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호적메이트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는 영원한 단짝

김유진 금융투자검사3국 검사역, 어머니 유경숙

글_ 허승희 사진_ 황지현

흔히들 모녀 사이를 친구 같다고 말한다. 다툴 땐 살벌하지만 누구보다 서로의 마음을 잘 알기에
힘들 때 위로가 되고, 기쁜 일이 있을 땐 기꺼이 축하해 줄 수 있는 사이다. 햇살 좋은 5월의 어느 날,
사랑스러운 모녀의 오붓한 데이트를 담아 보았다.

소중한 단둘만의 시간

젊은이들로 가득한 홍대입구역을 지나 더 깊은 골목에 위치한 작은 공방. 기분 좋은 향이 코를 간질이고 곳곳에 비치된 반짝이는 팔찌가 눈에 띄는 이곳은 원하는 장신구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팔찌와 향수 제작 공방이다. 이날 김유진 검사역과 어머니 유경숙 여사는 소매가 짧아지면서 드러나버린 밋밋한 손목을 꾸며줄 팔찌를 만들기 위해 방문했다.
“이런 힙한 동네는 언제 방문해 보겠어요. 홍대는 처음인데 딸이랑 오게 돼서 정말 좋네요.” 유경숙 여사가 홍대 거리의 새로움에 감탄하자 김유진 검사역이 빙긋 웃었다. 온화한 표정과 차분한 말투가 똑 닮은 모녀는 공방 데이트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엄마와 둘이서 시간을 보낸 지 오래된 것 같아요. 둘만의 시간을 갖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신청하게 됐습니다.”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김유진 검사역이 당차게 소감을 말했다. 김유진 검사역은 9개월 된 딸이 있다. 아이를 낳고 보니 엄마와의 시간이 더욱 중요하다고 느껴져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유경숙 여사는 김유진 검사역이 출근해 있는 동안 손녀를 돌봐준다고 한다. 육아가 쉽지 않음에도 기꺼이 자식을 위해 돕는 어머니와 그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김유진 검사역을 보니 배려가 넘치는 모녀인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사이

팔찌 만들기는 손목 둘레를 재고 제작에 필요한 부속 자재를 고르는 것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원하는 모양의 줄과 팔찌를 꾸밀 장식을 잘 골라야 예쁜 팔찌가 완성되기 때문에 가장 신중해야 하는 단계다. 두 모녀는 한참을 고민하다 팔찌 줄과 나비 모양 장식을 고르고 자리에 앉았다. 외모와 말투가 비슷한 모녀는 취향까지 닮아있었다. “유진이는 손재주가 좋은데 전 손재주가 영 없어서 걱정되네요.” 유경숙 여사는 책상에 놓인 펜치와 재료를 보고 긴장한 듯 보였다. “괜찮아요. 우리가 못해도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면 멋지게 완성될 거예요.” 우려하는 유경숙 여사를 안심시키는 김유진 검사역의 모습에서 평소에도 든든한 딸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걱정하던 모습과는 달리 유경숙 여사가 먼저 펜치를 들고 과감하게 작업에 돌입했다. “손아귀 힘이 없나 봐요. 이게 생각보다 잘 안되네.” 옆에서 낑낑대던 김유진 검사역이 다급하게 공방 직원을 호출했다. “이럴 땐 빠른 도움 요청이 답이지.” 김유진 검사역의 기막힌 판단력을 보니 딸 최시은 양도 지혜로운 아이로 자랄 것이 분명했다. 김유진 검사역은 공방 직원의 시범을 다시 한번 매의 눈으로 관찰하고 거침없이 펜치를 움직였다.
“다했다! 엄마 뭐가 잘 안돼요? 도와드릴까?” 작업을 먼저 마친 김유진 검사역이 유경숙 여사의 상황을 살폈다. 거의 완성된 팔찌의 마감이 조금 헐거워 보였다. 김유진 검사역은 다시 한번 펜치를 들고 작업을 시작했다. “아까 시범 보여주실 땐 쉬워 보였는데 역시 전문가랑은 다른가 봐요.” 생각보다 작업 진행이 더디자 머쓱한 듯 한마디 뱉는 김유진 검사역이었다.

남들이 봤을 땐 어떨지 몰라도
집안에 사랑이 가득한 게 느껴져요.

세 배로 커진 사랑

직원 호출로 무사히 작업을 마친 두 모녀는 직접 만든 팔찌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예상보다 훨씬 예쁘네. 이거 차고 가야겠다.” 김유진 검사역도 유경숙 여사의 웃음 보고 뿌듯한 듯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다. 모녀는 팔찌가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연신 팔찌를 찬 손목을 들여다보고 만지작거렸다.
김유진 검사역은 딸을 낳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직접 엄마가 되어 보니 어머니가 더욱 애틋해졌다고 한다. “딸을 보니까 너무 예뻐서 옷도 같이 맞춰 입고 커플 신발도 신고 싶어졌어요. 근데 생각해 보니까 엄마랑은 한 번도 그런 걸 안 해봤더라고요.” 대학생 때부터 본가를 나와 따로 지낸 시간이 길어 둘이 보낸 시간이 적었다고 한다. 육아와 직장일을 병행하느라 힘들 텐데도 웃음을 잃지 않고 씩씩한 모습에는 유경숙 여사의 도움이 컸으리라.
“아이도 보고 일도 하는데 얼마나 힘들겠어요. 옆에서 지켜보니까 더 힘든 게 느껴지죠.” 손녀가 아무리 예뻐도 내 자식이 힘든 모습은 보기 힘든 법이다. 딸의 수고를 덜기 위해 본인의 시간을 할애해 육아를 돕는 데는 딸을 향한 사랑이 가득하다.
“힘들기는 해도 손녀가 태어나고 가족끼리 대화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웃음도 더 많아졌고요. 남들이 봤을 땐 어떨지 몰라도 집안에 사랑이 가득한 게 느껴져요.” 육아가 힘들지는 않냐는 물음에 유경숙 여사가 웃으며 답했다. 김유진 검사역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유진 검사역의 가족들은 아이를 통해 더 돈독해지고 이전보다 큰 사랑을 알게 되었다. 두 배에서 세 배로 불어난 사랑은 김유진 검사역의 신혼집 거실을 가득 채우고도 넘쳐 온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에너지가 될 것이다. 사랑스러운 이 가족의 앞날이 이날 만든 팔찌보다 반짝이길 바라본다.

모녀 데이트 소감 한마디!
  • 유경숙 여사

    홍대는 처음인데 제가 딸아니었으면 언제 이런 경험을해보겠어요. 원데이 클래스는처음이라 긴장했는데 완성된 팔찌가 너무 예뻐서 뿌듯하네요. 또 딸이랑 같이 맞춘 팔찌라서 더 의미 있는 것 같아요.

  • 김유진 검사역

    오랜만에 엄마랑 둘이서데이트하니까 정말 즐거웠어요.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특별한 추억을 남겨드릴 수있어서 기쁩니다. 나중에 시은이가 크면 엄마랑 같이 셋이서 다른클래스도 진행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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