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세계로 뻗어 나가는

즐거운 김밥 로드
김락훈 셰프

글_ 이수정 사진_ 김종현

김밥을 통해 한국의 이야기를 전하는 요리사가 있다.
세계 무대에 김밥을 소개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파티를 열면서 말이다.
전 세계에 ‘김밥’을 알리고 있는 김밥 전도사, 김락훈 셰프에게 김밥이 이끌어낸 K-푸드의 힘을 들어봤다.

Q. 셰프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세계 1호 김밥 셰프 김락훈입니다. 2016년부터 김밥을 주제로 다양한 축제와 포럼, 콘텐츠 등을 생산하며 김밥의 세계화를 위한 기반을 다져 왔습니다. 현재는 UN 아시아 퍼시픽 디렉터가 사사한 미식 관광 전문가(Gastronomy Tourism Stylist)라는 새로운 직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최근 몇 년 사이 해외에서 냉동 김밥을 비롯해 김밥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렇게 될 거라 예견하셨나요?

처음부터 예견하진 못했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김밥이 세계화될 날이 올 거라고 굳게 믿고 2011년부터 김밥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만들어 왔죠.
로컬 재료를 사용해 국가별 대표 김밥을 만들기도 하고 김밥 만드는 파티를 열기도 하면서요. 최근엔 냉동기술력과 기능성 재료를 만드는 스마트팜 기술을 통해 김밥을 더 보편화할 수 있게 했죠. 김밥 만드는 법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대한민국 김밥 대학도 만들고요. 김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 것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 지금처럼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기반을 만든 셈이죠. 현재는 해외 구호 식품으로도 김밥이 활용될 수 있게 준비 중이에요.

Q. 많은 한식 중 왜 김밥을 선택하셨나요?

김밥만큼 비전이 있는 음식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해 조화로운 맛을 표현한 음식 중에 대표적인 게 김밥이잖아요. 김밥은 많은 이야기를 흡수하고 포용할 수 있는 요리에요. 어느 지역의 식재료와 문화든 김밥이라는 형태 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죠. 한국인만의 음식이 아닌 세계인의 음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잔반이 많이 남지 않고, 채소가 많이 들어가는 저탄소 음식이라 현재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음식이기도 하고요.

Q. 세계 각국에 김밥을 알리면서 가장 주안을 둔 점은 무엇인가요?

한국식 전통의 틀에 갇히기보다는 다각도로 ‘김밥’의 존재를 알리려고 노력했어요. 김밥의 종류를 다양화해 맛을 다채롭게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김밥의 기능에 집중했습니다. ‘김밥은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음식 이상의 기능을 찾으려고 했죠. 경력단절 여성이나 장애인 요리사들의 일자리가 되어주기도 하고, 로컬 식재료가 지역이 자생하는 창구가 될 수 있도록 김밥 조리법을 제공하면서요. 그런 역할들이 복합적으로 맞춰지면서 정부 기관뿐 아니라 UN에서도 한국의 김밥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Q. 김밥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선이 많이 달라진 것을 체감하시나요?

과거 해외에서는 슈퍼마켓 계산대 옆에 비위생적으로 놓인 인스턴트 음식처럼 여겨졌어요. 외국인들이 김밥을 스시의 일종으로 생각할 뿐 김밥이라는 단어조차 몰랐고요. 한국 전통 음식 순위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죠. 요즘은 미국 대형마트에서 품절대란이 일어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더 많은 기업이 김밥 사업에 뛰어들면서 식재료를 어떤 환경에 보관해야 하고, 어떻게 조리해야 하는지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요. 그야말로 대전환의 국면입니다.

Q. 지금까지 만들어온 김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김밥이 있다면요?

장애아동들과 함께 만들었던 김밥이 기억에 남아요. 당시 경주에서 김밥 만드는 수업을 했었는데, 교육생들에게 김밥 레시피를 알려주고 창업을 돕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경주 특산물인 가자미로 요리한 가자미 식해를 활용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으로 아이들이 세계 김밥 대회에도 나갔고요. 이처럼 늘 김밥이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합니다.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새로운 김밥을 창조하는 일이 제겐 큰 보람입니다.

Q. 셰프님께 김밥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합니다.

제게 김밥은 가족과 다름없는 존재입니다. 젊은 시절 김밥을 알리려고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희생한 부분이 크거든요. 두 번째로 김밥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애국의 방법이에요. 실제 저희 팀원들 대부분이 궁중, 사찰, 종가 음식의 명인들입니다. 모두 저와 같이 애국하는 마음으로 김밥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모였어요.

Q. 애국적인 마음을 가지고 ‘김밥’을 알리려고 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애국의 마음이 저를 즐겁게 하거든요. 그리고 그 즐거움이 삶의 원동력이 되고요. 한식에서도 김밥은 아직 미개척 분야이기에 무수한 콘텐츠들을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물론 힘은 많이 들죠. 하지만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선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 아니겠어요. 힘든 일도 즐기면서 하다 보니 10년 넘게 흔들리지 않고 이 길을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김밥의 세계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김밥을 한국 사람의 관점에 따라 생각하면 세계화가 되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세계적인 관점을 김밥에 적용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김밥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포럼들을 더 많이 개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미식 관광 포럼이 더 활발해질 수 있도록 ICGT(International Conference Gastronomy Tourism)라는 단체를 만들어 준비하고 있어요. 이 단체를 운영하며 UN에서 주최하는 미식 포럼만큼의 파급력을 가지는 행사를 한국에서 개최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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