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2024
대한민국 경제전망

글_ 류덕현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경제 불황이 세계를 덮쳤던 2023년이 지나고 2024년이 되었다. 대한민국도 세계를 덮친 불황을
피해 갈 수 없었고, 나라 전체가 신음했다. 유독 추웠던 겨울을 버텨낸 사람들은 한국 경제에 봄이 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모두가 기대하는 2024년 한국의 경제 전망을 세계 경제와 엮어 알아보자.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
시장의 퇴조와 국가의 귀환

과거 여러 국가는 자유로운 시장과 경제개방이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제에 기초하여 무역과 자본 흐름에 규제를 완화했고 정부의 역할을 축소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 마비가 상품 부족 사태를 가져올 수 있고 세계적인 공급망 구축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교훈을 가져다주었다. 이를 ‘시장의 퇴조와 국가의 귀환’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것은 효율성보다 회복, 경제통합보다 안보를 중시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전략적인 상품의 무역 관계는 신뢰할 수 있는 우방국들 사이에서 확립하고자 하는 노력 등을 묶어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큰 흐름을 읽고 이에 맞춰 경제정책의 운용과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2024년 경제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는 바로 미국과 중국의 경쟁 갈등과 중국 경제의 회복, 금리와 물가에 대한 전망 그리고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 회복 여부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그리고 중국 경제의 회복

2024년에도 미국과 중국의 경쟁 그리고 이로 인한 지정학, 지경학, 글로벌 금융 체제의 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달러 패권의 누수화, 중국 위안화 결제 비중 확대 및 중국 주도 국제은행 간 결제망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 등장,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 요인은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 경제가 일견 주춤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중국 경제의 몰락이나 미국 및 서방의 일방적인 주도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미국 경제의 75% 규모에 달하는 중국 경제와 중국 주도의 제조업 가치사슬이 건재할 것이다.
향후 미국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접어든다면 미국 정부는 대중 압박의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고 양측 모두 갈등 수준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2024년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 정국에서는 다시 한번 더 중국 봉쇄 및 중국 견제가 중심 의제로 등장할 개연성이 있어 상호 견제 약화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2024년에도 미국과 중국 G2의 치열한 경쟁과 갈등은 세계 경제 환경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요인이고 이러한 과정 중에 중국 경제의 회복 여부는 2024년 한국 경제 회복의 가장 중요한 키 중 하나이다.

미국에서 통화정책을
충분히 긴축적으로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와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것은
바로 중립금리 상승 가능성
때문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2024년의 금리와 물가에 대한 전망
Higher for Longer

한국의 금리정책은 물가를 2%대로 안정화시키는 과제, 미국과의 금리 차이로 인한 긴장 관계 해소, 가계부채 관리, 거시경제 하방리스크 관리 등을 모두 고려해서 풀어야 하는 고차원 방정식이다. 향후 미국이 금리 완화 기조로 간다 하더라도 우리가 쉽게 따라갈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앞에서 논의한 이유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금리정책과 관련하여 중요한 고려 사항이 바로 중립금리 상승 논쟁이다.
중립금리란 경제를 뜨겁게도, 차갑게도 하지 않는 적절한 기준금리 수준이다. 미국에서 통화정책을 충분히 긴축적으로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와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것은 바로 중립금리 상승 가능성 때문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즉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다면 향후 경제는 위축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중립금리가 상승하여 현재의 기준금리보다 높다면 현재의 금리 수준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은 것이 된다. 미국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것은 현재 기준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은 것이고 그 이면에는 중립금리의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 회복의 마지막 키,
반도체 산업의 회복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특화되어 있어 글로벌 경기 침체, 스마트폰의 추세적 판매 감소, 서버 고객들의 재고 과다 축적 등으로 2023년 큰 폭의 적자로 전환되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2024년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세 가지 새로운 국면에 마주칠 것이고 이에 한국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 있다. 첫째,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 기업인 암(Arm)의 상장으로 인해 Arm 기술 활용이 예전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 둘째, 미국 CHIP 법안으로 반도체 공장 건설을 둘러싼 미국 정부와의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셋째, 미래 반도체의 핵심 수요처인 AI에서 발생하는 수혜를 한국 반도체 산업이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고 세계 5위권의 제조업 강국이다. 그동안 글로벌 기업도, 세계적인 산업도 많이 키웠다. 대외환경의 개선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안정적인 통화정책으로 거시건전성을 관리하면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내부에서 엔진을 돌려 어려운 경제 한파를 극복하고 진정한 봄이 오는 2024년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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