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본문영역

FSS 금융가이드
금융트렌드
  • AI,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다

    • 글. 이지은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영정보·AI비즈니스학과 교수
  • AI,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이제는 익숙해졌다. 우리 삶에서 많은 도움을 주기 시작한 인공지능은 금융산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은행의 환율예측 모형, AI뱅킹 등 금융서비스와 상품에 혁신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먼 미래의 이야기일 거 같았던 인공지능 세상은 어디까지 왔을까?

AI, 어디까지 왔니?

AI는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사람이 지능으로 하는 일을 기계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AI는 부흥기와 침체기를 반복하면서 오늘날 가장 유망한 분야가 되었다. AI가 냉탕과 온탕을 오갔던 과거의 궤적을 보며 혹자는 AI에 추운 계절이 다가올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기술생명주기(Technology Life Cycle)에 따르면 대부분 기술은 S 커브를 그리며 발전하지만, AI는 다른 형태의 커브를 그리며 기하급수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어쩌면 2045년에는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의 예언처럼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친 것보다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출현할지도 모르겠다. 레이 박사는 특이점(特異點, Singularity)이 기업과 언론이 만들어낸 신화일 뿐 AI가 인간과 같은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장 가브리엘 가나시아(Jean-Gabriel Ganascia)의 주장을 지지한다. 그러나 AI가 곧 혹한기에 접어들 거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 견해이다. AI 개발에 엄청난 자본력과 최고의 엘리트가 몰리면서 AI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이미 각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AI의 가파른 성장곡선

실제로 AI의 성능이 급격하게 향상되면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생기고 있다. AI가 계약서나 법인카드 영수증을 실시간 감시하여 부정 사용이나 불법적 거래를 탐지하고, 기업 메신저를 통한 대화 내용을 분석하여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개인정보 유출 정황을 찾아낸다. 독거노인의 식사량과 수면시간, 움직임을 분석하여 우울증, 영양실조, 인지 장애, 낙상을 감지하며, 트랙터에 머신 비전을 장착해 작물의 생육상태를 확인하고 잡초는 바로바로 제거한다. AI가 번역을 해주고, 회의록을 써주고, 스팸 메일을 걸러주며, 암세포가 발생한 위치를 알려주는 정도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그렇다면 금융 분야에서 AI는 어떤 활약을 하고 있을까?

AI, 디지털 금융을 주도하다

AI는 디지털 금융의 핵심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신용정보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 AI 시장은 2019년 3,000억 원에서 2021년 6,000억 원으로 2배가량 증가했으며, 2026년까지 연평균 38.2%의 성장세를 기록하여 3조 2,000억 원 규모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AI와 금융은 ‘찰떡궁합’이다. 금융·보험산업은 방대한 고객 정보와 금융 데이터를 분석하여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므로 AI의 도움이 절실하다. 예측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학습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인데, 엄청난 분량의 금융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우수한 성능의 AI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금융기업에서도 AI를 도입하고 있으나, 주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나 상담 챗봇에 활용하고 있으며, AI를 활용한 신용평가나 보험·대출 심사, 이상 거래 탐지는 아직 도입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한 가운데 얼마 전 한국은행은 인공지능 언어모형을 이용한 인플레이션 예측 결과를 보고서로 발표했다. 뉴스기사에 나타난 인플레이션 어조를 측정하고 인플레이션 전망에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실험이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어조지수로 물가상승률의 예측이 가능하고, 전망모형의 예측력도 개선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직 텍스트 데이터는 분석이 까다롭고 의미 있는 정보 추출이 어렵다는 인식을 바꾼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본 연구는 인공지능 언어모형을 활용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뉴스기사에 포함된 인플레이션 정보를 효율적으로 추출해낼 수 있음을 보였다.
AI 금융과 MZ세대 역시 ‘찰떡궁합’이다. MZ세대가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면서 로보어드바이저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금융사는 소액투자나 가상자산, 부동산, 주식 투자 등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를 공략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AI가 포트폴리오 구성과 상품 매수, 리밸런싱을 조언하고 대신해주기까지 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실력은 어떠할까? 얼마 전, 20대 한 직장인이 로보어드바이저 앱으로 일임형 투자를 해서 1년 간 –3.5%의 마이너스 수익이 난 것을 자신의 SNS에 인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3,100에서 2,500으로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선방한 것으로 보이며, 웬만한 애널리스트보다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에 큰손이 될 MZ세대가 선호하는 AI 서비스가 자리를 잡는 건 이제 시간문제다.

