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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미 통해
    사용자 몰입 극대화하는

    게이미피케이션
    (GAMIFICATION)

    • 글. 김고금평 머니투데이 문화부 기자
  •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요소를 접목하는 것을 뜻한다. 동기를 부여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을 주는 게임의 특징을 다른 분야에 이용하는 것이다. 다양한 산업에서 시도하고 있는 게이미피케이션 사례들과 함께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현실은 이미 ‘게임화’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18년 작품 ‘레디 플레이어 원’은 희망이 가득한 가상의 게임 세계를 그렸다. VR(가상현실) 안경만 착용하면 처참한 현실을 피해 무엇이든 꿈꿀 수 있는 메타버스(Metaverse, 가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3차원 공간)로 도피할 수 있다.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매일 지루하고 반복된 암담한 현실에선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재미가 도처에 깔렸고, 경쟁을 통한 도전 의식이 수시로 주어지며, 승부를 통해 얻는 결과에 따른 보상도 정확히 책정된다. 언뜻 게임처럼 보이는 이런 ‘가상의 삶’에 누구도 예외 없이 집중한다.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재미도 없고 더 이상 ‘유의미’하지도 않다.
영화 속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의 현실은 ‘게임화’하고 있다. 게임 세계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닌, 현실의 상당한 부분이 게임과 엮이거나 게임을 도입하거나 게임의 방식을 좇는다.나이키는 ‘Nike+Run Club’이라는 앱을 개발했다. 운동화만 신고 달리는 무료함에 잔재미를 주는 게 포인트다. ‘챌린지 모드’를 이용하면 사용자끼리 거리나 횟수를 두고 경쟁할 수 있다. 남녀 대결, 국가별 대결 등 다양한 경쟁으로 운동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운동량이나 칼로리 소모량 등의 데이터가 모여 아이폰으로 전송되는데, 기록 달성자는 축하 음성 메시지와 트로피를 받는다. ‘네이버 지식iN’이나 ‘다음팁’에서 답변 채택률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보상과 유사한 원리다.

‘MZ세대 부상’, ‘언택트 시대’ 등으로 게임화 더욱 발전해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요소를 접목하는 것을 게이미피케이션(Gamifi cation)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게임화’ 정도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 외적인 분야에서 문제 해결, 지식 전달, 행동 및 관심 유도 혹은 마케팅을 위해 게임의 구성과 사고방식을 접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의 여러 분야에 게임 기법을 활용하는 주된 이유는 재미를 통해 사용자를 몰입시키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디지털 세계와 정보 기술을 잘 이해하는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게이미피케이션도 덩달아 발전할 수 있었다. 특히 지루한 주입식 교육보다 재미있는 감성적 접근에 익숙한 이 세대 특징이 기성세대가 구축해온 수많은 분야에서의 ‘게임화’를 더욱 부채질했다. 여기에 비대면 방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은 건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중독을 질병코드로 등록하며 게이미피케이션의 부정적 인식에 한몫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WHO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게임이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지난 2년간 게이미피케이션은 공공정책은 물론이고 교육, 보건· 의료, 스포츠,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 등이 파악한 게이미피케이션의 시장 규모는 2019년 70억 달러(약 8조 2,700억 원)에서 2025년 350억 달러(약 41조 3,500억 원)다.
게임을 통하면 기업은 소비자를 대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연하게 접근해 손쉽게 (소비자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학생들에겐 특히 교육의 게임화가 절실하다. 아니, 어쩌면 교육이 이뤄지는 모든 곳에선 게임이 ‘반드시’ 필요한 양념일지 모른다.
델타항공의 임직원 교육 프로그램은 의무 교육과 동의어로 쓰였다. 회사는 이를 바꾸기 위해 항로, 예약 시스템, 세계 지리 등을 배울 수 있는 ‘Ready, Set, Jet’(레디, 셋, 젯)이라는 게임을 만들었다. 이 교육용 게임을 선보인 첫해 직원들은 1년 만에 평균 4년치 교육을 받은 결과를 얻었다.
단백질 접기 온라인 게임 ‘Foldit’(폴드잇)은 지난 2008년 워싱턴대학에서 개발한 아미노산 연결 해독 게임이다. 게이머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흔들거나 구부리는 등 직접 움직여가며 효율적인 형태로 바꿔야 한다.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어려운 과제인 셈. 하지만 이 게임에 수만 명이 참여한 덕분에 3주 만에 정확한 단백질 구조 모델을 파악해냈다.

게임의 3단계 원칙을 지켜라

같은 일이라도 ‘게임’을 도입하면 순식간에 수만 명이 모여 집중적으로 협력할 수 있고 창의적인 생각도 수시로 떠올릴 수 있다. 그러려면 게임은 철저하게 재미, 경쟁, 보상이라는 3단계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재미를 보장하지 않으면 아무도 참여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경쟁이 도입되지 않으면 몰입과 집중력이 흐트러질 테고, 보상이 없다면 과정의 성취에 대해 무력해질 것이다. 금융권에서 최근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한 것도 3가지 키워드를 통해 금융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자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 토스가 만보기 서비스로 1만보 30원 등 재미-경쟁-보상의 3단계를 적용하고, 카카오뱅크가 ‘26주 적금’, ‘저금통 서비스’ 같은 게임식 콘텐츠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 나아가 게임화는 최근 치매, 강박 장애 같은 질병 치료에도 쓰인다.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소프트웨어인 ‘디지털 치료제’ 덕분이다. 모바일 게임 방식의 앱인 ‘엔데버RX’는 장애물을 피하는 미션을 통해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개선에 효과를 주고, 디지털 치매 치료제 ‘슈퍼브레인’은 태블릿 PC화면을 터치해 바구니에 과일을 담거나 산수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도움을 준다.
무분별한 게임이나 원칙 없는 게임화는 역효과와 부작용을 낳지만, 동기 유발이 넘치는 게임은 다다익선일 수 있다. 생각난 김에 별 스티커 모아 ‘굿즈’ 타러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