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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S 금융가이드
배워봅시다
  • 30년
    국채선물이 온다

    • 글.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 연구위원
  • 미국의 금리인상이 급격해지면서 채권 관련 상장지수 펀드(ETF) 수익률이 상승했고,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이에 국내에서도 30년 국채선물 도입에 대한 논의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아본다.
30년 국채선물 도입 배경 및 필요성

국채선물은 가상 국고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만기일에 정해진 가격으로 매매하는 것을 약정하는 파생상품이다. 주로 금리변동 위험을 헤지(분산)하기 위해 사용된다. 국고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를 예로 들어 보자. 향후 금리가 상승하면 투자자는 보유채권의 가격 하락으로 인해 손실을 보게 된다. 하지만 국채선물을 매도하는 계약을 통해 국고채를 사전에 약정한 가격으로 매도할 수 있다면 금리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 금리상승에 따른 국채선물 거래 이익이 보유채권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상쇄하는 것이다.
국채선물은 거래조건이 표준화되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장내파생상품이다. 만기 별로 보면 현재 국채선물은 3년, 5년 및 10년의 3개 만기에 대해 거래되고 있으며 초장기물에 해당하는 30년 국채선물은 아직 도입되지 않은 상태이다. 지난 10월 기획재정부는 2024년 중 30년 국채선물을 도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국고채 30년물의 발행이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초장기 금리변동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금융상품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23년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1)이 시행됨에 따라 이에 대비하여 자산 듀레이션(Duration: 투자자금의 평균 회수기간) 확대를 위한 보험사의 초장기물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보험사의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국고채 30년물 발행규모는 2015년 12조 원에서 2021년 48조 원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금융시장의 유동성 악화 등으로 보험사의 국고채 매수세가 다소 약화된 모습이나 국고채 이외에 초장기물 공급이 크게 제한적인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여건을 감안할 때 보험사의 국고채 초장기물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국고채 30년물 이외에 초장기 금리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현재 시장 참가자는 10년 국채선물, 이자율스와프(Interest Rate Swaps), 본드포워드(Bond Forward) 등의 대체수단을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10년 국채선물의 경우 금리 민감도 및 가격 변동성의 차이로 인해 초장기 금리위험을 정밀하게 관리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더해 10년 국채선물을 통한 초장기물 헤지 수요가 늘어날 때 초장기물 발행이 10년물 금리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한편 이자율스와프 및 본드포워드 등 ‘장외 파생 상품’은 결제 불이행 위험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거래상대방 위험 축소를 위해 거래당사자 간 담보교환을 의무화하는 비청산 장외 파생 상품거래 증거금 교환제도를 적용받고 있는데, 이는 금융기관의 유동성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와 같이 초장기 국고채 발행이 빠르게 늘어나는 데 반해 이에 대한 적절한 위험관리 수단은 부재함에 따라 30년 국채선물 도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 국고채 30년물 발행 규모
  • 국고채 발행 중 30년물 비중

1) IFRS17 :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17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기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로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30년 국채선물의 도입 효과

30년 국채선물 도입은 초장기 국채 시장의 제반 여건을 개선해 초장기물 국채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30년 국채선물을 통해 헤지 거래 등 투자자가 사용할 수 있는 운용 전략이 확대되면 초장기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초장기물은 금리변동에 따른 가격 민감도가 높아 금리 상승기에는 투자수요가 크게 약화할 수 있는데, 30년국채선물 도입 시 이러한 금리변동 위험을 관리할 수 있으므로 수요 약화를 방지할 수 있다. 특히 국고채 전문 딜러(PD)는 장내 헤지수단이 마련됨에 따라 초장기물 인수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초장기 국채의 원활한 발행을 지원할 수 있다.
보험사의 경우 IFRS17 시행으로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됨에 따라 금리위험 관리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졌다. 재무구조 특성상 초장기 부채가 많은 보험사는 건전성 제고를 위해 초장기 금리위험에 대한 관리 전략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30년 국채선물을 활용함으로써 시장 여건 변화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각 보험사의 자산운용 특성에 따른 개별 위험(Idiosyncratic Risk)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별 위험(Idiosyncratic Risk)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한편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파생상품 거래 한도를 총자산의 6%로 제한하고 있으나 파생상품 거래 한도 규제를 폐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이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보험사의 30년 국채선물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30년 국채선물은 국채시장의 인프라 개선에 기여하는 한편 시장의 효율성과 가격 발견 기능을 제고시킬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초장기 국채선물의 성공적인 안착을 통해 우리나라 국채시장의 선진화에 이바지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