다. 좋아하던 운동은 헬스클럽 대신 집안 테라스에서 즐긴다. 김 씨는 테라스에 인조잔디와 조명을 추가 설치하고 러닝머신을 구입해 매일 저녁 창밖을 보며 운동을 즐긴다. 좋아하는 스타벅스 커피는 매장을 찾는 대신 캡슐 머신을 사서 테라스에서 매일 아침의 여유를 누린다. 영화는 극장을 대신해 큰 화면 TV와 홈시어터를 구입해 김 씨만의 소극장을 집안으로 옮겨났다. 김 씨는 “주말에 가족이나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면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행복은 더 커진다.”고 말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개인 생활 공간을 다양한 용도로 꾸며 놓고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인스피리언스족’이 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전 세계 행복지수 1위권인 덴마크인들의 생활을 표현하는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로 요약할 수 있는 ‘휘게라이프’도 이 시대 우리의 삶 속에서 새로운 ‘집콕’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혼술이나 홈술 문화가 대중화하고 있는 등 연말을 앞두고 집에서 편하게 즐기는 홈파티를 계획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이유도 이런 까닭이다. 7, 8월 전통적인 리모델링 비수기 시즌에도 불구하고 인테리어, 건자재 업계의 실적이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인 점도 코로나19가 바꿔놓은 풍경이다.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사태가 길게 이어지면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자 집을 꾸미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영향이다. 취미생활 등의 외부 경험을 집 안으로 들여오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 예컨대 코로나19 속 초대형 TV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도 이런 맥락이다. 코로나19 속, 집에서 영화관에 온 듯한 생동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수요도 인스피리언스족, 휘게라이프로 대변되는 세태의 방증이다.

삶의 만족, 소박한 여유를 위한 움직임

인스피리언스족의 사전적 의미는 집안이나 개인 생활 공간을 다양한 용도로 꾸며 놓고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다. 인스피리언스는 ‘집안’을 뜻하는 ‘indoor’와 경험을 뜻하는 ‘experi-ence’의 합성어로 밖에서 즐기던 경험을 집안이나 개인 생활 공간에서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용도로 꾸며 놓고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indoor’ 대신에 활력을 불어넣거나 경험을 고취한다는 뜻의 ‘inspire’와 ‘experience’의 합성어로 보기도 한다. 삶을 즐긴다는 점에서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웰빙족, 고소득이나 빠른 승진보다는 비록 저소득일지라도 여유 있는 직장생활을 즐기면서 삶의 만족을 찾는 다운시프트족과 비슷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점에서는 구분된다.
휘게라이프(Hygge Life)의 휘게(Hygge)는 ‘웰빙’이라는 노르웨이어 단어에서 유래한 덴마크어로, 사소한 일상을 보물로 여기는 트렌드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에게 중요한 가치는 성공과 사치가 아니라 일상 그 자체다. 삶 속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나 음악 감상, 산책, 친구와의 대화, 시원한 맥주 한잔 등의 사소한 일상이 모두 휘게라이프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전적으로는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친밀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유롭고 평온한 삶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코로나19가 낳은 현상으로 한국은행은 대면 접촉도가 높은 서비스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온라인 교육 및 재택근무 관련 컴퓨터, 가전, 가구 등에 대한 소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변화했고, 앞으로 더욱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취미생활이나 일상의 향유에 대한 갈증 또한 더해지는 가운데, 인스피리언스족, 휘게라이프 등의 신조어가 주목받으며, 새로운 집콕 문화를 형성해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