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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EME
REVIEW
  • 메타노믹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글. 윤기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 박람회(CES) 2022'에서 가장 이목을 끈 것은 '메타버스'였다. 보다 속도감 있고 포괄적인 메타버스 신사업 추진을 선언하는 마이크로소프트-퀄컴, 현대차-유니티 등 굵직한 제휴협력 발표가 이어졌으며, 현실의 물리 세계와 가상의 메타버스를 연계하는 다양한 로봇, AI(인공지능), XR(확장현실), 메타휴먼(가상인간)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에 힘입어 2022년 메타노믹스의 성장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메타버스(Metaverse)가 2021년 경제 및 기술 분야에서 논의의 중심이 되면서 메타노믹스(Metanomics)가 관심을 받고 있다. 메타노믹스는 메타버스의 ‘메타’와 이코노믹스의 ‘노믹스’ 를 결합한 신조어다. 메타버스를 이용한 경제 혹은 메타버스 속에서의 경제 시스템 혹은 경제를 의미한다. 벤처 캐피털 리스트인 매튜 볼(Mathew Ball)은 메타버스의 요건으로 ‘완전히 작동하는 경제 시스템’으로 이야기한다.
메타버스 기술이 성숙하면 사이버 공간인 메타버스는 한편으로는 물리적인 현실 세계와 융합할 것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독립적인 공간과 문화 및 세계를 형성할 것이다. 따라서 메타버스가 성숙할수록 메타노믹스의 경제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메타버스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메타노믹스에 대한 논의에 초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 이 글에서는 메타노믹스의 과거, 현재 및 미래로 나눠 둘러보았다.

NEAL STEPHENSON Snow Crash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 ⓒ 아마존
과거: 새롭지 않은 메타노믹스

메타노믹스는 새로운 단어는 아니다.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으로 ‘메타버스’가 등장했다. 이 소설에서 메타버스는 가상현실 게임 플랫폼인데, 이후 메타버스에 대한 상상력에 불을 지폈고, 당시 등장했던 많은 게임이 메타버스로 분류된다. 이러한 관심과 인기를 배경으로 메타노믹스라는 용어가 2007년 즈음 등장했다. 메타노믹스라는 단어는 그때 등장했으나, 그 개념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인디아나 대학의 테드 캐스트로노바(Ted Castronova) 교수는 온라인 게임에서의 가상경제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가상 세계에서의 경제적 분석을 실증적으로 수행한 첫 논문이다. 이 연구는 온라인 가상 공간의 재화가 실제 화폐와의 교환을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시간당 임금이 3.43달러이며 인당 GNP가 당시의 러시아와 불가리아 수준이었다. 메타노믹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요즘 언급되는 메타노믹스의 개념과 일치한다.

  • NFT Marketplace Add New Item
현재: 암호화폐 경제, 대체불가능토큰, 플레이투언

최근 메타노믹스의 중심화두는 메타버스 속에서의 암호화폐 경제,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나타내는 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 NFT)이다. 이것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부분과 비판적으로 분석할 측면이 모두 존재한다.
NFT를 이용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이는 가상공간에서의 디지털 창작물에 대한 소유권이 인정되어 메타버스 내의 자생적 경제 시스템이 가능해진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창작물은 몇 줄의 글, 디지털화된 예술작품, 음악, 동영상, 가상공간에서의 액세서리 등이 모두 해당한다. 다만, 실물경제의 화폐와 달리 토큰 1개의 가치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대체불가능토큰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1만 원짜리 지폐라 하더라도 그 지폐에 ‘마이클 잭슨’의 친필 사인이 각인돼 있다면 그 1만 원 지폐는 ‘팝의 황제’라는 의미가 부여되면서 다른 지폐와는 전혀 다른 가치를 갖게 된다. NFT는 디지털 자산 소유 여부를 인증해주는 일종의 디지털 등기부등본 역할을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가장 크게 붐이 일어난 곳 중 하나가 바로 미술 시장이다.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웠던 미술 시장에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NFT가 등장함으로써 미술에 관심이 없던 사람마저 유인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미술 시장뿐만 아니라 게임 시장 역시 NFT에 열광하고 있다. 게임을 하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온라인 게임은 돈을 지불해야만 남들보다 앞설 수 있는 ‘페이투윈(Pay-to-Win, P2W)’구조를 가졌다. 이에 반해 NFT 기반 게임은 오히려 하면 할수록 돈을 버는 ‘플레이투언(Play-to-Earn, P2E)’의 구조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는 일부 아이템을 현금화할 수 있다.
블룸버그의 한 기사는 NFT 시장이 2021년 41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으며, 이에 따라 NFT 거래소도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에 더해 카카오, 한글과컴퓨터 등이 이미 NFT 거래소를 설립했거나 설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NFT와 관련해 위험성도 다분하다. 디지털의 특징인 한계비용 제로*의 부분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NFT가 붙은 디지털 공간의 예술품과 그렇지 않은 예술품 모두 공존할 수 있다. 그러한 경우 NFT가 붙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는 베블런 효과**에 불과할 수도 있다. 또한 NFT의 쓰임새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NFT는 이더리움***과 같은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된다. NFT는 복수의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서 복수로 발행될 수 있는 기술적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NFT가 해당 디지털 자산 그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NFT에는 대용량의 미디어 데이터를 넣을 수 없어 해당 디지털 자산의 URL이나 일련번호를 넣어 발행하게 된다. NFT를 발행하는 사람이 해당 디지털 자산을 서버에서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소유권도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발행한 디지털 자산 URL이 삭제되거나 유실되면 NFT는 빈 껍데기만 남아버리게 된다. NFT는 해당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영수증 역할만 할 뿐 실제 권리는 NFT를 발행한 자가 구매자와 한 약속을 성실히 이행했을 때만 발생하게 된다. 현재까지 이런 소유권을 자동으로 인정해주거나 집행해주는 시스템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 이들의 관계는 한낱 ‘구두계약’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메타노믹스는 메타버스와 관련된 기술 생태계가 충분히 성숙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메타버스 관련 기술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 2007년 메타노믹스의 주장과 2022년 메타노믹스의 주장에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메타노믹스의 실체를 보려면 고개를 들어 미래를 봐야 한다.

