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체크
반려 로봇,
인간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을까?
글_ 허승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무리 잘난 개인이어도 홀로 살 수 없기에 타인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외로움을 해결할 다양한 방법들이 논의되고 있다. 반려 로봇도 그중 하나다.
인간 삶에 스며든 로봇
로봇은 기계일 뿐이며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는 고지식한 생각은 저 멀리 사라졌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로봇은 고철덩이 이미지에서 벗어났고, 때로는 인간보다 더 나은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어색했던 인공지능은 이제 일상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말만 하면 노래나 영상을 틀어주기도 하고 피곤한 날에는 운전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척척박사가 따로 없다.
AI는 이제 편리함을 넘어 인간과의 교감까지 시도한다. 대형 음식점을 방문하면 볼 수 있는 서빙 로봇은 고객에게 웃음을 짓거나 감사를 표한다. 상황에 따라 인사나 감사 표현을 실행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딱딱한 기계가 전자 디스플레이에 띄운 LED 표시에 신기해하며 웃음을 짓는다. 그게 설령 입력된 코드에 따라 실행하는 동작일 뿐이어도 말이다.
최근 챗GPT의 오픈형 AI를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업체 피규어에서는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판단이 가능한 로봇 ‘피규어 01’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단순히 명령에 따르는 인공지능이 아니다. 배가 고프다고 하면 옆에 있는 사과를 주고 지저분한 테이블을 치우는 등 능동적으로 행동한다. 초고속으로 발전하는 AI를 보고 있자니 조만간 인간의 공감 능력을 장착하고 위로의 눈물까지 흘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로봇의 인간다움에 호기심을 갖고 재미를 느낀다. 또 로봇은 AI가 발달할수록 인간과 비슷한 정도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로봇 기업들은 인간의 외로움을 해결할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다.
커지는 반려 로봇 시장
사회에 속해 살아가야 하는 인간은 항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존재와 함께 지낸다. 이 존재에는 사람이 아니라더라도 반려견, 반려묘 등 동물도 포함할 수 있다. AI가 발전하면서 인간과 비슷하게 동작하고 그럴싸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자 기업들이 하나둘 반려 로봇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반려’는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을 가진 명사다. 반려와 로봇. 어색해 보이는 두 단어의 만남은 로봇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앤 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의 반려 로봇 시장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3년 전 세계 반려 로봇의 시장 가치가 114억 4,000만 달러에 달했고, 2030년까지 연평균 25.7% 성장률로 약 556억 9,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 전망된다. 이는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와 기술의 발전, 1인 가구의 증가 등의 사회적 현상이 이끈 결과다. 앞서 말한 현상들이 어떤 면에서는 우려되기도 하지만 반려 로봇 시장 확장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의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의 건강 관리 돌봄 로봇 시장은 2022년에 약 15억 달러 규모로 평가됐으며 2030년까지 연평균 18%의 성장이 기대된다. 건강 관리 돌봄 로봇은 가정뿐 아니라 의료 시설에서도 활용되며 환자 모니터링, 간호사 업무 등을 보조하며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덜어 돌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도 반려 로봇 경쟁이 뜨겁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CES 2024’에서 반려 로봇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볼리는 ‘CES 2020’에서 처음 소개되었는데 이후 개발 소식이 들리지 않아 기업들의 호기심을 모으고 있었는데 올해 1월 갑작스럽게 공개해 더 주목을 받았다. AI 컴패니언 ‘볼리(Ballie)’로 소개된 이 로봇은 컴패니언이라는 단어에 맞게 사용자의 보조 역할을 한다.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집안 곳곳을 누비며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하고 진화한다. 음성 명령에 따라 행동하고 로봇에 장착된 프로젝터를 이용해 원하는 영상이나 이미지를 띄워주기도 한다. 고령 가족의 건강 상태나 반려동물의 식사 시간 점검 등 돌봄 기능도 탑재돼 있다.
LG전자는 AI 가사도우미 로봇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볼리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공처럼 생긴 볼리와는 달리 일반적인 로봇의 형태처럼 제작되었다. 시연에서는 고양이가 깨트린 유리병을 촬영해 사용자에게 이미지로 전달하는 등 상황을 판단하고 능동적으로 동작하는 모습을 보여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도
노인 돌봄 용도로 반려 로봇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인간의 친구가 될 로봇
반려 로봇 시장이 확대되면서 반려 로봇에 대한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뉴스나 기사에서 본 로봇의 생김새는 차갑고 딱딱해 보이는 이미지라서 전혀 정을 붙일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반려 로봇이 인간에게 심리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일본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에서 개발한 애완로봇 파로(paro)는 입원 환자나 요양 시설 입소자, 간병인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5년 일본에서 상용화된 이후 200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경치료 의료기기’로 인정받고 다양한 나라로 수출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도 노인 돌봄 용도로 반려 로봇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서울, 경남 등 다수의 지자체가 노년층의 정신적, 신체적 효과와 심리 치료 등을 위해 돌봄 로봇을 지원했다. 노인 돌봄 AI 로봇은 대화 기능, 뇌 건강 증진을 위한 두뇌 게임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다. 노인들은 따로 떨어져 지낸는 자식들 대신 돌봄 로봇과 긴 시간을 보낸다. 약과 식사 시간을 알려주고 심심할 땐 벗이 되어주는 로봇. 자녀들은 본인을 대신해 부모님을 돌봐줄 반려 로봇을 선물하기도 한다.
“로봇이 어떻게 인간이랑 친구를 해?”라고 궁금해하지만 우리는 점차 로봇과 가까워지고 있다. 아직은 로봇과 친구가 될 준비를 마치지 못한 사람이라도 다가올 미래에는 영화 〈Her〉나 소설 『작별 인사』처럼 로봇과 가슴 절절한 이별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