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돈금융은 국내에 도입되기 이전부터, 외국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의 에이콘스(Acorns)이다. 2012년에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잔돈을 투자하세요(Invest Your Spare Money)’라며 잔돈금융을 알렸다. 회사명 그대로 ‘도토리 투자 (Acorns Invest)’라고 자사의 상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신용카드와 직불 카드를 연결하고 모든 구매에서 여분의 잔돈을 반올림해 에이콘스 계좌에 따로 모아준다.
예를 들어 30.45달러를 결제했다면, 0.45달러를 모으는 것이다. 이렇게 최소 5달러에 도달하면 해당 금액은 이용자의 계좌에서 투자 계좌로 자동이체되고, 펀드, 주식, 채권 등에 자동 투자한다. 이용자가 사전에 본인의 소비성향과 투자성향을 설정한 것을 기반으로 소액으로 투자를 시작할 수 있어 부담이 없고, 주식 투자법을 알지 못해도 자동으로 투자해줘 인기몰이 중이다. 소액의 수수료를 받아 운영하지만, 대학생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성행 중이다.
잔돈금융을 내세운 만큼 버려질 수 있는 캐시백 같은 적은 금액의 쓸모를 찾아주는 기능도 인기몰이의 비결이 됐다. 자사 앱이나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을 거쳐 제휴 가맹점에 접속한 다음 상품을 사면 금액의 일정 비율을 투자 계좌로 입금해주는 서비스다. 350개 이상의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서 에이콘스 앱에서 링크를 타고 구매하면 캐시백을 자동으로 모으고, 투자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이콘스 링크를 타고 아마존에서 100달러짜리 가방을 구매할 경우 에이콘스 앱으로 1달러(1%)의 투자금이 들어오는 것이다. 회사가 지속 가능해지면서 금융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정 금액의 월 구독료를 내면 개인퇴직연금계좌 같은 추가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미국 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관련 ETF, ESG 포트폴리오 등 투자 옵션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 밖에도 콰피털(Qapital)과 코인스(Qoins) 등의 스타트업도 잔돈금융 서비스로 성공했다.
적은 돈을 모아 목돈을 만든다는 ‘카페라테 효과’는 이미 10년 전부터 알려진 방식이다. 점심 후 커피 한 잔을 포기하고, 알뜰하게 모은다면 언젠가 큰 액수가 된다는 카페라테 효과는 짠테크의 시작이었을지 모르겠다. 잔돈금융이 내세우는 기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현금보다 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시대에서 통장에 남아 있는 천 원 이하의 액수를 그냥 묵혀 두는 것은 또 다른 기회를 놓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
미국의 재테크 전문가 데이비드 바흐(David Bagh)는 <자동적 백만장자>라는 저서에서 월급의 일정 금액을 자동으로 저금이나 재테크 통장에 넣어두라고 조언한 바 있다. 이것을 요즘 디지털 뱅킹과 연결한다면, 잘 사용하지 않는 잔돈을 자동으로 모아주고, 알아서 투자해주는 잔돈금융은 목돈 마련의 방법이 될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을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천 원 단위부터 만 원 단위까지 적은 금액을 장기적으로 모으면 목돈이 된다. 게다가 더 큰 투자로 이어지게 돕는 서비스는 금융 지식도 기르고 저축도 하는 경험도 제공한다. 잔돈을 모으고 그것을 투자하거나 비정기 예금에 넣어두며 저축하는 것에 어떤 만족감이 있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큰 결심을 하지 않아도 부담 없이 투자의 길에 접어들 수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자동으로 돈을 모아주고, 최적의 자산배분을 수행해주는 데 잔돈금융도 진화하고 있으니 시작을 망설일 이유도 없다.
잔돈금융 따라하기
Step 1
Step 2
Step 3
Step 4
잔돈금융은 소소하게 돈을 모아 수입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단, 투자로 연계할 때는 사전에 확인해야 할 내용도 있다. 금액이 크지 않지만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이자는 15.4%, 배당 수익은 5% 등 수익에 대한 세율도 확인해야 한다. 계좌 안에 잔돈이 고민이라면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시도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