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2024년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트렌드 코리아> 공저자 전미영 박사

글_ 허승희 사진_ 황지현

대한민국 사회를 꿰뚫어 보는 소비 키워드로 독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트렌드 코리아>가 벌써 16번째 책을 발간했다. 정보로 넘쳐나는 세상인데도 <트렌드 코리아>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 트렌드를 알면 사업,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트렌드 코리아> 공저자 전미영 박사에게 올해 주목해야 할 키워드와 좋은 소비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Q. 2009년에 발간된 <트렌드코리아 2010>부터 공저자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박사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책은 1년에 한두 달 정도 쓰고요. 나머지 열 달 동안은 서울대학교에서 산업 과제로써 기업과 관련된 소비자 컨설팅을 진행합니다. 주로 소비재 회사들 식품, 패션, 가전, 자동차, 유통 등 이런 회사와 함께 어떤 트렌드 변화에 기반한 새로운 상품이나 전략들 마케팅 방안을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고요. 이런 활동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트렌드 코리아>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Q. 소비자학과를 전공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사실 학부 때는 그냥 성적 맞춰서 들어간 거였고요. 학부 졸업 후에는 김난도 교수님께서 운영하시는 소비자 행태 연구실에서 석박사 공부를 마쳤습니다. 제가 입학했던 당시, 한 20여 년 전에는 소비자학이라는 것이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것들을 배우는 게 많았는데요. 최근 들어서는 아무래도 기업들의 비즈니스 활동이 소비자의 니즈에 잘 맞아야 소비자도 행복하고 기업도 성장할 수 있잖아요. 소비자 행태를 연구하면서 이러한 부분을 공부했죠. 크게는 소비자학 전공이지만 세부적으로는 소비자 행태를 전공한 거죠.

  • Q. <트렌드 코리아 2024>로 벌써 열여섯 번째 책이 발간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연말 필독서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초창기에는 책도 많이 안 팔렸고요. 저희도 실력이 그렇게 좋았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책을 계속 집필하면서 점점 소비자 지향점으로 바뀌었죠.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책이 유명해지면서 히트한 키워드가 꽤 많이 있습니다. 소확행, 언택트, 가심비, 미닝아웃, 워라밸, 최근에 헬스 플레저까지 재미있는 키워드를 만들어내고 발표하면서부터 저희 책도 조금 더 많이 팔리게 된 것 같고요. 또 읽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Q.트렌드 키워드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선정하는 기준이라고 한다면 어떤 하나의 작은 영역, 그러니까 현상은 다르지만 그 깊이에 공유하는 가치가 일치하면 주요 트렌드가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예를 들어 마라탕을 먹거나 자극적인 숏폼을 계속해서 보는 것은 두 개가 다른 현상이지만 ‘도파민’을 충족하기 위한 행위이죠. 이처럼 다른 현상이라도 그런 현상들이 발생하게 된 계기나 근거를 저희는 소비 가치라고 부릅니다. 그 소비의 가치가 일치하고, 다양한 업종에 그 가치가 걸쳐져 있을 때 저희는 그것을 중요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그 흐름을 중심으로 키워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Q. <트렌드 코리아>에서 매년 발표하는 열 개의 키워드는 시장 경제에 얼마나 반영된다고 느끼시나요?

세상에 없는 현상을 예측해서 만들어내는 키워드가 아니라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을 토대로 발표하는 키워드입니다. 이런 현상들에 대해서 해설을 잘해주기 때문에 소비자가 내가 하고 있던 행동들이 ‘사실은 이런 사회 흐름 속에서 발생하는 거였구나’ 공감을 하고, 이걸 바탕으로 영향력이 커지는 게 아닐까요? <트렌드 코리아>는 예측서라기보다는 해설서에 가깝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Q. 올해 선정된 10대 키워드 중 가장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키워드 10개를 만들면서 중요한 순서대로 숫자를 매기지는 않는데요. 그렇지만 저자들에게 가장 기대되는 키워드를 물으신다면 역시 1번 키워드입니다. 항상 첫 번째 키워드는 나머지 9개 트렌드가 발생하는 배경이 될 수 있는 키워드로 선정합니다. 올해에는 분초 사회가 되겠네요. 근데 이건 저자들 기준이고요. 업종마다 주목해야 할 키워드가 다 달라서 본인 상황에 맞는 키워드를 보시면 됩니다.

Q.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회에 영향을 줄 것 같은 키워드가 있나요?

저희가 책을 16번째 쓰다 보니까 키워드 중에 몇 년에 한 번씩 주기로 나오는 키워드가 있어요. 도파민이라는 키워드는 재미라는 속성에 초점을 맞췄는데 ‘그 시대의 재미는 무엇인가’라는 관점에서 3~4년 주기로 유사한 키워드가 등장합니다. 맥락은 다르지만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비슷한 키워드들이 등장하는데요. 올해 10번째 키워드인 돌봄 경제라는 키워드는 지난 16년간 한 번도 발표하지 않았던 새로운 키워드입니다. 아마 달라지는 인구 구조와 사회 비즈니스의 흐름이 돌봄이라는 행위를 추구하면서 한국에서도 돌봄 시장의 경제적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등장한 현상이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변형된 키워드로 등장하며 성장하지 않을까 싶네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좋은 소비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좋은 소비는 소비자학에서 배우는 굉장히 중요한 테마입니다. 사람들이 유행을 따라가는 현상들이 스스로의 욕망이라기보다는 사회에서 부추기고, 만들어내는 욕망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소비에 대한 욕망이 생겼을 때 본인이 진짜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모방 소비를 하는 건 아닌지, 어떤 소비를 통해서 행복한지를 잘 관찰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주체적 소비, 즉 내가 주인이 되는 소비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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