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트렌드

욜로, 플렉스는 옛말
아끼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

글_ 구혜경 충남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장기불황의 시대, 꼭 필요한 것만 사고 허리띠 졸라매는 것이 미덕이 되었다.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가 가고 아껴야 한다는 ‘요노(YONO, You Only Need One)’가 등장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찰해보자.

요노 소비의 등장은 필연

인간은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소비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매 순간 소비를 할지 말지, 한다면 어떤 것을 살 것인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소소한 일상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가치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면 결국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행복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물론 개인의 가치와 성향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겠지만, 돈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를 둘러싼 시장경제 상황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최근 무지출 챌린지를 하거나, 현금 쓰기 운동, 하루 만원 이내로 쓰기, 과도한 지출에 대해 쓴소리를 듣는 거지방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런 소비행태를 요노(YONO, You Only Need One) 소비라고 일컫는다. ‘꼭 필요한 것만 사자’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월급이 통장을 스쳐가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마음 놓고 돈을 쓸 수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장기불황이 계속되면서 고금리, 고용 불안정이 지속되고 투자 수익률 역시 타격을 입는다. 대출 ‘영끌’을 통해 집을 마련한 뒤 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거나, 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등 빚에 허덕이는 경우도 더러 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은 고용불안까지 더해져 이제는 ‘플렉스’를 외칠 수 없으니 이러한 경기 상황에서 요노 소비의 등장은 자연스럽다.

요노를 대하는 두 가지 자세

현재의 행복을 위해 욜로족이 될 것인지, 미래의 나를 위해 조금이라도 현재를 아끼는 요노족이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면 최근 2030세대는 기꺼이 요노 소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의 외식 소비 건수는 2023년 대비 9% 감소했고, 택시 이용 건수도 21%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커피 구매나 백화점 이용이 감소한 반면 중고차, 간편식, 저가 커피 구매는 그 비율이 상승했다. 이 외에도 ‘앱테크’를 통해 특별한 미션을 수행하고 보상을 적립해 현금화하는 것도 몇 년째 성행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 곳곳에서 경기 위축을 체감했다. 더욱이 기후 변화로 인하여 늘 먹던 과일, 채소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게 오르고 이로 인해 음식 가격 자체가 도미노처럼 오르고 있다. 사실 식생활은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더 많이, 더 빨리 위기를 체감하게 된 것이다. 2030세대는 상대적으로 부양가족에 대한 부담이 적은 세대이기 때문에 이러한 위기에 둔감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과는 달리 고용불안이라는 현실로 인해 청년세대가 아껴쓰기 문화를 이끌고 있다. 다만 ‘챌린지’를 통해 게임처럼 즐겁고 가볍게 접근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2030세대에게 요노가 소비의 가치로 퍼지고 있으나, 유독 1~2인 청년 가구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형편에 맞는 소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위지만,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선 식생활의 불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다. 신체적 건강이 무너지면 정신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 청년들의 우울 지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이러한 예가 아닐까? 더불어 지출을 줄이게 되면 필연적으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기 쉽다. SNS상에서의 관계 맺음이 가능하기는 하나 이것이 실질적인 외로움을 해소해주기는 어렵다. 아끼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아이러니다. 긍정적인 점 뒤에는 이런 어려움이 있기도 하니, 올바른 요노 소비를 지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더욱이 기후 변화로 인하여 늘 먹던
과일, 채소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게 오르고 이로 인해 음식 가격 자체가
도미노처럼 오르고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소비

소비는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서 만족을 얻는 행위이다. 자원이 한정된 상황과 앞으로의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요노 소비는 개인에게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다. 이미 시장에는 중간이 사라졌다. 고가의 사치품, 명품 시장과 가성비 끝판왕 시장이 양립한다. 다만 소비자가 무조건 저가 상품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가성비를 갖춘 합리적인 상품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며, 꼭 필요하다면 고가의 상품이라도 구매해서 오래 쓰고자 하는 것 역시 요노 소비의 다른 모습이다. 과거 ‘양극화’라고 하면 저가만 살 수 있는 계층과 고가를 구입하는 계층이 구분되었다는 의미였으나, 현대의 요노족에게서는 이 두 모습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여서 명품을 구입하는 것이 청년들의 요노 소비 형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이기 때문에 요노 소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의 장기화로 인해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 경기 순환에는 부담되는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서 저축하고, 꼭 필요해서 구매한 고가의 상품을 오래 사용한다면 이는 개인, 기업, 더 나아가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소비행위이다. 탄소 중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소비 자체가 줄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요노 소비의 등장은 미래 지향적인 소비로의 진화를 위한 과도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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