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꾸는 시간
바른 자세로
마주하는
나의 진짜 모습
글_ 허승희 사진_ 황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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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몸을 다스릴 줄 알면 자연스럽게 마음도 다스릴 수 있게 되는 법. 요가의 목적은 몸을 다스림으로써 마음의 안정까지 이르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직원들과 함께 인도 정통 요가로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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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수련의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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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서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잡기 위해 모인 직원은 네 명이다. 서이경 공보실 조사역, 원혜윤 보험리스크관리국 조사역, 김예린 금융시장안정국 조사역, 이주영 금융안정지원국 조사역은 2022년 금융감독원에 입사한 동기 사이다. 요가원 문 앞에서 시끌벅적한 소리를 내며 들어오는 이들을 보니 돈독한 사이라는 걸 금세 짐작할 수 있었다. 모두 편안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요가 매트에 앉아 있으니 떠들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진지한 수련생 네 명만 남아 있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향 내음을 맡으며 수업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직원들을 보니 수업에 임할 자세가 되어 있는 듯 보였다.
수업은 요가의 기원과 본질을 간단히 설명하는 이론 수업으로 시작되었다. 산스크리트어 유즈(Yuj)에서 파생된 요가. 유즈는 ‘말을 마차에 결합하다’라는 뜻을 가졌는데 마음을 말로, 몸을 마차로, 사람의 영혼을 마부로 비유했다. 해석하면 마음을 잘 다스려 바른길로 가는 것이 바로 요가다. 현대인에게는 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요가가 익숙하지만 사실 요가는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기 위해 하는 수련이다. “사람에 따라 자세와 마음가짐이 다르니 동작이 완벽히 되지 않더라도 개의치 말고 꾸준히 수련하는 게 중요해요”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
천천히 돌아보는 나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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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설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수련에 돌입한다. 요가 자세에 들어가기 전 목과 팔, 척추의 근육을 풀어주어야 하는데 첫 번째는 목이다. 목 근육 이완은 많은 사람이 아는 것처럼 합장 자세에서 엄지로 턱을 받친 후 고개를 천장으로 쭉 올려주면 된다. 책상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하는 직원들이라서 그런지 목 근육을 풀어주면서 시원함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목 근육이 굳어 있다고 해도 억지로 강하게 고개를 들 필요 없이 본인이 가능한 만큼만 최대한 근육을 늘려주면 된다.
다음은 팔 근육을 풀어주는 바주 비스타라사나(Baju Vistarasana) 차례다. 처음에는 팔에 힘을 최대한 빼고 편하게 좌우로 흔들어 준다. 점점 팔의 각도를 세우면서 좌우로 흔들어 팔과 어깨의 근육이 잘 이완될 수 있도록 풀어준다. 이주영 조사역과 원혜윤 조사역은 힘없이 흔들리는 서로의 두 팔을 보고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덩달아 뒷줄에서 집중하던 김예린 조사역과 서이경 조사역도 서로 눈빛 교환을 하다가 웃음이 터졌는지 눈이 반달처럼 휘었다. -
이제 척추를 풀어줄 차례다. 다리를 적당히 벌린 후 발을 11자로 놓고 하체를 최대한 앞으로 당기면서 상체를 뒤로 젖힌다. 사람마다 자세와 뭉친 근육이 달라 제각각의 각도로 허리를 젖힌 모습이었다. 선생님의 가벼운 손길에 살짝 말려있던 이주영 조사역의 어깨가 활짝 펼쳐지면서 완벽한 자세로 변했다.
“다음 동작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무리하게 하다 보면 속이 울렁거릴 수 있습니다. 억지로 따라 하지 마시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 혹시 속이 안 좋아지면 잠시 정자세로 돌아와 심호흡을 하면 금방 괜찮아집니다.” 워밍업을 마친 후 요가 자세에 들어가기 전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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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정돈하기
측면으로 몸을 쭉 기울이며 골반과 갈비뼈 사이를 늘려주는 측굴 동작인 파르스바 쥬카나사나(Parsva Jhukanasana), 척추를 활처럼 휘게 만드는 후굴 동작인 피체 쥬카나사나(Piche Jhukanasana), 앞으로 상체를 숙여 몸의 뒤쪽을 늘려주는 전굴 동작인 아게 쥬카나사나(Age Jhukanasana)를 진행하면서도 다들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조용히 바른 자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잠깐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여도 선생님이 살짝 지도하면 금방 잘 따라하는 듯했다. 네 방향으로 무릎을 돌리는 구타나 구마나사나(Ghutana Ghumanasana) 동작을 할 때는 익히 알고 있는 무릎 돌리기와 다르게 더 큰 동작으로 무릎을 돌리는데 그 모습이 마치 헤엄치는 네 마리의 개구리 같아 보였다.
무릎 돌리기를 마지막으로 수업이 끝나는가 싶더니 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더 해야 진정한 수련입니다.” 다들 당황한 것 같았지만 이내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되는 건 요가의 꽃인 다운독과 업독이다. 다운독은 다리를 적당히 벌리고 상체를 숙여 바닥을 짚고 허리에 최대한 힘을 뺀다. 업독은 엎드린 자세에서 팔의 힘으로 상체를 들고 발등에 힘을 주어 하체도 바닥에서 띄우는 자세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끙 소리가 절로 나던데 막상 직접 자세를 취하는 직원들의 표정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해 보였다.
수업을 마친 직원과 소감을 나눠 보니 모두 크게 만족하고 있는 듯했다.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을 깨우면서 온전히 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서 좋았어요.” 원혜윤 조사역의 말에 이주영 조사역이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예린 조사역은 “필라테스, 플라잉 요가는 접해 본 적이 있는데 정통 요가는 처음이에요. 그때는 혼자 들었었는데 친한 동기들과 같이 수업을 들으니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어도 더 버틴 것 같습니다”라며 남다른 승부욕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요가를 다니고 있다는 서이경 조사역은 요가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고 한다. 덧붙여 평생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며 요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근력 향상은 물론이고 다른 운동과 달리 마음을 수련할 수 있는 게 요가의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요가는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어요.”
요가를 통해 자신을 관찰하고 마음을 비워 내는 시간이 되었다고 말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수업 전보다 더 단단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한없이 맑게 웃으며 요가원으로 들어오던 이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무거운 잡념들이 있었을까. 이곳에서 모두 비우고 가길 바라는 마음을 집으로 돌아가는 직원들의 뒤에서 조심스럽게 빌어보았다.
요가,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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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조사역, 원혜윤 조사역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생각을 많이 떨쳐냈어요. 느리고 긴 동작으로 바른 자세를 취하며 마음도 한결 가벼워져서 정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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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경 조사역, 김예린 조사역
회사 생활을 하면서 복잡해진 마음과 머리를 비워 내는 시간이었어요.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직장인들에게 특히 좋은 운동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