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호적메이트

상대의 허점을 노린 날카로운 한 방

펜싱 원데이 클래스

서재옥 공보실 선임조사역, 아들 서유준

글_ 허승희 사진_ 김도형

일명 ‘신사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펜싱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금메달을 거머쥔 이후 더욱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나비처럼 우아한 몸짓으로 다가가 상대의 허를 찌르며 벌 같은 공격을 하는 펜싱의 재미를 직접 느껴본 두 부자의 펜싱 수업 현장에 함께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선선해진 날씨, 지하철에는 야구 경기를 관람하려 유니폼을 챙겨 입고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재옥 선임조사역과 아들 서유준 군은 누구나 알지만, 취미 운동으로는 생소한 ‘펜싱’을 배우기 위해 야구장을 뒤로한 채 펜싱 체육관으로 향했다.
칭칭- 체육관 입구에 도착하자 펜싱 칼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유준이가 이런 운동에 관심 있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 올림픽을 함께 보고 펜싱을 배워보자고 했더니 흔쾌히 좋다고 하더라고요.” 미국에서 파견 근무를 하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다는 서재옥 선임은 아들과 특별한 시간을 갖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런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준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체육관 안을 구경할 뿐이었다.
모든 운동의 시작은 몸풀기부터다. 펜싱 경기대인 피스트(Piste)를 왕복해서 가볍게 뛰는 것부터 손목과 발목, 허리까지 골고루 잘 풀어준 후 본격적인 펜싱 이론 수업이 시작됐다. 펜싱은 공격 부위에 따라 3개의 종목으로 나뉜다. 몸통을 찔러 득점하는 플뢰레(Fleuret), 머리와 손을 포함한 전신을 찔러 득점하는 에페(Epee), 마지막으로 머리와 상체를 찌르거나 베서 득점하는 사브르(Sabre)가 있다. 이날 서 선임과 유준이가 배울 종목은 상체만을 공격해 점수를 따내는 플뢰레다.
펜싱은 파리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보니 용어가 모두 불어인데 그런 탓에 유준이가 지루한 듯 몸을 배배 꼬았다. 그러나 펜싱의 기본 동작이 몇 개 있냐는 강사의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유준이는 당황하지 않고 작은 목소리로 정답을 맞히고는 부끄러운지 배시시 웃었다.

펜싱은 집중력의 싸움

유준이의 집중력이 다 해갈 때쯤 이론 수업이 끝이 났다. 이제 몸으로 직접 익혀볼 차례. 준비 자세인 앙갸르드(En Garde)를 시작으로 전진하는 마르쉐(Marche), 뒤로 물러나는 롱빼(Rompre) 등 연습용 칼을 손에 쥐고 강사의 지도에 따라 자세를 하나씩 따라 하는 부자의 모습은 너무도 닮아서 마치 방금 틀에서 꺼낸 따끈한 붕어빵 같았다.
“아버님보다 유준이가 더 잘하는데요?” 자세를 하나씩 알려주며 반복 학습을 시키던 강사가 몇 번이고 같은 자세를 시켜도 흐트러짐 없는 유준이를 보고 한마디 던졌다. 서 선임은 민망한지 기우뚱한 자세를 바로 고쳤다. 마지막 동작은 펜싱의 화룡점정, 그야말로 벌처럼 쏘는 듯 잽싸게 공격하는 팡트(Fente)다. 팡트는 준비 자세에서 팔을 뻗는 기본 공격 동작인 아롱지브라(Allongez la bas)와 달리 앞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팔을 쭉 뻗고 뒷발과 뒤의 손을 충분히 뻗은 자세다. 그 모습은 마치 날고 있는 비행기를 연상시켰다. 강사가 경기에 이용할 칼을 가져오자 유준이의 집중력이 돌아온 듯 다시 방방 뛰기 시작했다. “유준아, 아빠 이길 수 있겠어?” 서 선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응!”이라고 장난스럽게 답하는 모습이 얌전히 이론 수업을 들을 때와는 딴판이었다.
“이상해. 안 멋있어.” 펜싱 슈트를 착용하며 옷이 불편한지 유준이가 투정을 부렸다. “아냐. 지금 진짜 멋져. 이거 입고 아빠랑 펜싱 대결할 거야.” 직접 경기를 한다는 강사의 말에 서 선임이 더 신난 듯 유준이를 달래며 옷을 입혔다. 서 선임은 펜싱 슈트와 바지의 색이 비슷해서 차림새가 어째 진짜 펜싱 선수처럼 보였다. 몸풀기부터 자세가 너무 좋다며 강사가 칭찬하자 괜히 자세를 잡아보며 웃었다.

신사들의 뜨거운 한 판

경기 전 잘 부탁한다는 의미의 하이파이브를 한 뒤 진지하게 경기 모드에 돌입했다. 강사의 “살루트(Salut!)” 소리에 맞춰 서로에 대한 예의를 갖춘 인사를 한 뒤 “알레(allez)!”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구호와 함께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됐다. 펜싱을 방금 배운 사람들이라 경기에 큰 의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이내 서 선임이 팔을 길게 뻗어 찌르며 먼저 1점을 가져갔다. 유준이의 승부욕을 자극할 심산으로 일부러 빠른 득점을 했다면 서 선임의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이다.
유준이는 서 선임이 선취점을 올리자마자 내면의 무언가가 끓어오른 듯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결과는 유준이의 승리. 유준이는 펜싱 마스크가 커서 불편한지 작은 손으로 마스크 뒤쪽을 잡고 한 판 더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빠 이번엔 안 봐준다.” 재대결을 신청하는 유준이에게 서 선임이 농담을 던졌다. 초등학생 특유의 강한 체력에 뒤진 걸까. 두 번째 경기도 유준이가 승기를 잡았다.
경기 전 잘 부탁한다는 의미의 하이파이브를 한 뒤 진지하게 경기 모드에 돌입했다. 강사의 “살루트(Salut!)” 소리에 맞춰 서로에 대한 예의를 갖춘 인사를 한 뒤 “알레(allez)!”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구호와 함께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됐다. 펜싱을 방금 배운 사람들이라 경기에 큰 의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이내 서 선임이 팔을 길게 뻗어 찌르며 먼저 1점을 가져갔다. 유준이의 승부욕을 자극할 심산으로 일부러 빠른 득점을 했다면 서 선임의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이다.
유준이는 서 선임이 선취점을 올리자마자 내면의 무언가가 끓어오른 듯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결과는 유준이의 승리. 유준이는 펜싱 마스크가 커서 불편한지 작은 손으로 마스크 뒤쪽을 잡고 한 판 더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빠 이번엔 안 봐준다.” 재대결을 신청하는 유준이에게 서 선임이 농담을 던졌다. 초등학생 특유의 강한 체력에 뒤진 걸까. 두 번째 경기도 유준이가 승기를 잡았다.

경기 전 잘 부탁한다는 의미의 하이파이브를
한 뒤 진지하게 경기 모드에 돌입했다.

붕어빵 부자의 펜싱 클래스 생생 후기
  • 서재옥 선임조사역

    펜싱 용어가 불어라서 익히기 어려웠는데요. 동작과 함께 맞춰가니 할 만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재미있는 수업이었고, 오늘은 좀 봐줬지만 유준이가 더 크면 제대로 대결해보고 싶어요.

  • 아들 서유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펜싱 경기를 봤는데 재밌어 보였어요.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더 재밌었어요. 오늘 아빠와의 경기에서 이겨서 좋고, 조금 덥고 힘들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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