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호적메이트
두근거리는 새 출발,
근심, 걱정은
나만의 걱정 인형에 맡겨요
안병남 가상자산감독국 가상자산감독총괄팀 팀장, 딸 안연우
글_ 허승희 사진_ 황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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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맞이하는 새해지만, 안병남 팀장에게 2024년은 조금 더 특별한 한 해처럼 느껴진다.
두 딸이 모두 졸업을 하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자녀들을 보며 언제 다 컸나 뭉클하면서도 걱정되는 마음이 앞설 테다.
이날은 안병남 팀장과 딸 안연우 양이 함께 걱정 인형에 각자의 걱정을 담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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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의 동상이몽
소중한 주말, 휴일을 반납하고 노원에서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쯤 걸리는 공방을 찾아온 손님은 안병남 가상자산감독총괄팀 팀장과 둘째 딸 안연우 양이다. 안병남 팀장은 딸의 중학교 입학 전, 긴 겨울 방학 기간을 이용해 딸과의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 참여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날은 매듭공예 중 하나인 마크라메를 이용해 걱정 인형을 만들기로 했다. “걱정이나 고민을 가져가 주는 인형으로 알고 있어요.” 수업은 걱정 인형의 유래를 자세히 알기 위해 선생님이 준비한 영상을 함께 시청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집중한 표정으로 동화 뮤지컬을 보는 부녀의 얼굴이 붕어빵 틀로 찍어낸 듯 닮아 있었다.
어쩐지 더욱 집중한 듯한 표정인 안연우 양은 사실 배우가 꿈인 소녀였다. “2월에 공연이 있어서 이거 마치고도 연습을 가야 해요.” 안병남 팀장의 말에 연습하느라 바쁜 시기일 텐데 어떻게 설득했냐고 물으니 옆에서 안연우 양이 잽싸게 대답했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안 해 주시면서 맨날 같이 하자고 해요.” 귀여운 투정에 안병남 팀장이 당황한 듯 손사래를 쳤다. “네가 하자고 하는 것도 많이 하잖아.” 소심한 반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안연우 양의 모습에서 사춘기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부녀의 동상이몽에 공방이 한바탕 웃음으로 가득 찼다.
티격태격, 친구 같은 사이
인형 주인의 걱정을 가져가 준다는 걱정 인형. 실감 나는 배우들의 연기로 이야기를 들어 보았으니 이제 인형을 만들어 볼 차례다. 가득 쌓인 실타래 사이에서 인형이 입을 옷의 색부터 고르기 시작했다. 원색부터 파스텔톤까지 다양하게 준비된 색실을 보며 부녀는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안연우 양이 고른 색은 연한 하늘색이다. 안병남 팀장이 들고 있던 자주색 실타래를 보고 안연우 양이 기겁했다. “진짜 그 색이 맞아? 언니가 안 좋아할 것 같은데.” 옆에서 진지하게 색을 고르던 안병남 팀장이 머쓱하게 대답했다. “그래? 무슨 색 좋아하더라? 네가 골라줘.” 함께 오지 못한 큰딸을 위해 안병남 팀장이 대신 인형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는 사연을 들으니 평소 두 딸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걱정 하나 없어 보이는 표정을 한 인형 머리 아래로 성심껏 고른 색실로 매듭을 짓기 시작했다. 오른쪽을 위로, 왼쪽 실은 4자 모양으로 좌우를 번갈아서 매듭을 지으니 인형의 옷이 만들어졌다. 팔과 다리는 매듭을 짓지 않아 길게 늘어져 있었는데 모양이 마치 키다리 아저씨 같았다. “이거 봐. 아빠 취향은 이거야.” 안병남 팀장이 인형을 흔들자 팔다리가 힘없이 나풀거렸다. 팔랑거리는 인형을 보고 안연우 양이 빵 터졌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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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을 모두 만들었다면 허전한 인형의 곁을 꾸밀 장식을 만들어야 한다. 첫 번째 장식은 나무 링에 색실을 매듭지어 만든다. 작은 손으로 야무지게 매듭을 짓는 안연우 양과 그 옆에서 안병남 팀장도 투박한 손길로 연한 노란색 실을 천천히 엮어나가고 있었다. 부녀는 어떤 고민을 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자녀들이 새 학교로 입학을 하게 되는데 걱정되지 않냐는 물음에 “그건 뭐 본인들이 알아서 하는 거죠.” 무덤덤한 듯한 대답에 안연우 양이 샐쭉하며 옆을 쳐다봤다. “아빠, 그런 걸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맨날 공부하라고만 하고.” 서운한 듯 내뱉는 안연우 양의 말에 안병남 팀장이 크게 웃었다. 애정 표현이 어색해 말을 아끼는 안병남 팀장이지만 투덜대는 딸을 바라보는 눈에서 금방이라도 꿀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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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나무, 실리콘 등으로 만들어진 구슬을 실에 끼워 장식을 만들고, 하나씩 완성해둔 인형과 장식들을 모두 고리에 끼워주면 근사한 걱정 인형 키링이 완성된다. 마지막 장식을 만들기 위해 비즈 자재들을 다시 한번 신중하게 고르는 두 사람이었다. 실리콘 구슬의 구멍이 뻑뻑해 안연우 양이 실을 잘 끼우지 못하자 안병남 팀장이 놀리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약한 척을 해. 평소대로 해.” 안연우 양은 아빠를 쓱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익숙하다는 듯이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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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걱정은 안녕
“엄마가 예전에 비즈 공예 많이 했었는데, 넌 어렸을 때라 기억 안 나지?” 안병남 팀장의 말에 안연우 양이 갸웃거렸다. 딸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는 듯 잠시 조용해진 안병남 팀장. 수업 내내 장난기 넘치던 표정과 사뭇 다른 표정이었다. 아주 작았던 딸이 어느새 훌쩍 자라 교복 입을 나이가 되었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난 게 아닐까.부녀는 완성된 걱정 인형을 옆에 두고 걱정 노트를 골랐다. 걱정 노트는 걱정이나 고민 또는 하루에 감사했던 일을 기록하며 마음을 정리하는 노트다. 안연우 양이 고른 노트의 문구는 ‘start today’, 중학교에 입학해 새로운 시작을 할 안연우 양의 상황에 잘 맞는 문구였다. 안병남 팀장이 마음에 든다며 고른 노트에는 ‘making my dreams come true’라고 새겨져 있었다. 내 꿈을 이루게 만드는 것, 그건 바로 안병남 팀장의 두 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이날 만든 걱정 인형에는 미처 다 말하지 못한 이들의 비밀스러운 고민들이 가득 담겨있을 것이다. 이 부녀가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도록 무거운 걱정을 모두 안고 갈 걱정 인형에도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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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걱정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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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남 팀장
가장이다 보니 가장 먼저 걱정되는 건 가족들 건강이죠.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도 새 학교에 적응을 잘 해야겠죠. 직장인으로서는 일이 조금 덜 바빴으면 좋겠네요. 큰 문제 없이 2023년처럼 잔잔하고 무탈하게 잘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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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안연우
진학할 학교를 이미 결정했는데 갑자기 다른 곳이 가고 싶어지면 어쩌나 걱정이에요. 또 초등학생 때 친했던 친구들과 떨어져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걱정돼요.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새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재밌는 학교생활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예쁘고 착하고 큐티한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