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숫자로 보는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현재와 발전 방안
글_ 한범수 경기대학교 관광전문대학원 교수

서울이나 부산 등 한국의 유명한 도심 거리를
걷다 보면 외국인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어느 화장품 가게 앞에서는 블랙핑크 ‘제니’의 대형 포스터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외국인들이 줄을 섰다.
한국 관광산업은 정말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걸까?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현주소
코로나19로 셧다운되었던 전 세계 관광산업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19년 전 세계 관광객 수는 14억 6,500만 명이었다. 2020년 407만 명으로 급감했다가 2023년 13억 명으로 회복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의 관광객 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2023년 국제관광수입액과 국제관광 지출액은 2019년 대비 근소하지만 모두 웃돈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어떠한가? 2019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750만 명이었다. 2021년 100만 명으로 최저점을 기록하고, 2023년 1,100만 명 수준으로 회복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본은 또 어떨까? 2019년에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3,190만 명, 2021년은 20만 명으로 역대 최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3년이 되면서 2,510만 명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관광을 논할 때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을 방문한 2019년 외국인 관광객 수는 6,570만 명으로 일본의 2배를 웃돌았지만, 중국은 2022년, 2023년 공식 통계를 발표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중·일 국가별 관광경쟁력 순위는?
세계경제포럼(WEF)은 ‘여행 및 관광경쟁력 보고서(The Travel & Tourism Competitiveness Report)’를 2년마다 발간한다. 이 보고서는 비즈니스 환경, 안전 및 보안, 보건 및 위생, 인적 자원 및 노동시장, ICT 준비도, 우선순위로서의 여행 및 관광, 국제 개방성, 가격 경쟁력, 환경적 지속 가능성, 항공 운송 기반 시설, 지상 및 항구 기반 시설, 관광 서비스 기반 시설, 자연 및 문화 자원 지표를 분석해 국가별 관광경쟁력 순위를 발표한다.
2019년의 국가별 관광경쟁력 순위는 1위 스페인, 2위 프랑스, 3위 독일, 4위 일본, 5위 미국, 6위 영국, 7위 호주, 8위 이탈리아, 9위 캐나다, 10위 스위스이고, 중국은 13위, 한국은 16위였다.
2023년 현재 국가별 관광경쟁력 순위는 1위 미국, 2위 스페인, 3위 일본, 4위 프랑스, 5위 호주, 6위 독일, 7위 영국, 8위 중국, 9위 이탈리아, 10위 스위스이고, 한국은 14위이다. 한국의 국가별 관광경쟁력 순위가 2019년 16위에서 2023년 14위로 2단계 상승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일본은 4위에서 3위로, 중국이 13위에서 8위로 5단계 상승했다. 일본은 2015년 9위, 2017년 4위, 2019년 4위, 2021년 2위, 2023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에 일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
-
한국과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수 비교
일본은 어떻게 관광산업을 발전시켰나
002년부터 2022년까지 연도별로 한국와 일본의 입국 외국인 관광객 수를 비교해 봤다. 2002년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475만 3천 명, 일본은 521만 2천 명이었다. 2009년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781만 8천 명, 일본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679만 명으로 한국이 처음으로 일본을 앞섰다. 이후 2013년까지 한국이 일본보다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그러나 2014년을 분기점으로 일본은 적극적으로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과 2019년에는 3,118만 2천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한국은 1,750만 3천 명이었다. 5년 만에 일본은 국가 관광경쟁력 순위를 전 세계 5위권 안으로 안착시켰다. 일본은 어떻게 짧은 기간 내에 관광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첫째, 일본 정부는 2006년에 「관광 입국 추진 기본법」을 제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관광진흥 계획을 수립했다. 2023년에 승인된 ‘관광 입국 추진 기본계획’은 지속 가능한 관광지 조성, 인바운드 관광 회복, 국내 교류 확대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둘째,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있었다. 셋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여러 국가와 비자 면제 협정을 확대했다. 넷째, 관광 인프라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특히 주요 도시와 관광지 간의 교통 연결성을 강화하고, 스마트 관광시스템을 도입해 관광객의 편의를 증진했다. 다섯째, 도쿄 올림픽과 같은 국제적인 대형 이벤트를 유치해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유입시켰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23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506만 명의 외국인이 일본을 방문했고 5.29조 엔(약 315억 달러)의 관광수익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핵심
일본은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법· 제도를 개선하고 투자했다. 요즘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부는 탓일까? 여전히 나아가야 할 길이 먼데도 관광정책 발전이 일본에 비하면 조금 더딘 듯했다.
2014년 메르스 발병 이후 서울시는 ‘관광 다변화 정책’을 펼쳐 일본과 중국에 비해 동남아시아권과 중동권 국가의 관광객이 5% 이상 증가하는 결과를 얻었다. 세계 80억 인구 중 무슬림은 27억 명 내외이다. 세계 인구의 1/3 정도가 무슬림이다. 이들 중 평균 10%가 매년 해외 관광을 한다.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은 80만 명 수준으로, 전체 무슬림 해외 관광객 2억 7천만 명의 0.3%에 불과하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관점도 바뀐다. 아랍에미리트는 인구수가 990만 명밖에 안 되지만, 2023년 기준으로 약 254대의 항공기를 보유하며 세계 5대 항공사로 자리매김한 항공사 에미레이트 항공이 있다. 더불어 강력한 ‘오일머니 파워’가 존재한다. 2022년 한 백화점의 경우, 중동 국가 관광객이 1인당 약 1천만 원 정도의 상품을 구매했지만, 2023년에는 약 4천만 원 정도로 1년 만에 구매력이 거의 4배쯤 증가했다. 그동안 소홀했던 무슬림 및 중동 관광객 유치에 많은 힘을 기울인다면, 어떤 정책보다도 가성비 높은 관광정책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진작에 효과를 거뒀던 ‘관광 다변화 정책’을 발전시켜 현재의 관광산업에 적용하면 무슬림을 넘어 더 먼 나라에서도 한국을 방문하지 않을까. 한국이 일본의 관광산업을 앞지르고, 국가 경쟁력이 세계 순위권에 도달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도래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