잠깐 용어
*한계비용 제로
한계비용이 제로인 산업은 이미 존재한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우 프로그램, 인터넷강의, 각종 플랫폼 기업들과 같은 4차산업분야나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다. 이런 기업들의 비용 구조의 특징이 초기에는 큰 비용이 들지만 한번 생산하고 나면 그 이후에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은 거의 없기에 이를 한계비용이 제로라고 말한다.
**베블런 효과
자신의 지위를 자랑하기 위한 과시적 소비, 최신 유행을 무작정 따라가는 모방적 소비, 순간적인 욕구에 휘말리는 충동적인 소비 등을 베블런 효과라고 말한다.
***이더리움
2015년 7월 30일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창안한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이자, 이 플랫폼의 자체 통화 이름이다.
미래: 실감기술 기반의 메타노믹스

메타버스는 실감기술 기반이어야 한다. 가상현실 기기와 증강현실 안경과 같은 실감기술 기반이 아니라면 메타버스는 2차원의 닫힌 모니터 안의 게임 혹은 인터넷과 다르지 않다. 실감기술 기반 메타버스여야만, 즉 현실로 구현된 ‘통속의 뇌’여어야만, 메타버스는 강력해질 것이고, 메타노믹스의 규모도 커질 것이다.
메타노믹스의 경제 규모는 2019년 PwC의 보고서 ‘봐야만 믿을 수 있다(Seeing is Believing)’ 를 참고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로 인한 부가가치 경제 규모가 2030년대 전 세계적으로 1.5조 달러에 달한다고 보았다. 이 규모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투자관리사인 Ark Invest의 2020년 보고서에서 가상현실 기기와 증강현실 안경이 2030년 스마트 폰 정도로 보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결을 같이 한다. 다만 1.5조 달러 전부가 메타노믹스는 아니며, 증강현실 안경 등 기기 등으로 인한 경제도 포함된다. 일부 델파이 조사에 따르면 2040년경까지 메타버스는 완전한 몰입형 기술로 성숙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한 경우 메타노믹스의 규모는 전 지구적으로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공간에서 실세계에서 경험하고 욕구하고 만족할 수 있는 일들의 대부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타노믹스가 가상공간에서의 경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으로 블룸필드가 경제학의 하위 분류인 메타노믹스의 유형을 몰입 연구, 증강 연구, 실험 연구로 나누었다. 이를 경제 시스템 혹은 경제로 전환하면, 몰입 연구는 가상경제, 증강 연구는 증강 경제로 볼 수 있다. 이는 ‘메타버스 로드맵(Metaverse Roadmap)’ 보고서의 메타버스 유형과 논리적인 연계성을 지닌다.
메타버스 로드맵은 가상현실, 라이프로깅, 미러월드, 증강현실로 메타버스의 유형을 나누었다. 증강경제는 증강현실과 라이프로깅과, 가상경제는 가상현실로 연계될 수 있다. 미러 월드는 증강경제와 가상경제가 중첩될 것으로 판단된다. 가상경제가 가상 공간 내에서의 게임이나 SNS 활동과 수반된 경제가 될 것이며 이때 화폐는 암호화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증강 경제에서 활용되는 화폐는 법정화폐 혹은 스테이블 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구분은 엄격한 것은 아니며 대체로 그렇다고 보아야 한다. 증강현실 속에서도 게임을 하고 이에 따른 보상을 암호화폐로 할 수 있으며, 반대로 가상공간에서의 원격 노동에 대해서 법정 화폐로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메타노믹스에서 증강경제의 규모가 가상경제보다 클 것이다. 증강현실 안경의 쓰임새, 경제적 부가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의 발전에 따라 메타노믹스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는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