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여행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오롯이 가을을 즐기고 싶다면

'순천'

글 & 사진_ 임운석 여행작가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이맘때면 자의든 타의든 꼭 한 번쯤 듣게 되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의 첫 소절이다.
평소 여행을 즐기지 않는 이들도 높고 푸른 하늘을 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사계절 가운데 가장 아쉬운 게 가을이라고 했다. 가을이 소리 없이 물러가기 전 순천으로 떠나보자.

하늘에서 본 순천만 국가 정원 ⓒ두드림-한국관광공사

가을이 익어가는 곳,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국가정원은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을 영구 보존하고 자연친화도시 순천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정원이다. 2013년 역사적인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와 더불어 2년 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되었다. 10여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정원의 수목은 한결 울창해졌고, 성숙해졌다. 또한, 지속적인 새 단장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곳으로 정원 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압도적인 규모에 먼저 놀란다. 워낙 넓은 탓에 기본 코스만 둘러봐도 2시간이 소요된다. 입장과 함께 지도를 반드시 챙겨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11만㎡ 에 달하는 정원은 크게 동편과 서편으로 나뉜다. 서쪽은 순천의 자연을 그대로 옮겨온 듯 한국적이라면, 동쪽은 세계의 정원을 모아놓은 테마정원으로 꾸며놓았다. 서쪽에서 챙겨봐야 할 곳은 가을에 울긋불긋한 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단풍나무 산책로이다. ‘빛의 서문’을 지나면 마주한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각종 나무가 숲을 이룬 ‘나무도감원’이 나타난다. 잘 가꿔놓은 나무와 정원이 어우러져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여기서 나지막한 언덕을 올라보자. 자연미가 돋보이는 한국 전통 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원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정원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으니 꼭 챙겨야 할 곳이다. 언덕 앞 작은 호수는 순천만습지를 형상화했다.

순천만국가정원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정원을 볼 수 있다. 사진은 멕시코 정원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순천드라마촬영장

순천만국가정원 관람 후 가볼 만한 곳으로 순천 드라마촬영장이 있다. 순천 시내에 자리하고 있어 순천을 찾은 여행자라면 한 번쯤 발걸음이 향하게 된다. 2006년에 방영된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야외 세트장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드라마의 배경이 1960~80년대인 까닭에 달동네와 서울 변두리 거리 등 당시 모습을 재현해 놓은 국내 최대 규모의 촬영장이다. 이후 <자이언트>, <에덴의 동쪽>, <제빵왕 김탁구>, <파친코>, 영화 <님은 먼곳에> 등 현재까지 80여 편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이런 까닭에 촬영장을 찾은 여행객들 대부분이 영화나 드라마 속 등장인물이 된 듯 들뜬 기분으로 이곳저곳을 누빈다.
최근 이곳 촬영장의 분위기가 사뭇 변했다. 주인 없는 썰렁한 마을 같았던 곳에 놀 거리, 볼 거리, 체험할 거리가 들어서면서 활기찬 동네가 된 것이다. 향수를 자극하는 ‘옛날다방’에서는 커피를 비롯해 최근 MZ세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일명 ‘MSGR(미숫가루)’ 과 쌍화차 등을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다. 매점에서는 옛날 간식과 장난감 등을 전시·판매한다. 무동력 인력거, 옛날 오락실, 사진관 등도 문을 열었다. 그중 사진관에서는 관람객이 촬영 장비를 이용해 나만의 독특한 감성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기존에 인기 있던 교복 체험장은 의상을 더욱 다양화했다. 기존 교복과 교련복은 물론이고 근대 복식 등 촬영장과 어울리는 다양한 의상을 준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1970~80년대 서울의 달동네를 재현한 세트장
  • 순천드라마세트장의 <사랑과야망> 촬영지
세계 5대 연안습지가 품은
순천만습지

신경림 시인의 표현처럼 현대인들은 갈대처럼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지 않을까? 흔들리며 울고 있는 갈대가 내 마음에 작은 위안이 된다면…. 이런 바람을 안고 순천만습지를 찾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순천만습지는 가을에 찾아야 제격이다. 황금색으로 물든 갈대밭, 철새의 군무, 순천만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을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천문대와 순천만 자연생태관이 있다. 이후 잔디광장, 생태연못, 자연의 소리체험관을 거쳐 무진교를 건너면 탄성이 터진다. 국내 최대 규모의 광활한 갈대숲이 한눈에 모습을 드러낸 까닭이다. 드넓은 갈대밭 사이로 걷기 편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이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순천만습지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히는 일몰을 마주할 수 있다. 낙조를 관람할 수 있는 용산전망대까지는 약 1.5km 거리이다.
순천만 갈대는 유난히 키가 크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다. 조용히 귀 기울이기면 ‘사각사각’ 갈대의 노랫소리도 들을 수 있다. 자연의 소리에 발맞춰 유유자적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편에 ‘치유’라는 먹물이 점점 번지고 있을 것이다.
갈대는 빛을 역광으로 받을 때 보석처럼 빛난다. 그래서 오전보다 오후가 산책하기에 좋다. 일몰 시각을 고려한다면 넉넉하게 일몰 2시간 전에 입장을 마치고 용산전망대로 향해야 한다. 출렁다리를 지나 용산전망대로 가는 길은 빠른 길과 느린 길로 나뉜다. 약간의 난이도 차이가 있을 뿐 모두 흙과 솔향을 맡으며 걸을 수 있다. 보조전망대 두 곳과 출렁다리 두 곳을 지나 용산전망대에 이른다. 때마침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다면 그보다 벅찬 순간은 없을 것이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은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순천 여행이 잊지 못할 추억으로 저장된다.

순천만생태습지의 고즈넉한 풍경

여행 정보

여행팁: 와온해변은 순천만습지와 함께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다. 약 3km에 이르는 갯벌을 따라 해변이 조성돼 있어 독특한 풍경을 선보인다. 특히 갯벌에 홀로 우뚝 솟은 솔섬은 일몰 사진 촬영 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문의: 순천만국가정원 061-749-3114, 순천드라마촬영장 061-749-4003, 순천만습지 061-749-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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