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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금융가이드
전문가 리포트
  • 급격한 금리인상,

    경제 충격에
    대비하라!

    • 글. 이승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
  • 연이은 금리인상, 저성장 국면에서의 고물가, 고환율 상황으로 경제는 나날이 악화일로다.
    경기침체를 강화하는 요인과 구조적인 변화, 과거 위기와 차이점 등 세계경제를 바라보는 바람직한 시각에 대해 알아본다.
금리상승이 유발한 경기침체

2022년 세계경제의 키워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달러화 강세이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로 원유, 곡물,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은 한때 작게는 20%에서 크게는 300%까지 올랐으며, 2분기부터 높아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대응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2021년 8월부터 천천히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과 다르게, 미국 Fed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2022년 5월 이후였다. 이후부터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금리인상 속도를 높였다. 미국 Fed는 5월부터 7개월 동안 5번 만에 3.50%p의 정책금리 인상을 결정했고, 내년 1분기까지 1.00%p 정도를 더 인상해 미국 정책금리가 5.0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이외에도 2022년 들어 영국 2.75%p, 유로존 2.00%p, 호주 2.75%p, 한국 2.25%p, 브라질 4.50%p, 인도네시아 1.75%p, 말레이시아 1.00%p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정책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빠른 금리인상은 점차 국제금융시장과 경제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주요국 대비 빠른 미국의 움직임은 달러화 강세를 촉발했고, 다른 통화가치를 크게 하락시켰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된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또한 정책금리가 높은 수준에 도달하면서 가계 이자 부담과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있으며, 크레딧 시장(국채 이외 채권의 통칭)이 경색되고 경기침체 우려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경제·금융 충격을 강화시키는 세 가지 축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에 따른 국내외 경기침체는 △레버리지 상승, △불균등한 경제 상황,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에 의해 강화되고 있다. 과거 10년 이상 지속된 저금리 속에서 가계·기업·국가 부채비율은 꾸준히 상승했으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레버리지는 더욱 빠르게 높아졌다. 선진국 국가부채 비율은 2007년 70.5%에서 2010년 96.6%, 2019년에는 104.7%로 2022년 3월에는 112.7%로 높아졌고, 신흥국 국가부채 비율도 2010년 40.1%에서 2019년 53.7%, 2022년 3월 66.6%로 상승했다. 또한 신흥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2010년 29.3%에서 2022년 3월 50.7%로, 기업부채 비율은 2010년 74.4%에서 2022년 3월 112.6%로 높아졌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부채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급격한 금리상승에 따른 취약성은 더 커졌다.
또한 2020년 경기침체 이후 국가별 경기회복 속도가 불균등해졌으며, 금리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감내할 수 있는 경제 체력도 차별적이다. IMF에 따르면 2021년 미국의 아웃풋 갭(Output Gap: GDP 성장률과 잠재 성장률의 차이)은 0.5%p로 잠재 수준을 웃도는 데 반해, 유로존은 -1.9%p로 부진하고 한국도 -0.9%p 정도이다. 신흥국도 마찬가지인데, 중국은 빠른 회복세를 보였으나 여타 신흥국은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 예상되는 국내외 경제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금리, 환율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 이외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중 갈등,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 유럽의 에너지 위기, 중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대외적인 위험은 과거와 비교해도 상당하다. 대내적으로도 부동산 가격 하락과 부동산 PF 시장 경색, 가계부채 부실 위험, 외화유동성 상황 등에 대한 위기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 충격은 누적되며 다가온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측면에서 보면 2023년 전망치가 2022년보다 더 나빠진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2년 8.0%에서 2023년에는 4% 중반 수준으로, 한국도 2022년 5.2% 정도에서 2023년 3% 중반으로 한 단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 인상도 2023년 1분기까지 몇 차례 인상된 이후 일단락될 가능성이 크다. 2023년 국제유가도 현재와 비슷한 배럴당 80~90달러를 예상하는 기관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큰 수치만 보면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전망할 수 있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 않다.
우선은 선진국의 물가안정 목표인 2% 수준과 비교하면 202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주거비, 전기·가스 요금 인상과 개인서비스업 물가상승 등으로 물가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경제 충격은 누적되어 후행해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은 불가피하며, 그 규모를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이자 비용이 쌓여가고 기업 이익둔화와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경제 체력은 갈수록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IMF, OECD 등 주요 전망 기관들이 2022년보다 2023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낮게 잡은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이다. 이를 고려하면 2022년의 인플레이션, 금리인상과 달러화 강세에 이은 2023년 세계경제의 화두는 ‘경기침체와 위기 대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국가부채 비율 변화
    출처 : IIF
  • 실질GDP 성장률의 시장 컨센서스
    출처 : Bloomberg
과거 위기와 지금이 다른 점

과거 위기와 현재 상황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부채 의존도가 전반적으로 매우 높다는 점이다. 1998년에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외화자금 만기 불일치와 외환보유고 부족이 문제가 되었다. 2008년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급증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여러 단계의 상품 구조화와 거래상대방 위험 증가 등이 직접적인 위기의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특정 부분이 아니라, 가계·기업·국가 부채 비율이 전체적으로 크게 높아지면서 금리상승에 크게 취약하다는 점이다.
또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경기 대응능력이 크게 낮아졌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긴축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재정정책도 재정건전성 개선과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더 이상 재정적자를 확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분절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과거와 차이점 중 하나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중국의 급부상으로 조선, 철강, 해운 등의 전통적인 산업에서 수요 대비 생산능력이 과도했으며,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인플레이션 하락 압력이 두드러졌다. 글로벌 자유 무역체제 하에서 수요와 공급을 논의했던 과거와 다르게, 하나의 시스템이 아니라 동맹국·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분절화될 위험에 처해있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정책적·지정학적 대립이 확대되면서 비관세장벽이 높아지고 특정 품목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우리 앞에 놓인 변화 앞에 대처법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부정적인 이슈와 전망에 둘러싸여 있다. 근심과 걱정을 하다 보면 2023년이 오기 전부터 피곤함을 호소하게 된다. 다음 해를 바라보면서 걱정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고는 하지만, 2023년은 무엇인지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본다. 현재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첫 번째이며, 업무적으로 나 자신 또는 내가 속한 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마지막일 것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여 기존에 하던 업무를 포기하거나 크게 벗어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우리가 고민할 것은 문제 요인들과 위기 대응 프로세스를 사전에 살펴보고 개선하는 것이다. 위기를 피하고자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치명적인 피해를 줄이고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할 것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작은 것부터 찾고, 장기적인 방향성을 고민하다 보면 최선은 아니더라도 꽤 괜찮은 아이디어가 생각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