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체크

문화예술에 부는
경제의 지각변동

글_ 최행좌 자료_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참고도서. 《머니트렌드 2024》

한 번의 경험, 보통 그것이 우리의 일상을 바꾼다. 시선을 압도하는 미술작품, 배우의 화려한 퍼포먼스,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은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그저 보고 듣고 감상하는 것만으로도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문화예술. 요즘 문화예술을 즐기는 주 소비층이 세대교체를 이루며 우리 경제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한
K-문화예술

‘피 튀기는 전쟁 같은 티케팅’을 말하는 신조어 ‘피케팅’. 피케팅은 콘서트, 전시, 뮤지컬, 클래식 등 장르를 불문한다. 조성진, 임윤찬 같은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는 물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조승우, <레베카>의 신영숙 등은 ‘피케팅’을 이끄는 배우들이다. K-pop 아이돌은 물론 가수 임영웅, 송가인도 피케팅 대열에 합류했다. 왜 갈수록 티케팅이 치열해지는 것일까? 일상에 파고든 문화예술을 즐기려는 이들이 그만큼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문화예술 분야에도 빙하기가 있었다. 바로 2021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표한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 따르면,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 관람률이 33.6%를 기록했다. 2020년 60.5%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그러다가 2022년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문화예술계도 해빙기가 시작됐다. 이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문화예술행사의 직접 관람률은 2022년 58.1%, 2023년 58.6%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 문화예술 관람률 1위는
    ‘영화’

    영화, 뮤지컬, 연극, 전시, 발레…. 우리가 일상에서 즐기는 문화예술의 장르는 다양하다. 이 중 관람률이 높은 장르는 무엇일까? 영화가 압도적이다.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가 52.4%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다음으로 대중음악·연예 11.0%, 미술 7.3%, 뮤지컬 5.5%, 연극 5.4% 순이었다.
    특히 영화산업이 우리 일상에 깊이 파고든 것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극장 수가 많아 다른 문화예술 장르에 비해 접근성이 뛰어난 점이 한몫했다. 지난해에는 ‘쌍천만 한국 영화’의 등장과 함께 외국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이례적으로 흥행한 것이 영화 관람률을 높이는 데 주요한 요인이 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3년 1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를 살펴보면, 2023년 전체 누적 매출액은 1조 2,61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8.7%(1,012억 원) 증가한 수치다. 또 2023년 전체 관객 수는 1억 2,514만 명이었고, 전년 대비 10.9%(1,233만 명)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중음악·연예 관람률이 늘어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중음악·연예 관람률은 전년 대비 3.6% 포인트가 상승하며,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한 번에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 모이는 콘서트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며 관람객들을 불러 모았다. 올해는 어떤 장르가 관람객의 선택을 받을지 궁금해진다.

  • 문화예술 관객층,
    60년대생이 온다

    최근 문화예술 분야의 특징을 꼽으라면 60대 이상 고연령층의 관람률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10~20대의 아이돌 팬덤은 경제력과 시간적 여유를 가진 시니어 팬덤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TV조선의 <미스 트롯>과 <미스터 트롯> 같은 프로그램은 ‘트롯 열풍’을 일으키며, 고령층의 대중음악·연예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그 중심에 1960년대생이 있다. 이들은 새로운 중년이라는 타이틀답게 인구 수도 많고, 소비하려는 의지도 높다. 탄탄한 자산과 뛰어난 소비력을 갖춘 이들은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삶의 활력을 위해 시간과 경제력을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시니어 계층으로 부각되며 향후 소비 트렌드를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주요 산업의 주 소비층이 60~70대로 넘어가는 ‘그레이네상스(Greynaissance)’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레이네상스는 백발(Grey)과 전성기(Renaissance)의 합성어로, 20~30대가 주 타깃이었던 산업의 주도권이 고령층으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예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앞으로 문화예술 주 소비층의 경제적 변화가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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