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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뇌를 위한 달리기,
러닝의 과학

글_ 김형찬 서울메디의원 원장(신경정신과·스포츠분과 전문의)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달리기 열풍이 불면서 러닝은 현대 사회의 문화코드가 되었다.
달리기는 어떻게 대세가 되었을까? 그 해답은 바로 뇌에 있다.
인간을 끌어당기는 달리기의 비밀, 러닝의 뇌 과학을 알아보자.

인간은 타고난 장거리 포식동물

아침 해가 뜰 무렵,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집 밖으로 뛰어나갈 준비를 하면 언제나 가슴이 설렌다. 달리기가 나의 뇌에 마법이라도 걸어놓은 것일까? 러닝을 시작한 지 10년도 넘었지만, 달리며 느끼는 쾌감은 항상 새롭고 상쾌하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놀랍게도 나와 같은 만족감을 비슷하게 공유하고 있다.
알고 보면 달리기는 가장 인간적인 운동이다. 50만 년 전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먹을 것을 찾아 걷고 뛰었다. 활과 화살을 사용하지 않았던 그 시절 인간은 사냥의 대상이 되었던 초원의 초식 동물만큼 빠르지는 못했지만, 털로 뒤덮인 포유류 동물과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인간은 털이 없고 무수한 땀구멍이 있는 피부를 가진 유일한 포유류였고, 빨리 뛰진 못해도 땀이라는 냉각 시스템을 이용해 지상에서 가장 오래 뛸 수 있는 특별한 존재였다. 그렇게 인간은 사냥감을 이리저리 몰아가면서 10~15km를 같이 뛰었고, 결국 도망을 다니다 탈진에 지친 사냥감은 인간에게 먹이가 되었다.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오래 뛰는 장거리 포식 동물로 더욱 진화했고, 인간에게 있어 달리기 기술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원초적인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뇌에 각인된 달리기 유전자

수십만 년 동안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만들어낸 생물학적 시스템과 균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작동한다. 과거의 인류처럼 활동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생물학적 시스템은 균열이 생기고, 균열은 곧 병을 만든다. 다시 말해 뇌는 우리가 달릴 것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달릴 때 우리 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우리 몸은 어떻게 달라질까?
달리기는 최적화된 뇌를 만든다. 인간이 달리면 뇌와 심장 등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이것은 다시 심장과 뇌 등에 되먹임 하며 몸이 최적의 상태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 균형을 맞춘다. 연구에 따르면, 달릴 때 분비되는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세로토닌, ANP(Atrial Natriuretic Peptide)1) 등의 물질들은 인간의 긴장을 풀어주고, 행복감을 충족시키며, 스트레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처방되고 있는 대부분의 항우울·항불안 약물들도 위의 신경전달물질들을 성분으로 하는 제제들이다. 규칙적으로 달리고 운동할 수 있다면 현대인이 겪는 불안, 우울, 좌절감 등 많은 부분을 스스로 극복할 힘이 생긴다는 말과 같다.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신경생리학 분야에서는 신경전달물질뿐만 아니라 뇌세포 성장과 관련하여 획기적인 발견을 하는데, 대표적인 물질이 바로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2)다. 이는 뇌 신호 전달에 있어서 핵심이 되는 시냅스의 신경 신호 전달에서 일종의 촉진제 역할을 한다. 또 유전자 반응을 활성화해서 시냅스를 형성하는 단백질과 세로토닌 등의 생산 명령을 내리고 결과적으로는 시냅스 뉴런 신호의 성장을 촉진해서 궁극적으로는 손상된 뇌 신경을 재생하여 최적의 뇌를 만드는 핵심 물질임이 밝혀졌다. 달리기와 운동은 바로 이런 BDNF의 분비에 강력한 자극원이 된다.


1) 심방 나트륨 이뇨, 펩타이드 심방에서 합성되어 이뇨 촉진, 혈관 확장, 혈 압 강하 작용을 하는 펩티드호르몬(peptide hormone)으로, 심장 기능, 순환 혈장량의 지표가 된다.

2) 뇌유래신경영양인자는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뉴로트로핀(Neurot rophin) 단백질의 일종으로 신경세포 표면에 위치한 수용체에 작용하여 신경세포의 발생, 분화, 성장 및 시냅스 기능 조절 등 다양한 과정에 필 수적으로 관여한다.

뇌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달려야 할까?

운동과 달리기가 뇌 건강을 촉진한다는 점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달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존 레이티(John J. Ratey) 박사는 최적화된 뇌의 활동을 자극하기 위해 45~60분간의 유산소 운동을 주 6회 시도할 것을 권유했다. 그중 4일은 중간 강도로 조금 오래, 2일은 더 높은 강도로 조금 짧게 할 것을 추천했다.
중간 강도의 운동은 최대 심장 박동 수3)x0.65~0.75에 해당하는 심장 박동 수를 유지하며 달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우리 몸은 신진대사가 더욱 빨라지고 신체와 뇌에 많은 부분이 자극을 받으며 삶의 활력과 에너지가 늘어나게 된다. 높은 강도의 운동은 최대 심장 박동 수x0.75~0.9에 해당하는 심장 박동 수로 달리는 것을 말하고, 이 정도 강도의 달리기는 뇌하수체가 성장호르몬을 분비하게 만든다. 분비된 성장호르몬은 체지방 제거와 근육조직 형성 등의 작용 외에도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수치의 균형을 잡고 다른 모든 성장인자의 생성을 늘린다. 따라서 인터벌 트레이닝과 같은 높은 강도의 훈련을 주 2회 정도 진행한다면, 뇌와 신체에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이전보다 더 강인한 사람으로 변모할 수 있다.

달리는 의사의 이야기

10년 전 시작한 나의 달리기 루틴은 중년의 나이가 된 나에게 매일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노화를 늦추는 건강의 비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경과학이 입증한 것처럼 상쾌하게 한 시간 뛰고 나면 모든 것을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늘 생겼다. 바꿀 수 없는 차갑고 냉혹한 현실, 불가피하게 마주하는 불운 때문에 우울과 불안 속에 힘들어하는 내원 환자들에게 나는 진료실에서 꾸준히 달리기를 추천하고 있다. 달리기를 통해 나날이 건강해지는 나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며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고, 최적화된 뇌를 갖춘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뛰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오늘은 주저 없이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 동네 한 바퀴라도 뛰어보자. 어쩌면 오늘이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첫날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3) 최대 심장박동 수치는 220에서 나이를 뺀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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