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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넘어 긴 여정 떠난
한국의 맛

글_ 김한송 셰프(미국 조리사 협회 총주방장 심사위원)

우리나라에서만 즐기던 음식을 이제 세계 각지에서 맛볼 수 있다.
한국을 방문한 해외 스타들에게 김치를 아냐고 묻던 과거를 지나, 한국 음식을 즐겨 먹는다는 이야기를 먼저 듣기도 한다.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까지 매료한 한식은 어떤 미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한식 열풍, 진짜인가?

해외에서 K-푸드의 열풍이 뜨겁다. 이제는 뜨거움을 넘어서 하나의 음식 트렌드로 완벽하게 자리 잡아 가는 중이다. 지난해 농식품 분야 K-푸드 수출액은 90억 달러(약 11조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라면의 경우 전 세계 132개국에 10억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으며, 이는 4년 만에 2배나 오른 수치다. 글로벌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한국의 라면 맛과 더불어 불닭볶음면의 새로운 맛에 빠졌고, 이에 덩달아 삼양식품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의 슈퍼마켓인 ‘트레이더스 조(Trader’s Joe)’에서는 한국 김밥을 판매 중인데, 1인당 1개씩 제한을 두는데도 물량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비빔밥(Bibimbap)’은 2023년 구글 트렌드 검색어 순위의 레시피 부문에서 파스타, 피자 등을 제치고 당당히 1위로 선정되었다. 그야말로 세계 속으로 쭉쭉 뻗어 나가고 있는 K-푸드다.
2022년 문화체육 관광부는 브랜드 파워 지수를 발표했는데 K-푸드가 66점으로 K-팝(61.7점)과 K-콘텐츠(58.8점)를 제치고 독보적으로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올라섰다. 과거 한국 음식이라고 하면 비빔밥, 불고기, 잡채처럼 전통적인 한국 음식을 일컬었지만 이제는 김밥, 핫도그, 라면, 떡볶이 등 간식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한국의 길거리 음식(Korean Street Foods)이 K-푸드 2세대를 이끌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보면 한국 길거리 음식을 주제로 하는 포스트가 넘쳐난다.

호기심에서 호감으로

한국 음식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기는 K-문화의 성장 시기와 겹쳐있다. K-콘텐츠에서 한국 음식을 본 외국인들이 음식과 식재료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실제로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소주와 한국식 치킨, 삼겹살 같은 음식들은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더불어 BTS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부터 한식의 성장도 본격적인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멕시코나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미국에 정착해 그들의 문화를 축적했던 것과 달리, 한식은 한국 문화 콘텐츠가 먼저 유입이 된 후 그 결과로 인기를 얻게 된 대단히 특이한 사례다. 이러한 이유로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는 ‘K-푸드 세계화 성공 과정’을 연구 사례로 선정하고 교재로 만들기도 했다.
코로나19는 많은 사람을 힘들게 했지만, 한식의 세계화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부 활동을 제한하던 시기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영화 <기생충> 등의 K-콘텐츠가 미국 소비자를 만난 것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연교(조여정)가 채끝살 소고기를 올린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먹는 장면 때문에 미국에서 짜파구리 열풍이 불었다. 또 BTS의 멤버인 지민이 서울에서 떡볶이를 먹는 모습을 SNS에 포스팅하자 많은 글로벌 팬들이 떡볶이를 먹고 인증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식문화로 연결되었는데, 기존의 미국인들의 식습관에 조금씩 다가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먹어보았던 한국 음식이, 이제는 즐겨 먹는 음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완벽한 마침표를 위해

K-푸드의 지속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현지화 전략을 들 수 있다. 빙그레의 ‘메로나’ 제품의 경우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현지인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춰 맛을 만들어 낸 것과 더불어 식물성 유지, 할랄(Halal) 인증을 받은 제품을 출시해 비관세 장벽을 뚫기도 했다. 농심의 ‘신라면’의 경우, 비건, 치킨, 소고기 등 다양한 맛의 제품을 개발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유도했으며 결국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현지인들의 종교, 문화 등을 충분히 인지한 후 그 문화에 맞게끔 현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물류의 중요성이다.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미국 내의 생산 인프라 및 물류를 확보해야 한다. CJ 제일제당의 경우 ‘비비고(bibigo)’ 생산 라인을 바탕으로 월마트(Walmart), 코스트코(Costco), 크로거 (Kroger) 등 미국 주요 유통 채널에 공급하고 있다.
CJ의 경우 미국 식품매출이 4조 원을 넘어섰는데, 매출의 비법 중 하나로 미국 내 현지 생산공장 설립을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 생산된 많은 제품이 미국에서 잠깐 인기를 얻고 그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물류에서 고전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한국과 달리 넓은 미국에서의 유통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한국에서 건너온 제품들을 미국에서 판매했는데, 이때 발생하는 운송비와 보관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에 사업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다. 생산 인프라와 물류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미국에서의 사업 안정성을 위한다면 이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한류 콘텐츠는 미국 시장에서 분명 높은 인지도를 만들어 낸 것은 틀림없지만, 아직은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보이는 것만큼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지는 않는다. 라면과 김밥 또한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으로 세계적인 고물가 기조와 맞물려 성장한 아이템이라는 경향이 강하다.
K-푸드의 지속적인 성장을 원한다면 K-콘텐츠와의 협업은 필수다. 독창적인 한국 콘텐츠가 제작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여기에 정부 기관의 협력이 더해진다면 더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K-콘텐츠와 K-푸드가 만나 계속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면 뜨거운 한식 열풍도 펄펄 끓는 뚝배기처럼 오래도록 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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