AI 신뢰성 확보를 위한 노력

그런데 금융 AI와 관련한 몇 가지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일자리 소멸, 개인정보 침해, 신뢰성 문제가 그것인데, 특히 신뢰성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뜨겁다. AI가 내놓은 결과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우리는 AI가 특정 결과를 도출한 이유와 과정을 알 수 없다. AI 알고리즘이 인간의 신경망처럼 복잡한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변수만 가지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뿐더러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유추하기 힘들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당신에게 A주식을 사라고 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답을 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믿고 투자하겠는가?
AI가 편견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AI 개발자의 관점이 AI에 반영되므로 AI도 선입견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대출금을 결정할 때 개인의 재정 건전성 이외에 인구통계학적 특성(성별, 거주지, 학력 등)을 고려한 편향적 판단을 할 수 있다. AI는 스스로 학습하여 이를 고착화하기 때문에 인간보다 더한 편견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명할 수 있는 AI(eXplainable AI, XAI)가 대두되고 있다. 이는 AI가 제시한 결론의 배경과 이유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친절한 AI’이다. 기존에는 AI가 개와 고양이를 분류만 했다면, XAI는 개나 고양이로 판단한 근거를 함께 제공한다. ‘이것은 고양이다’와 ‘이것은 이러저러하므로 고양이다’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은행과 대학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미래금융학자인 브렛 킹(Brett King)은 2015년 자신의 저서 <Breaking Banks>에서 인터넷금융의 발전으로 은행 지점의 70~80%가 10년 안에 문을 닫을 거라 예언했다. 2006년 구글 최고의 미래학자를 수상한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는 10년 후 대학의 절반이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의 예측은 현실이 되고 있다. AI로 중무장한 핀테크 기업의 위협으로 기존 은행들은 지점에 대한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비대면의 일상화 속에서 디지털 전환의 성공 여부에 따라 은행과 대학의 존폐가 결정될 것이다. 가장 안전한 직장으로 여겨졌던 은행과 대학, 이젠 옛말이다.

AI 금융기업을 향해

IT 기업이 AI를 앞세워 금융 분야에 진출하면서 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카카오, 네이버, KT, SK 등 ICT 기업이 AI를 앞세워 금융시장에 진출했다. 소비자 선택권과 편리성이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하지만, 시장을 지켜내야 하는 기존 사업자들에게는 혹독한 시절이다.
“20년 전, 전문가들은 모든 기업이 인터넷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제 모든 기업은 AI 기업이 될 것이며, 그래야 한다.” 아빈드 크리슈나(Arvind Krishna) IBM 최고경영자의 말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 같지만 모든 산업에서 AI 레이스는 시작되었다. 국내 금융기업의 AI 도입은 조금 늦은 편으로 이들은 로보어드바이저나 상담 챗봇 정도에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기업들은 이미 5년 전부터 AI 자동 매매 프로그램을 도입해 왔다. 금융산업에서 이미 시작된 AI 전쟁, 국내 금융사의 적극적인 횡보를 기대해 본다.

  • 금융감독원의 AI 아나운서

    지난 5월, 금융감독원 유튜브에 AI 아나운서가 발탁됐다.
    S금융사의 광고 모델인 ‘로지’처럼 AI 휴먼 기술로 탄생했으며 금융소비자 피해주의보 경보 발령 등의 이슈를 신속하게 전달하고 있다.
    소비자경보 발령 시 보도자료 형태는 전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보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첫 데뷔 이후, AI 아나운서는 시장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시의성 있는 과제를 신속·적시에 발령해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